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김현수가 알아야 하는 메이저리그 생존법칙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1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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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뉴스1





1904년 시작된 한국 야구 역사상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박찬호는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1994년 데뷔했으나 풀타임 빅리거가 된 때는 1996시즌이다. 그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한국 사회에 '박찬호 열풍(熱風)'이 불게 했다.


그런데 박찬호가 열어젖힌 한국인 메이저리그 역사가 11년 만인 2007시즌 메이저리그 현역 25인 로스터에서 한국인의 이름이 사라지면서 느닷없이 중단됐다. 이에 야구계와 언론에서 그 배경에 대한 전문가답게 날카로운 지적들이 계속 나왔는데 그런 지적들 중 일부는 여전히 메이저리그의 진정한 생존 법칙을 오해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금년 스토브리그 중 두산 베어스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고 프리미어 12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좌타자 외야수 김현수(27)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게 됐다. 그는 17일 워싱턴 D.C로 출국했는데 볼티모어는 워싱턴 D.C에서 승용차로 2시간 거리이다. 공항에서 자신의 에이전트를 만나 볼티모어로 이동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볼티모어는 1893년 설립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존스 홉킨스 의학대학원과 병원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병원 역시 수십년간 전미(全美) 랭킹 1~2위를 지키고 있다.


이제 김현수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메이저리그의 처절한 생존 법칙이다. 약육강식의 정글이 바로 메이저리그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잘못 인식하고 있는 야구인들도 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주장은 언어 장벽과 문화의 차이를 극복을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 것처럼 보고 있는 관점이다.

2007시즌 당시 박찬호와 서재응 그리고 김병현까지 일시적일지는 모르나 갑자기 메이저리그에서 밀려난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것은 그들의 영어 실력, 문화 적응도와는 99.9%, 사실상 100% 상관이 없었다. 언어와 문화의 문제는 마이너리그에서 배우고 있을 때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도 강한 정신력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만 갖추고 있으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불편할 뿐이다.

1995년 노모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일본에서 태어난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 빅리그에 진출하는 일본인 선수들은 예외없이 계약 조건에 '통역 제공'을 넣는다. 심지어는 부인의 통역도 요구한다. 2006년 12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보스턴의 마쓰자카는 그를 전담하는 '팀 마쓰자카(Team Matsuzaka)'와 구단의 담당 직원 등 세 명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팀 마쓰자카'는 개인 통역과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시절부터 함께 훈련해온 트레이너로 구성됐고 구단의 이중언어 구사 직원은 일본 미디어를 담당했다.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마쓰자카가 2007시즌 중 LA 에인절스와의 원정 경기에 나섰다가 미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마쓰자카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제2차 세계 대전에 일본군으로 참전해 적군을 향해 수류탄을 무려 63m나 투척했다는 것을 큰 자부심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를 안 미국 기자가 "그 때 혹시 미군(美軍)과의 전투에서 던진 것 아니냐?"고 비수를 들이댄 것이다. 통역도 어쩔줄 몰라 하는 어색한 상황에서 마쓰자카가 웃으며 '아마 러시아'라고 대답해 일단락됐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마쓰자카의 예를 들면 영어를 못해도, 그리고 조상이 혹시 미군을 향해 수류탄을 날렸을지라도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2007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우승자였던 LA 에인절스의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이었는데 메이저리그 생활 내내 영어로 말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통역을 썼다. 그는 미국에서 운전도 안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버는 돈으로 비서 겸 운전 기사를 고용한 것이다.

박찬호가 2001 시즌 후 처음 FA가 돼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6,500만 달러에 계약을 했을 때이다. 톰 힉스 구단주는 알링턴 홈 구장에서 열린 계약식장으로 팀의 새 에이스를 모시기 위해 LA에 개인 전용기(private jet)를 보내왔다. 박찬호는 당시 극진한 대우에 놀라 "내가 원한다면 정말 무엇이라도 해줄 것 같다"고 말했었다. 박찬호는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는 영어를 구사하고 미국식 사고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메이저리그를 보장해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법칙만이 존재하고 야구만 잘하면 '거짓 존경'까지 받을 수 있는 정글이다.

김현수가 볼티모어에서 계약금 연봉 외에 어떤 대우를 받게 됐는지 궁금하다. 가장 빨리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는 보장, 그리고 불필요한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돈 보다 더 중요하다. 상상하기 어려운 돈이 실력만 있으면 따라오는 곳이 메이저리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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