[장윤호의 체인지업] 박찬호와 김종덕 문체부장관의 18년 전 인연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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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왼쪽)와 김종덕 장관.


한국인으로서 메이저리그 아시아 출신 최다승 기록(124승)을 세운 박찬호(42)가 지난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우연히 18년 전 ‘인연(因緣)’을 만났다.

박찬호는 정확하게 기억을 못했다. 이날 잠실구장 본부석에서 공식 일정으로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NC-두산전 행사를 위해 잠실 구장을 찾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찬호의 만남이 이뤄졌다. 박찬호가 김종덕 장관과 함께 자리 하고 있던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가 김 장관을 만나게 됐다. 이 자리에서 김종덕 장관은 1997년 자신과의 인연을 박찬호에게 전했다.


199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찬호는 1996시즌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처음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다. 선발 10경기 포함 모두 48게임에 출장해 108 2/3이닝을 던지며 5승5패, 평균 자책점 3.64를 기록했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성공 신화는 바로 1996시즌 시작된 것이다.

박찬호가 대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장 먼저 판단한 분야는 광고계이다. 당시에는 스포츠 마케팅이 생소했다.

그런데 1996시즌이 끝나고 제일제당(당시 회장 손경식)이 박찬호와 전속 광고 모델 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12월25일 공식 발표했다. LA 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박찬호 선수와 스포츠 음료 게토레이 모델 계약을 맺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우리나라 야구 선수 중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朴) 선수의 높은 인기를 반영해 1년 동안 3편의 광고물을 방영하는 조건으로 국내 운동 선수로는 최고액인 2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적혀 있다.


제일제당의 광고 대행사는 제일기획이었다. 제일기획은 1997시즌 개막 전인 1월 중순부터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14일 전에 3편의 광고를 촬영하기로 했다.

1997년 게토레이 광고를 촬영하고 제작한 CF 프로듀서가 바로 현 김종덕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고 한다. 김종덕 장관은 당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로 최고의 광고 전문가였다. 홍익대 공예과에서 상업 디자인을 전공하고 미(美) LA 인근 패서디나에 있는 명문 사립대학 ‘아트 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찬호가 처음으로 풀 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1996년에는 영국 SHOT 선정 아시아 TV-CF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제일제당과 제일기획의 작품인 박찬호 게토레이 CF는 1997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박찬호가 29경기(출장 32게임)에 선발 출장해 2경기 완투를 포함해 14승8패, 평균 자책점 3.38을 기록하며 LA 다저스의 선발 투수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한국 사회가 IMF 사태로 시름에 잠겨 있었을 때여서 박찬호의 선발 역투는 국민 모두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었다.

그 때 제일제당이 지급한 게토레이 광고 1년 전속 계약금 2억원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국내 스포츠 선수 최고액이었다. 이후 박찬호는 연간 계약금 10억원을 넘어서는 최고의 스포츠 광고 모델로 성장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거두고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한국프로야구 고향 팀 한화에서 2012시즌을 마치고 아름답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현재는 LA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구단, 미국의 프로스포츠를 연구하며 스포츠 경영을 공부하고 있다.

김종덕 당시 홍익대 교수 겸 CF 감독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돼 박찬호를 우연히 만나 1997년 게토레이 CF 촬영의 인연을 얘기했다. 박찬호는 가족들과 귀국해 국내에 머물고 있다. 지금 박찬호에게서는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하던 모습, 엄청났던 허벅지 근육을 찾아 보기 어렵다. 보통 선수들이 은퇴하면 살이 찌고 체중이 늘기가 쉬운데 박찬호는 야구를 잘하기 위해 만들었던 큰 근육을 모두 빼고 날렵한 몸을 만들었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것은 여전하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MLB) 17시즌(1994~2010년) 일본프로야구(NPB, 2011년), 한국(KBO리그, 2012년), 3개국 리그를 걸친 19년간의 프로 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다. 놀이터에서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는 정겨운 모습을 이웃들이 종종 본다. 그는 빠른 시일 내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을 찾아 올 것이다.

박찬호와 김종덕 장관의 만남을 보면 ‘우리가 어디서 무엇이 돼 만날 것인가?’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언제나 바르게 살아야 우연한 만남에서 낯을 붉히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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