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어깨 마사지 한 '염갈량'.. 그 '뒷이야기'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8.18 08:56
  • 글자크기조절
지난주 한국 야구 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인 한 장면이 있었다. 바로 넥센 염경엽(47) 감독이 한화 김성근(73) 감독을 찾아가 인사를 한 모습이었다. 서로 카메라에 찍히는 줄도 모른 채…. 염 감독은 자신이 온 줄도 모르고 앞만 보고 있던 김 감독의 어깨를 주무르는 살가운 모습을 보였다. 죽기 살기로 싸우는 치열한 전투에 앞서 둘은 선후배를 넘어선 한 가족이었다.

지난 13일 서울 목동구장. 한화-넥센전을 앞두고 경기장에 소나기가 내렸다. 순식간에 그라운드 위에 물이 고였다. 방수포를 덮었지만 갑작스러운 폭우에 경기장은 미끌미끌했다. 결국 이날 경기는 그라운드 정비 관계로 정상 개시 시간에서 52분이 지난 오후 7시 22분 플레이볼이 선언됐다.


그라운드 정비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염경엽 감독이 김성근 감독이 있는 원정 감독실을 찾았다. '똑.똑.똑'. 염 감독이 문을 노크한 뒤 감독실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염 감독이 온 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밖에는 이방인 에스밀 로저스가 열심히 물 당번을 자처한 채 냉장고를 채우고 있었다. 이 장면을 이날 중계방송을 맡았던 MBC스포츠플러스가 절묘하게 포착했다.

image
한화 김성근 감독의 어깨를 안마하고 있는 넥센 염경엽 감독. /사진=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염 감독은 들어가자마자 김 감독의 어깨를 대여섯 차례 주물렀다. 그제야 김 감독은 뒤를 한 번 쳐다봤다. 이어 둘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 후 염 감독은 김 감독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한 뒤 원정 감독실을 빠져나왔다. 승부를 떠나 염 감독의 예를 갖추는 모습에 많은 야구 팬들은 보기 좋고 훈훈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다음날 염경엽 감독에게 이 장면에 대한 질문을 했다. 염 감독은 "제가 들어갔는데 온 줄을 모르시더라. 그래서 '감독님 저 왔습니다'하면서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카메라에 찍힌다는 건 전혀 몰랐다. 만약 찍힌다고 생각했다면 안마는 안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웃음). 그래도 한 팀의 수장이니까"라며 웃었다.

두 감독은 "비가 와서 그라운드가 미끄러운데 애들, 안 다치겠나", 또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야구 팬들이 그 모습을 보고 훈훈하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는 이야기에 염 감독은 "경기는 경기고, 김성근 감독님은 대선배님이시자 어르신이다. 김응룡 감독님과 똑같은 야구계의 어르신이다. 천 몇 백승을 거두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분들이 아니었으면 우리도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예의를 갖추는 게 도리를 다하는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말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 김 감독이 일본식 야구에 가까운 야구를 한다면, 염 감독은 가장 메이저리그 스타일에 근접한 야구를 추구한다. 두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그야말로 정반대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야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공부'.

과거 김 감독은 심판들도 잘 모르고 있던 야구 규칙을 머릿속에 다 꿰고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야구에 대한 엄청난 열정 그리고 지식. 누구보다 야구 공부를 열심히 했고, 젊은 시절, 야구 이야기라면 밤새고 대화를 해도 시간이 모자랐다고 한다. 그야말로 '야구인'으로 긴 세월을 헤쳐왔다.

염 감독은 야구에 대한 공부라면 그 누구에 뒤지지 않는 학구파다. 매일매일 경기를 복기한 뒤 새벽 4~5시에 잠이 드는 것은 기본. 야구에 대한 예의와 매너를 가장 중요시한다. 깨끗한 야구. 메이저리그식 야구. 선수를 믿고 신뢰하면서 자존심을 세워주는 야구. 그리고 자신보다는 늘 선수들의 미래, 그리고 그들의 가치를 키우기 위해 고민한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고양 원더스 시절, 염경엽 감독의 야구를 보며 '대단한 지략가'라는 칭찬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김성근 감독과 염경엽 감독. 태어난 시대는 다르지만 함께 야구를 하는 두 감독의 마음속에는 서로를 향한 '신뢰'와 '존경'의 마음이 깔려 있는 게 아닐는지.

image
넥센 염경엽 감독(좌)과 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OSEN



기자 프로필
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