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화가' 수지맞은 류승룡, 센터 내준 이유③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11.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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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리화가' 포스터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 분)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메인 포스터에는 배수지와 류승룡 두 배우가 등장한다. 한복 차림으로 곱게 단장한 배수지가 전면에 나서고 류승룡은 한 발 물러나 지켜보는 모습이다. 류승룡의 시선조차 정면이 아닌 수지를 향한다. 영화의 얼굴이기도 한 포스터는 이 영화가 누구의 영화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에 등극한 이래 신중한 선택 끝에 3년 만에 스크린에 도전한 배수지가 주인공을 맡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극중 판소리를 직접 소화한 배수지는 소리꾼 진채선의 성장기를 그리는 한편 섬세한 감정의 결까지 짚어내며 제 몫을 확실하게 해낸다. 실제 걸그룹 미쓰에이의 멤버 수지이기도 한 그녀의 이야기가 녹아든 듯도 하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것은 수지에게 센터를 내어 주고 그 뒤를 묵묵히 떠받친 류승룡의 존재다. '7번방의 선물'로 1300만 흥행을 일구는 등 스크린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꾸준한 성적표로 승승장구해 온 류승룡은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애니메이션 더빙에도 참여할 만큼 다양한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분량을 떠나 강렬한 캐릭터를 포기한 적은 그다지 없었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저리 가라 할 만한 강렬한 캐릭터로 시선을 휘어잡는 건 그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었다. 북한군 장교로 등장했던 '고지전', 만주어를 쓰는 청나라 장수가 됐던 '최종병기 활', 킹메이커 허균으로 분했던 '광해, 왕이 된 남자'. 그리고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해도 무방할 희대의 캐릭터 '내 아내의 모든 것' 장성기까지. 팔색조 같은 캐릭터를 선보이며 지금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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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리화가' 스틸컷


그러나 '도리화가'에서는 류승룡표 '센 캐릭터'를 완전히 내려놓은 모습이다. 그가 맡은 신재효는 조선 후기 판소리 이론을 집대성한 대가이자, 조선 최초 판소리 학당 동리정사의 수장을 맡았던 실존 인물. 그러나 극중 신재효는 전면에 나서 실력을 과시하는 대신 첫 여성 소리꾼을 발굴하고 키운 선생님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한다. 모든 것을 키운 제자가 판소리 무대로 시선을 사로잡는 동안 북을 잡은 신재효의 모습이 그대로 구현된 셈. 최근 개봉해 흥행몰이 중인 '검은 사제들'에서 허무맹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든든히 떠받치며 강동원 박소담을 더욱 빛나게 한 김윤석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류승룡은 지난 18일 기자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뒤에서 멘토처럼 묵묵하게 지켜보고 응원하는 애정하는 모습이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극중 역할을 설명했다. 또 "정중동이 저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거칠게 표현하거나 많이 표현하지 않아도 침묵의 언어가 파장, 여운이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센캐'를 벗은 류승룡의 새로운 도전은 통할까. 오는 25일 개봉하는 '도리화가'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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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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