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김종수 "영화연기 10년만에 첫 포스터..묘하네요"(인터뷰)

영화 '소수의견'의 김종수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07.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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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 사진='소수의견' 스틸컷


영화 '소수의견'(감독 김성제)이 2년을 묵어 개봉하며 본 덕이 하나 있다면 배우들의 몸값이 아닐까. 호연을 펼친 윤계상 김옥빈을 비롯해 유해진 이경영 김의성 장광 엄태구 조복래 등 지난 2년 동안 충무로의 신흥 대세로 올라선 듬직한 배우들이 곳곳에 포진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배우 김종수(51) 역시 그렇다.30년 경력의 베테랑 연극배우이자 '풍산개'(2011)의 탈북한 고위층 인사로 스크린에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는 그 사이 드라마 '쓰리데이즈', '개과천선', '미생', '징비록', '하녀들', '프로듀사', 영화 '스물', '소셜포비아'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며 새로운 신스틸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tvM '미생'의 김부련 부장이나 KBS 2TV '프로듀사'의 김수현 아버지 등은 특히 깊은 인상을 남긴 역할이었다.


용산참사를 모티프로 한 '소수의견'에서는 용역업체를 운영하는 거물급 강남조폭 조구환 역을 맡았다. 진압 중이던 경찰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을 둘러싼 법정드라마인 '소수의견'의 메인 이야기에서는 살짝 비껴가 있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주요 인물이다.

"영화 연기 10년 만에 처음 포스터에 제 얼굴이 나왔네요. 기분이 참 묘합니다. 2006년 처음 찍은 영화가 이창동 감독님의 '밀양'이었어요. 당시 이창동 감독님이 '끝나고 본업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는데, 아마 영화 하나 찍고 부화뇌동할까 하신 말씀이셨겠죠. 어렴풋이 이해는 했어요. 제 스펙트럼을 다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여기까지 10년이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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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 사진='소수의견' 스틸컷



작품마다 캐릭터에 쏙쏙 맞게 변화하는 배우지만, 이번엔 깊은 주름에 백발로 완전히 다른 느낌을 냈다. 우리 회사 부장님 같았던 '미생'의 김부련 부장이나, 푸근했던 '프로듀사' 김수현 아빠의 모습은 오간 데 없다. '개과천선'의 로펌 변호사나 '하녀들'의 악덕 양반도 마찬가지다.

"'미생' 때 다시 만난 이경영 선배님은 이미 캐스팅이 돼 있는 상태였는데,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그랬어요. 이거 큰 역할인데, 나한테 안 줄 텐데. 부담된다고, 내게 맞는 옷이 아닌 것 같다는 말도 했었어요. 마음을 비웠죠. 감독님과 1차 미팅 후 눈주름 분장을 하고 다시 2차로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캐스팅이 됐어요. 나중에 듣고 보니 제가 너스레를 떠는 게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소수의견'은 이미 지난 달 24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기까지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렸고, 극중 조구환을 둘러싼 커넥션들이 편집 과정에서 사라지면서 촬영 분량도 절반이 날아가다시피 했다. 김종수는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촬영할 때부터 영화가 잘 나오리라는 예감은 있었죠. 저는 극장에서 관객이 웃는 게 좋았어요. 헛웃음을 짓다가 극장을 나오며 생각하시겠죠. '이게 웃을 일이 아닌데'. 자기 이야기라면 미치고 팔짝 뛰지 않겠어요. 하지만 초상집에 가서도 웃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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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 사진='소수의견' 스틸컷


김종수는 '풍산개'에서 함께했던 윤계상,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던 유해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유해진은 정말 잘한다. 깊어지고 멋있어지고, 참 잘 살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윤계상은 다시 보니 얼굴이 더 밝아졌더라"며 흐뭇해했다. "나이가 더 들면 아마 더 좋아질 겁니다. 왜냐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세가 훨씬 더 중요하니까. 자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는 계속 그 자세로 있어왔으니까요."

'소수의견'을 촬영해 개봉하기까지 걸린 시간 2년, 그 동안 김종수에게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수십 년 연극의 터전으로 삼았던 울산에서 서울로 옮겨 와 집을 얻었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길에서 그를 보고 인사하는 이들도 종종 생겼다. 마침 그를 만난 날은 대학로 인근에 이사와 본격적으로 거처를 옮긴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연극무대에 서는 후배들과 종종 술자리도 함께 하며 지내는 곳이다.

"얼마 전 힘들게 지내던 연극배우가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에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후배들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도 했죠. 예전에도 연극배우는 힘들었지만 요즘엔 낭만조차 갖기 힘든 시대인 것 같아요. 후배들 앞에서도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제가 뭐 비법이 있어서 이리 저리 나오겠어요. 다행히 좋게 봐 주시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 거죠. 기회를 못 얻은 고수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겸손하기 이를 데 없는 말이었지만, 그는 연기에 있어서 여전히 고집 있는 배우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지만, 의미 있는 작품과 역할을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도 여전하다. 아직 직장생활을 하듯 연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김종수는 털어놨다.

"좋은 감독과 함께하고 작품을 하는 일이 정말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어찌하며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연극을 마치면 어떤 의식을 치르듯 경건하게 분장을 지우곤 합니다. 공연을 잘 마치고 무대를 원상복귀 시키면 참 기분이 좋거든요. 그 일을 생각하면서 유지하려고 해요. 일희일비하지 않아야지요. 다만 잘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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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 사진='소수의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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