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손민한과 구로다 40세 동갑 투수 다른 운명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1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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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시즌을 마친 후 은퇴를 선언한 손민한. /사진=뉴스1





1965년 3월 31일이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legend)인 LA 다저스의 왼손 투수 샌디 쿠팩스가 전날 스프링 트레이닝 경기 투구를 마치고 아침에 눈을 떴다. 그런데 그의 왼팔이 출혈로 인해 전체가 검고 푸르게 멍이 들어 있었다.


샌디 쿠팩스는 곧바로 LA로 돌아와 구단 주치의였던 로버트 켈란 박사를 만났다. 켈란 박사는 쿠팩스에게 다행히 일주일에 한 번 투구하는 것은 괜찮다고 조언했다. 선발 등판 중간에 하는 불펜 투구는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쿠팩스는 그것을 지키지 않았다. 통증약을 먹고 투구를 강행했던 것이다. 그 해 9월 9일 샌디 쿠팩스는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통산 8번째 퍼펙트게임을 했고 시즌 전체로는 무려 335⅔ 이닝을 던지며 26승, 평균자책점 2.04, 탈삼진 382개로 투수 트리플 크라운의 위업을 달성했다.

다음 해 1966시즌 4월 로버트 켈란 박사는 샌디 쿠팩스에게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니 은퇴를 준비하라고 했다. 쿠팩스는 스스로 예감하고 4일마다 한 번씩 마운드에 올라 323이닝을 투구하며 27승 9패, 평균 자책점 1.73을 기록했다. 그 후 메이저리그에서 왼손 투수가 27승을 달성한 것은 1972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스티브 칼톤이 올린 27승 타이기록이 유일하다.


1965 시즌 LA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MVP가 됐던 샌디 쿠팩스는 1966시즌 역시 팀을 월드시리즈에 진출시켰으나 LA 다저스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승리 없이 4연패로 주저앉았다.

월드시리즈가 끝나자 샌디 쿠팩스는 전격적으로 은퇴를 발표했다. 1935년생인 그의 나이 31세 때이다. 이유는 물론 통증 때문에 더 이상 투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해 27승을 올린 투수가 시즌 후 은퇴한 것은 야구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샌디 쿠팩스는 주치의인 로버트 켈란 박사의 은퇴 권유를 받아들여 명예롭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켈란'이라는 이름은 야구팬들이 떠올릴만하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왼쪽 어깨 슬랩(slab) 수술을 받은 병원이 '켈란-조브 클리닉'이다. 토미 존 서저리로 프랭크 조브 박사가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로버트 켈란 박사도 스포츠 의학의 개척자였다. 지난해 3월 6일 88세를 일기로 작고한 프랭크 조브 박사보다 앞선 1996년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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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 시절 구로다 히로키. /AFPBBNews=뉴스1





글쓴이가 느닷없이 샌디 쿠팩스를 떠올린 것은 올 시즌 NC 다이노스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령 10승 투수가 된 손민한의 예상치 못한 은퇴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워서이다. 더욱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승리를 거두기까지 했다. 그랬던 손민한이 시즌 후 은퇴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NC 다이노스를 떠났다.

명예롭게 설명하면 '박수 칠 때' 물러난 것인데 오랜 기간 야구를 취재한 글쓴이의 생각으로는 나이 40세에 10승 투수가 된 손민한의 은퇴는 예상치 못했고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과연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궁금하지만 깊숙한 부분을 알 수가 없었다.

거의 비슷한 스타일의 우완 정통파, 메이저리그를 거쳐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카프의 구로다 히로키를 보면 손민한의 은퇴는 더욱 이해가 안 된다. 구로다와 손민한은 같은 1975년생이다. 손민한이 1월생으로 2월생인 구로다보다 한 달 앞선다. 체격 조건은 구로다가 좋다.

구로다는 올 시즌 11승 8패, 평균 자책점 2.55를 기록했다. 손민한(11승 6패, 평균 자책점 4.89) 보다 좋은 성적이다. 그래도 그의 나이가 있다. 그런데 히로시마 카프는 구로다와 지난해 4억엔(약 38억원)에서 2억엔이 오른 6억엔(약 58억원)이라는 2016시즌 일본 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한국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손민한과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카프의 구로다, 40세 두 동갑내기 우완 정통파는 올 시즌 같은 11승을 기록하고도 누구는 은퇴, 누구는 최고 연봉으로 운명이 극명하게 갈렸다.

왜 손민한이 은퇴했을까? 샌디 쿠팩스처럼 부상이나 통증이 그 이유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명예롭게 은퇴한 것일까?

2011시즌 고향 팀 롯데에서 방출당하고도 2013년 NC 다이노스와 연봉 5000만원에 계약하고 마운드로 복귀한 손민한이 11승을 거둔 다음 은퇴를 했다는 것이 믿기 어렵다. 10승 투수가 시즌 후 스스로 은퇴를 단행한 것은 한국프로야구 34년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속사정이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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