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하면 완투' 로저스, 역대 최고의 '한국형 용병'인가…

광주=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8.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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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밀 로저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아직 시차적응도 제대로 되지 않은 데뷔전에서 완투승. 그 다음 경기는 무려 완봉승이었다. 세 번째 등판서는 불펜진의 부진이 겹치며 7⅓이닝 이닝 4실점. 그러나 네 번째 등판서 다시 완봉승을 달성했다. 1완투승-2완봉승.


로저스는 2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9이닝 5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이날 4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펼친 로저스. 5회 선두타자 이범호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퍼펙트 행진이, 후속 김원섭에게 좌전 안타를 내주며 노히트 행진이 차례로 깨졌다. 하지만 후속 세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팀이 6회초 최진행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취점을 뽑은 가운데, 로저스는 6회말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타자 박찬호에게 우익수 키를 넘기는 3루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신종길과 박준태를 모두 내야 땅볼로 잡아낸 뒤 필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으나 4번 타자 이범호를 포수 파울 플라이아웃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결국 7회와 8회 KIA 타선을 삼자 범퇴 처리한 로저스는 9회 2사 후 이범호와 김원섭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으나 김민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3-0 완봉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로저스의 총 투구수는 123개. 속구는 67개였으며 커브는 24개, 슬라이더는 29개, 체인지업은 3개였다. 속구 최고 구속은 158km, 최저 구속은 145km였다. 아울러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최고 구속은 145km까지 나왔으며 커브 역시 123~133km대의 구속을 형성했다.

로저스는 올 시즌 4경기(34⅓이닝)를 소화하는 동안 3경기에서 완투승(2완봉승)을 따냈다.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31. 4경기 동안 '3-3-5-5개'의 피안타를 차례로 허용, 한 경기에서 6개 이상의 안타를 허용한 적이 없다. 또 '7-7-8-10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는 등 매 경기 최소 7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사실 로저스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투수였다. 그런데 이런 외국인 투수가 한국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군림, KBO리그를 평정할 태세다.

로저스는 지난 7년 간 메이저리그에서 210경기에 출전해 19승 22패 평균자책점 5.59를 기록했다. 총 454이닝을 던지는 동안 533피안타 303실점(282자책) 60피홈런 26사구 180볼넷 386탈삼진 피안타율 0.293,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57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양키스 불펜 투수로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6.27을 마크했다. 18경기(선발 0)에서 33이닝 동안 41피안타 29실점(23자책) 5피홈런 2사구 14볼넷 31탈삼진 피안타율 0.306, WHIP 1.67을 기록했다. 즉, 메이저리그에서는 로저스의 공이 타자들에게 먹히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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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밀 로저스가 22일 완투승을 거둔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하지만 로저스는 한국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그럭저럭 던진 투수가 KBO리그를 평정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KBO리그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는 뜻일까? 하지만 류현진과 강정호의 사례를 보면 KBO리그의 수준이 꼭 형편없이 낮다고만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그것보다는 로저스의 투구 스타일이 KBO에 더 적합하다고 보는 편이 옳은 것 아닐까.

로저스는 속구의 평균 구속이 150km대에 달한다. 한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로저스는 확실한 빠른 볼과 각이 크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갖고 있다. 그 두 개만 확실하게 구사한다면 사실상 한국 타자들이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는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들도 많고, 그 공을 공략할 수 있는 타자들도 흘러넘친다. 반면 KBO리그에서는 베테랑 타자들을 제외하면 145~155km의 속구를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타자들은 많지 않다. 아예 밀리거나 뒤늦게 배트를 휘두르기가 부지기수다.

여기에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으며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 혹은 체인지업은 로저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날 KIA는 1회 로저스로부터 23개의 투구수를 유도했다. 최대한 공을 끝까지 보며 끈질기게 승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2회부터 로저스는 이를 역이용해 공격적인 투구 패턴을 가져갔고,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이제 로저스는 4일 혹은 5일 휴식 후 다섯 번째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4일이나 5일이나 모두 마산서 NC를 상대한다. 과연 LG, kt, 삼성, KIA를 차례로 상대한 로저스가 NC전에서 보여줄 모습은 무엇일까. 역대 최고의 '한국형 용병'인 로저스가 앞으로 어떤 위력투를 계속 펼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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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기 후 에스밀 로저스를 격려하고 있는 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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