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롯데 이종운 감독 ‘경질’과 팀 성적 책임 소재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10.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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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운 전 롯데 감독.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가 SK가 넥센에 연장 접전 끝에 패한 7일 밤 SK 조원우(44) 수석코치에게 전화 연락을 하고 그 다음날인 8일 전격적으로 감독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3억원, 연봉 2억원으로 총 7억원 규모이다.


야구계는 물론 팬들의 예상을 깨는 파격적인 감독 영입은 지난해와 비슷하다. 롯데가 당시 이종운 코치를 승격시켜 감독을 맡길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했다. 다만 이종운 코치가 롯데 자이언츠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고, 선수 시절 롯데의 1992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으며, 한편으로는 지금은 물러난 신동인 구단주 대행과의 학연(學緣)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1년이 지났다. 이종운 감독의 롯데는 첫해 8위로 시즌을 마쳤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5위 와일드카드 획득 기회가 있었으나 연패에 빠지면서 탈락했다. 그 과정에서 롯데 이종운 감독은 경기를 운영하면서 조급함을 드러냈다. 서두르다 보니 전체적인 흐름과 주도권을 놓치고 실수와 실책이 나왔다. 롯데 구단이 SK가 탈락한 다음 날 급하게 SK 조원우 수석코치와 계약한 것을 보고 이종운 감독이 막판에 왜 그런 경기 운영을 했는지 짐작이 갔다.

글쓴이는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롯데를 취재했다. 그래서 이종운 감독의 경기 운영 스타일을 잘 안다. 모교인 경남고 감독 시절 팀을 정상에 올려놓을 때도 지켜봤다. 롯데 구단의 발표를 놓고 보면 이미 이종운감독은 5위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 자신은 잘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한국프로야구에서 구단 프런트의 움직임은 금방 포착이 된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편으로는 롯데 구단이 후보군들을 선정해 조원우 SK 수석코치를 낙점하기까지 학연이나 지연(地緣)이 연결돼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작업은 통상적으로 운영부에서 실행한다. 조원우 신임 감독은 부산고-고려대 출신인데 프로에 데뷔해 쌍방울과 SK에서 뛰었다. 롯데에서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 간 코치를 역임했다. 그럼에도 어떤 과정을 통해 조원우 SK 수석코치에 대해 롯데의 감독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타 팀 소속의 코치나 감독을 접촉하기에 앞서 반드시 상대 구단의 양해를 먼저 구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전 접촉(탬퍼링)으로 징계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받게 된다. 최근 사례는 탬파베이와 계약 기간 1년을 남겨 놓고 있는 조 매든 감독을 시카고 컵스가 영입하는 과정에서 탬파베이 구단이 ‘탬퍼링’ 의혹을 제기했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공식 조사에 착수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조원우감독 역시 SK 구단과 코치 계약 기간 2년을 남겨 놓고 있었다.

롯데 구단은 조원우 감독 계약 후 일부 코치들과도 재계약을 포기했다. 조원우 감독의 부산고 대 선배인 김민호 수석코치도 팀을 떠나게 됐다. 김민호 수석 코치는 이종운감독과 같이 1992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로 롯데 야구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코치들 역시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졌다.

현재 롯데 구단의 수장인 이창원 대표이사와 이윤원 단장은 지난해 이종운 감독 선임과 코칭스태프 구성에 관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창원 대표이사와 이윤원 단장이 이종운 감독 경질을 결정했고 코칭스태프 구성 등에도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2016시즌에도 롯데그룹이 기대한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감독보다 먼저 구단 프런트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감독 선임에 구단 경영진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성적 등의 문제에 대해 먼저 책임을 묻는다. 메이저리그는 단장(GM)이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 구성에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메이저리그 구단은 적어도 단장의 경우 야구에 관해 대단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맡게 된다. 대표 이사의 경우 전체 구단의 경영을 총괄한다.

다만 단장에 대해서도 전통적으로 인정하는 책임을 묻는 방식은 있다. 단장에게는 그 자신이 처음으로 결정해 계약한 감독보다는 더 오래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2명의 감독을 기용하고도 성적을 못내면 단장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롯데의 조원우 감독 체제가 내년 시즌 어떤 성적을 낼지 주목된다. 야구에 죽고 야구에 산다는 ‘야생야사(野生野사)’의 도시가 롯데의 연고지인 부산이다. 일찍부터 일본 프로야구를 접해 야구를 보는 눈이 높다. 조원우 감독이 이종운 감독과 같이 외야수 출신이라는 지적도 벌써부터 나왔다.

롯데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사령탑은 강병철(69)감독 외에는 없다. 1984년과 1992년 2차례 우승을 강병철 감독이 이끌었다. 아마도 롯데 감독의 적임자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강병철 감독이다. 롯데 구단이 강병철 감독의 자문을 받았다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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