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김성근 감독의 '김민우 교체' 찬반 논쟁 격화(激化)

김성근 감독 야구에 인간미가 존재하는가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7.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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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이 김민우와 마운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OSEN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만이 할 수 있는 투수교체. '야신(野神)'도 해서는 안 되는 투수 교체. 친(親) 야신, 반(反) 야신. 김성근 감독의 비정(非情)과 성찰(省察)의 투수 운용은 일본프로야구 호시노 센이치 감독과 일맥상통.


한화 김성근(73) 감독이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2-0으로 앞선 5회초 수비 2사 2루에서 볼넷 4개를 내줬지만 무피안타(no hit)로 호투하던 선발 김민우를 강판시키고 박정진을 마운드에 올린 것에 대해 찬반 논쟁(論爭)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마산 용마고 출신인 우완 김민우는 자신의 20번째 생일을 맞아 고교 대선배인 삼성 좌완 장원삼과 예상치 못했던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그런데 승리 투수 요건인 5이닝 투구를 아웃 카운트 하나 남겨 놓은 상황에서 좌타자 구자욱 타석 때 좌완 투수 박정진과 교체됐다. 우완 김민우보다 좌투수 박정진이 좌타자 구자욱에 강하다는 '데이터(data)'가 교체의 한 근거로 나왔다. 선수 개인보다 팀이 우선한다는 '팀 퍼스트(Team First)'도 이유로 나왔다.

오랜 시간 김성근 감독을 취재해온 글쓴이는 이번 투수 교체를 보며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3년간 독립 구단 고양 원더스를 지도하면서 확실히 변했다. 뭐랄까? 한 마디로 김성근 감독이 야구 인생을 한화에 걸었다. 야구 자체와 승부에서는 비정(非情)을 넘어 냉혹(冷酷)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신인 우완 김민우의 선발 등판은 '야구의 이론적인 선발 투수'의 개념이 아니다. 선발 등판시킬 투수가 없어 이날 경기에 첫 번째로 등판한 투수가 김민우였다. 2회든 3회든 필요하다면 언제든 교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기용이다. 2-0으로 앞선 4회초 삼성 공격 1사 후 최형우를 볼넷으로 진루시켰을 때 김성근 감독은 직접 마운드로 올라와 김민우를 격려하며 웃었다. 경기 중 김성근 감독이 미소 짓는 것도 파격적인 변화이다. 김성근 감독과 김민우의 나이차가 53세이니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하는 것과 같은 애정이 담긴 웃음을 보여준 것이다.

글쓴이는 과거의 김성근 감독이었다면 이때 왼손 투수 박정진으로 투수 교체를 했을 것으로 본다. 타순이 5번 좌타자 채태인, 6번 좌타자 이승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카이 스포츠' 중계 화면에 불펜에서 몸을 푸는 박정진의 모습이 나왔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격려만 하고 내려갔고 김민우는 채태인을 낙차 큰 포크볼로 삼진, 이승엽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4이닝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2-0으로 한화가 앞선 상황에서 삼성의 5회초 공격이 시작됐다. 한화 선발 김민우는 선두 타자 박석민을 볼넷으로 진루시켜 무사 1루 위기를 맞았다. 글쓴이의 판단으로 김성근 감독이 한 번 더 투수 교체를 고민했을 시점이었고, 그렇게 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4회초 이승엽에게 빠졌으면 2루타가 됐을 타구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 타구는 좌타자 이승엽의 당기는 타구에 대비해 2루수 정근우가 1루 쪽으로 가깝게 와 있었기 때문에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김성근감독은 움직이지 않았다. 글쓴이는 계속 헛짚었다.

이날 스카이 스포츠 해설위원은 김진욱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이었다. 김성근 감독의 지도하에 OB 베어스에서 투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김성근감독 야구를 잘 알고 있다.

김진욱 감독은 해설을 하면서 '김성근 감독이 선발 김민우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지켜볼 만하다.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아울러 무피안타로 호투하고 있는 김민우에게 선발 투수 승리요건인 5이닝 투구 기회를 줄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김진욱 감독은 한화의 4회 말 공격 중 '다음 이닝(5회)에 김민우가 선수가 계속 올라오느냐. 제가 봤을 때는 성장을 시키기 위해서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승리투수 요건을 갖춰주고 교체하는 것이 김성근 감독의 생각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무피안타 경기를 펼치던 김민우를 5회 2사 후 아웃카운트 하나 남은 시점에서 좌투수 박정진으로 교체해 김진욱 감독의 해설이 무색해졌다.

글쓴이의 1000경기가 넘는 메이저리그 취재 기간 중 이번과 같은 투수 교체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예외는 선발 투수가 갑자기 부상을 입어 감독에게 요청한 경우뿐이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라면 할 수 있는 투수 운용이다 예외는 선발 투수가 갑자기 부상을 입어 감독에게 요청한 경우뿐이다.

글쓴이가 단언컨대 '김성근 감독만이 할 수 있는 투수교체'가 한화의 팀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궁금해졌다.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팀의 '케미스트리(chemistry)'를 말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휴스턴에서 뛰고 있는 한국계 포수 최현은 팀 케미스트리에 대해 "모든 선수들이 그냥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두가 한 가지 목표를 공유하고 서로 도와가며 경기를 하고 있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김성근 감독의 김민우 교체는 한화의 현재 팀 '케미스트리(chemistry)'에 영향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한화 선수단 전체가 '이기는 경기를 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한화의 팀 케미스트리 상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면 팀은 더 단단해지고 승리 목표 하나로 뭉쳐진다. 그러나 너무 강하면 때로는 부러지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김민우의 마산 용마고 1년 선배인 좌완 임지섭도 지난 4월4일 삼성

을 상대로7이닝 노히트노런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교체된 바 있다. 올 시즌 그의

유일한 1승이었다.

당시 양상문 감독의 미래를 내다 본 투수교체가 임지섭과 LG 팀 케미스트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임지섭도 그 경기 이후 부진(8경기 1승2패, 평균 자책점 6.25)에 빠졌고 LG도 하위권으로 내려갔다.

김성근 감독의 투수 교체 논란의 핵심은 야구에 인간미(人間味), 어렵게 말하면

휴머니즘(humanism)이 필요한가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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