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대표팀 코치 복귀' 선동렬 "다시 단 태극마크, 큰 영광"

점심 햄버거로 때우는 선동렬 감독의 '겸손'.. "선수 스트레스 1백이면 감독은 1천"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8.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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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렬감독이 지난 1일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한국여자야구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 및 평가전에 참석해 '재능 기부'를 했다. 투구법을 지도하고 있는 선동렬 전 삼성, KIA 감독. /사진=스타뉴스





은둔하고 있는 선동렬(52) 전 삼성, KIA 감독. 한국여자야구 국가대표 팀에 재능 기부를 위해 폭염도 아랑곳 않는 선동렬 감독. 그가 왜 한국야구의 ‘전설(전설)’인가를 깨닫게 해준 선동렬 감독의 겸손함과 야구에 대한 열정. 태극 마크를 결코 사양할 수 없어 그는 김인식 감독(현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이 사령탑을 맡은 ‘프리미어 12’ 국가대표팀 코치로 한시적이나마 그라운드로 돌아온다.


'덥다'라고 말할 힘도 없을 정도로 뜨거웠던 8월의 첫날. 서울 양재동에서 경기도 이천에 있는 LG 챔피언스파크까지 가는데 무려 2시간30분이 걸렸다. 휴가철, 피서객들이 대거 서울을 떠난 토요일이다.

이날 LG 챔피언스파크 다목적 구장에서는 오는 8월 27일부터 31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2015’에 출전하는 한국여자야구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 및 평가전이 열렸다.

36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이 자리에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함께 해 ‘재능 기부’를 했다.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이 첫 훈련에 이어 계속 합류했고, 안병원 전 태평양투수, 현 선린인터넷고 인스트럭터, 여자야구팀 CMS의 김주현 감독, 김성익 코치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선동렬 전 삼성, KIA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여자야구 상비군들은 설마 했던 소식이 자신들의 눈앞에서 현실화되자 환호성을 질렀다.


선동렬 감독은 양승호 감독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야구와 관련해 아무런 활동 없이 휴식만 취하던 그였다. 그런데 양승호감독이 “우리 여자야구의 발전은 한국야구의 저변 확대와 직결된다. ‘선동렬 감독’이 오시면 큰 힘이 될 것이다. 특히 투수 부문에 대한 기술 지도가 절실하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의 정진구회장, 김형식, 주성로부회장, 권백행 경기 이사 등 임원진도 모두 함께 해 LG컵 대회의 좋은 성적을 위해 힘을 모았다.

선동렬 감독은 가벼운 반바지 운동복 차림이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훈련을 위한 안전망, 야구공을 본인이 직접 옮기면서 여자 선수들의 훈련을 도운 모습이다. 보는 이들은 많이 놀랐다. 전설적인 대 선수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선동렬 감독이 허드렛일까지 앞장 설 것으로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점심도 그랬다. 특별대우를 사양하고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여자야구연맹이 준비한 ‘햄버거’ 하나로 때웠다. 그는 “햄버거 참 오랜만에 먹네”라며 웃었다. 한국여자야구연맹 정진구 회장과 야구 후배인 안병원 현 선린인테넷고 인스트럭터는 선동렬 감독이 햄버거 하나면 된다는 얘기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은 “어려운 부탁이었다. 야구를 잊고 휴식 중인 선동렬감독이다. 그래도 농담처럼 ‘실업자(?)’들이 나서 여자야구를 돕자고 하니 선뜻 동참해주었다”고 밝혔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속된 훈련 기간 중 점심시간 외에는 휴식도 취하지 않고 선동렬 감독은 선수들을 지도하고 사인을 해주고 사진도 함께 찍어주었다. 그리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오는 22일 국가대표 훈련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글쓴이는 훈련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동렬 감독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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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렬 감독은 여자야구 국가대표 훈련 중 야구공을 선별하는 작업도 직접 해 왜 그가 한국야구의 전설인지를 보여주었다. 여자야구 상비군들은 물론 한국여자야구연맹(회장 정진구) 임직원들 모두가 놀랐다. /사진=스타뉴스





- 요즘 야구를 보기는 하십니까?

▶ 거의 안 보는 편이다. 아주 안 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일단 감독직을 내려 놓으니 스트레스는 덜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100 이라고 보면 코치, 감독의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요?

▶ 선수가 100 이면 코치는 300~400, 감독은 선수들의 10배인 1000 이 넘을 것으로 생각한다.

-감독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타나는가요?

▶ 납득하기 어려운 경기를 하고 지는 날에는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정말 힘든 일이다.

-오는 11월 열리는 ‘프리미어 12’ 대회 기술위원을 맡으셨다. 의외라고 생각합니다.

▶ 김인식 감독님이 도와달라고 말씀하셨다. 한국야구 국가대표팀이 출전한다.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사양할 수가 없었다.

-기술위원으로 선발에만 관여합니까? 코치를 맡게 되는가요?

▶ 코치를 한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것이다. 기술위원들(김재박 전 감독, 선동렬 전 감독, 이순철 송진우 해설위원)이 김인식 감독의 지휘 하에 분야별 코치를 맡게 된다.

-유니폼을 입는 것이 부담되지 않으셨는지요?

▶ 사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처럼 전력분석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김시진 전 롯데감독을 팀장으로 이종열, 안치용 해설위원으로 전력 분석 팀이 꾸려졌다. 개인적으로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는 것은 큰 영광이다. 최선을 다하겠다.

- 몇 년 만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가요?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7년 만이다. 김인식 감독님을 대표팀에서 보좌하는 것은 2006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후 9년 만이 된다.

-야구에 대한 계획은 있으신가요?

▶ 그냥 쉬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쉬니까 좋다. 내 자신의 야구를 돌이켜 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겠다. 일단 충분히 쉬면서 내 자신의 야구를 자세히 점검해볼 계획이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 한국 여자야구 상비군을 보면서 어떤 느낌인지요?

▶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 자랑스럽다. 이 날씨에 야구에 보여주는 열정이 정말 뜨겁다. 좋은 팀들이 많이 생겨 더욱 발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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