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길미 "'언프리티2' 고인 물 다시 흐르듯, 큰 자극 됐죠"(인터뷰①)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 종영 그 후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5.11.19 15:11
  • 글자크기조절
image
길미 /사진=김창현 기자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티리 랩스타' 시즌2(이하 '언프리티2')가 막을 내린 지 엿새가 지났다. 시즌1에 비해 화제성이 떨어졌다는 아쉬운 평도 있었지만 트루디, 키디비 같은 숨은 진주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성과도 있었다.

이목을 끌었던 래퍼 가운데 길미(32·길미현)라는 실력이 검증된 베테랑도 있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첫 회부터 가사 실수를 연발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부담감이 어깨를 눌렀다.


하지만 도전 없는 삶은 고인 물과 같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때문에 그녀의 도전은 시도 자체만으로 값진 경험이었다. 비록 프로그램 중반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맏언니의 모습에 후배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어느 날, 길미를 만났다. '언프리티2' 종영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잃은 것 만큼이나 얻은 게 많았다"는 그녀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했다.

"아쉬움, 솔직히 많죠.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쌔끈한 모습 못 보여드려 후회도 남아요. 한편으론 재밌었죠. 그동안 활동이 뜸해서 마치 고인 물 같았거든요. 이제 배수관이 뚫린 느낌이랄까. 고인 물이 다시 흐르듯, 새로운 시도를 통해 큰 자극이 됐어요."


image


길미는 2000년대 초반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수백 번 공연을 통해 무대경험을 쌓았다. 2009년엔 그룹 젝스키스 출신 은지원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디지털 싱글 '러브 커츠'(Love Cuts)로 정식 데뷔했으며, 2011년 은지원, 타이푼과 그룹 클로버를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발표한 정규앨범 '2 Face'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곧 긴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는 "평생 재밌게 해왔던 음악이 재미가 없어지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신선한 자극이 필요했던 그는 결국 고심 끝에 '언프리티2'에 도전장을 던졌다.

'평소 하는 것보다 5~6배 수고한 앨범인데, 정작 성과는 안 좋았어요. 음원 퀄리티도 썩 맘에 들지 않았죠. 스퍼트를 확 냈다가 딱 막힌 느낌이 들면서 스트레스가 극심했어요. 뭔가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이었죠. 그런 기간이 오래 길어지니 뇌가 퇴화하는 느낌마저 들어 음악을 그만둬야 하나 걱정도 됐어요. 물론 쌓아온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언프리티2'에 안 나가는 게 맞나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 것 같았어요."

불투명한 미래에 안개가 걷히니 치열한 전장이 펼쳐졌다. 현실과 직접 맞닥뜨리니 진땀이 나도록 긴장의 연속이었다. 첫 촬영부터 시작된 강행군은 한 달 내내 이어졌고, 그를 한계상황까지 내몰았다.

그는 "머리끄덩이를 잡히듯 자의 반 타의 반 가사를 계속 써야 했다"며 "그날 가사를 쓰고 다음날 공연하는 시스템이었다. 50~60시간씩 촬영을 이어지고, 여유시간을 줘도 가사를 써야 하니 잠을 못 잤다. 거의 한 달 동안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고 털어놨다.

image
길미 /사진=김창현 기자


익숙지 않은 환경 때문이었을까. 그는 방송 초반 연이은 가사 실수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절미', '가사 상실녀' 등 가사 실수와 관련, 웃지 못할 별명들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가 됐다.

"1회 때 그런 모습으로 방송에 나올지 몰랐는데..(웃음) 2회 때는 통으로 가사를 절어서 고전하긴 했어요. 처음이라 임팩트가 강했나봐요. 다른 래퍼들도 가사 실수를 했는데 말이죠. 하필 탈락할 때도 가사를 절어서 이미지가 더 그렇게 됐네요."(웃음)

극심한 스트레스로 촬영 도중 장염까지 겹쳤다. 그는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계속 강행하려니 나중엔 병이 걸리더라"며 "평소 크게 아픈 편도 아니고, 병원도 잘 안가는 편인데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일부 시청자들의 왜곡된 시선이었다고 털어놨다.

"평소 성격이 푼수라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방송에선 과묵하게 나오더라고요.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의욕 없어 보인다는 오해를 받을 때 좀 힘들었죠. 실제 제 모습과 다르게 봐주시는 것은 좀 억울해요. 가사를 까먹거나 고전했던 부분은 사실 그대로니까 뭐라고 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의욕이 없던 것은 아니었어요. 정말 열심히 했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했습니다."

image
길미 / 사진=김창현 기자


피드백에도 각별하게 신경 쓴다고 했다. 종종 인터넷을 통해 악성 댓글(악플)도 읽게 되지만 방송 이후엔 자칫 큰 상처를 받을까 접속을 자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렇게까지 안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평생 먹을 욕을 다 먹고 있네요. 하하."

출연자들과 함께 고생한 만큼 관계는 더욱 끈끈해졌다. 특히 피에스타 예지, 키디비, 안수민 등 몇몇 래퍼들과는 평소에도 자주 연락도 취하고 만나는 사이라고 했다.

"다들 '언프리티2'하면서 친해졌죠.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격들이라 잘 통했던 것 같아요. 1회 때부터 이미지가 골로 간 친구가 하필 예지, 키디비, 저였어요.(웃음) 제일 친한 친구끼리 그렇게 나와서 웃겼죠. 2회부턴 만나서 같이 시청했어요. 아. 예지는 저희 집 단골손님이에요. 11살이나 차이 나지만 말이 잘 통해 가깝게 지내요."

길미에게 '언프리티2'는 결국 '독'이었는지 '득'이었는지 물었더니 "딱 반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그동안 대중에게 잊혀 가는 가수의 느낌이 있었는데, 리마인드된 것 같다"며 "음악적으로 성장하고 창작의 희열을 느낀 것만으로도 굉장히 만족한다. 물론 독도 엄청 컸다. 이 독을 빼내라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길미의 다음 행보는 새 앨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연말께 발매를 목표로 작업에 한창이다. "(앨범은) 빨리 내야 될 것 같아요. 그동안 공연도 많이 고팠어요. 신곡으로 관객들과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 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교감하고 싶어요."
기자 프로필
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