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를 알리지 말라"..뽕면가왕의 이중생활(인터뷰)

복면 트로트 가수 뽕면가왕 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5.11.02 09:14 / 조회 : 2494
  • 글자크기조절
image
뽕면가왕 / 사진=임성균 기자


신예 트로트 가수 뽕면가왕(본명 미상·나이 미상)과의 인터뷰는 기괴했다. 스타에게 가장 중요한 이름과 얼굴을 모두 내려놓고 이야기 해야했고 알아도 아는 척 하지 말아야 했다. 자신을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존재를 알리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15년 차 가수 뽕면가왕의 이야기를 들었다.


황금색 가면을 쓴 뽕면가왕은 지난달 스타뉴스와 처음으로 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가면을 쓰고 노래하지만 인터뷰는 가면을 내려놓고 가식없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복면을 벗은 뽕면가왕은 훤칠했다. 그가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자, 저절로 '아'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가면 속 그는 인기 많았던 드라마 OST의 주인공이었던 것. 이미 노래는 전국민이 다 아는 가수인 그가 왜 복면을 쓰게 됐는지 들어봤다.

"사연 없는 가수가 어디 있을까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10년 넘게 음악을 하며 공백기도 있었고 힘든 시기도 있었죠. 사실 제 얼굴을 모르는 분들은 많이 있어도 제 노래를 들으면 다들 알아요. 하지만 복면을 쓰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시작해 보고 싶었어요."



지금은 트로트 노래를 부르지만 그의 음악적 베이스는 록이다. 록 가수로 시작한 뽕면가왕은 OST등을 통해 발라드를 불렀고 가수 데뷔 15년 만에 가면을 쓴 채 트로트를 부르게 됐다. 록음악에서 트로트 음악으로 옮겨가며 왜 복면을 써야 했을까. 거기에는 뽕면가왕만의 속사정이 있었다. '아무런 편견 없이 음악으로 실력을 가린다'라는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의 모토처럼 그 역시 아무런 편견이나 기대 없이 실력으로 승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록 밴드에서 활동하다가, 팀 내에 일이 생겨서 노래를 못하게 됐어요. 힘든 상황에서 저도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런데 생존의 문제라는것이 있잖아요. 먹고 사는 일. 그래서 록을 계속해야 할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재밌게 트로트 장르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동안 계속 록 음악을 하다 보니 동료 선후배들도 있고 개인적인 팬도 있어요. 제가 이름을 걸고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면 실망하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가면을 쓰게 됐죠."

image
뽕면가왕 / 사진=임성균 기자


이름 대신 가면을 앞세우고 무대에 서게 된 뽕면가왕. 그 누구보다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싶고, 노래를 알리고 싶었던 15년차 가수인 그는 더 많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위해 가면을 쓰게 됐다. 그에게 있어서 '뽕면'이라는 가면은 어떤 의미일까.

"사실 요새는 잠을 잘 못 자요. 자려고 누우면 너무 많은 생각이 떠올라서요. 이 뽕면을 통해 그동안 제가 갈구했던 것들을 찾고 싶어요. 노래 잘하고, 무대 잘하는 가수로서 제2의 삶을 꿈꾸고 있어요. 가수라는 실력이 있어야만 되는 것은 아니고 운도 따라야 되잖아요. 저에게도 그 운이 와주길 바라고 있어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세요."

뽕면가왕은 노래로 먹고살기 위해 가면을 쓰고 트로트 가수로 변신했다. 하지만 그의 뿌리는 록. 그는 록을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뽕면가왕이 택한 것은 바로 이중생활이다. 그는 현재 자신의 이름 세 글자로 록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오르고, 뽕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트로트를 부르며 마치 드라마 주인공처럼 1인 2역을 하고 있다.

"트로트를 부를 때는 복면을 계속 쓸 생각이에요. 록음악을 하는 저와 뽕면가왕은 별개로 보는 거죠. 사실 공연이 겹쳐서 들어와요. 내일은 뽕면가왕으로 무대에 서고 그 다음날은 이름 세 글자를 걸고 공연해요. 이중생활이죠. 하하."

image
뽕면가왕 / 사진=임성균 기자


아무리 뽕면가왕 가면을 쓴다지만, 록 음악과 트로트 음악을 병행한다니 신기했다. 노래부르는 창법부터, 태도, 목소리 등 다 조금씩 다를 텐데 힘들지 않을까. 그것도 하루에 한 번씩 변신한다고 하니 힘든 점은 없는지 물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죠. 하하"

그래서 본명과 얼굴은 공개는 언제 하겠다는 걸까. 그는 '복면을 벗고 싶을 때'라고 답했다.

"밴드 백두산 유현상 선배님이 예전에 트로트를 불렀다가 대중의 비난을 받은 적이 있어요. 사실 트로트도 어렵고 심오한 장르인데 사람들의 생각이 '뽕짝'이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도 가면 속으로 숨는 것 같아요. 이 가면을 쓰면 왠지 편하게 노래할 수 있거든요. 때가 되면, 이제 복면을 벗어도 될 때가 올거라고 생각해요. 그때 제 이름 세 글자로 사람들 앞에 서야죠."

image
기자 프로필
김미화 | letmein@mt.co.kr 트위터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미화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