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임창용 도박 징계와 MLB 사례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1.0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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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약식기소 처리된 임창용.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전(前) 삼성 투수 임창용(40)에 대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구본능)의 상벌위원회(위원장 양해영 사무총장)가 1월 초 열리게 된다. 프로야구 리그 운영의 주체로 한국 야구발전의 책임을 지고 있는 KBO가 과연 어떤 징계를 내릴지 그 수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정규 시즌 5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5연패(連覇)를 노리던 삼성 구단은 느닷없이 터진 임창용을 포함한 윤성환, 안지만 등의 마카오 카지노 정킷방 도박 의혹을 접했고, 세 선수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이 되기도 전에 한국시리즈 엔트리 명단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패하고 말았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엄청난 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도박 의혹에 대해 '위기 대응'에 나섰고 임창용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시켜 방출했다. 임창용에 이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전 삼성, 그리고 일본프로야구 한신 투수 출신인 오승환도 12월 30일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두 선수에게 단순 도박 혐의를 적용해 벌금 7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로써 임창용, 오승환에 대해 법적인 형사 처벌은 마무리 됐다. 그리고 오승환은 현재 한국프로야구 KBO 리그 소속 선수가 아니어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상벌위원회에 회부할 수가 없다. 만약 오승환이 한국프로야구에 복귀하게 되면 KBO 상벌위를 거쳐야 된다.


임창용의 경우는 KBO 상벌위에서 징계를 받게 되면 한국프로야구에서의 활동은 물론 일본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등 KBO가 정식 교류를 맺고 있는 리그 진출에 있어서도 제약을 받는다. 현실적으로 오승환의 경우는 매우 난처한 처지이다. 야구 경기에 관련된 도박이 아니라고는 해도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지난해 요미우리 선수 3명이 경기 결과에 베팅한 것이 밝혀져 요미우리 구단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하고 일본프로야구기구(NPB)는 무기한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새해를 맞아 임창용의 도박 문제를 길게 끌고 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경찰에서 수사 중인 안지만, 윤성환의 결과가 나와 함께 상벌위에 올리기도 부담스럽고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한편으로는 KBO가 빨리 처리를 해줘야 임창용도 시즌 시작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수 있다.

그런데 KBO 상벌위원회도 징계 수위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 누구도 명쾌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이다.

2008년 프로야구 선수들의 인터넷 도박 파문이 일어 사회적으로 지탄받았을 때 KBO 상벌위는 5경기 출장 정지, 벌금 200만원, 48시간 봉사 명령 징계를 내렸다. 당시 선수들 사이에 그 징계를 놓고 '징계가 무서워 도박을 안하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말들이 나왔다.

이후 일부 선수들의 정선 카지노 출입으로 2010년 도박 금지 각서를 받고 더 나아가 선수들의 동의를 얻어 강원랜드에 신상 정보를 제공하고 출입을 막았으나 이번에 마카오 카지노 정킷방(돈을 주고 빌린 카지노 VIP룸) 바카라 도박이 적발됐다. 임창용과 오승환은 상습이 아닌 일회성 단순 도박, 금액은 40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들이 야구를 계속해야 하고, 또 해외 진출 기회를 주기 위해 검찰도 고민을 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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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매덕스. /AFPBBNews=뉴스1





이제 공은 KBO로 넘어왔다. 어떻게 임창용을 징계할 것인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도박으로 한국프로야구 KBO 리그의 명예를 추락시킨 것에 대한 벌을 내려야 하는데 그 선례와 기준을 잡기 어렵다. 오히려 삼성 구단은 임창용에 대해 단호했다. 팀에서 방출하는 조치를 형사적 처벌이 나오기도 전에 내렸다.

따라서 KBO가 삼성을 신경 쓸 이유도 없다. 삼성 소속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KBO로서는 더 이상 도박을 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다.

메이저리그와 미 프로풋볼(NFL),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세계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도박'에 대한 처벌은 엄하다. 팬들의 외면을 받으면 리그 자체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임창용에 대한 징계의 기준으로 삼을 사례가 메이저리그에도 없다. 메이저리그는 1919년 신시내티-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월드시리즈에서 화이트삭스 선수 8명이 돈을 받고 져주기에 가담하는 '블랙삭스 스캔들'이 대표적인 도박 사건이다.

이 문제로 커미셔너 제도가 생겼고 초대 커미셔너는 연방 법관 출신인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가 됐다. 그리고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의 첫 업무는 블랙삭스 스캔들 가담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메이저리그 영구 자격 정지였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징계를 받으면 구단 스카우트조차 할 수 없다. 블랙삭스 스캔들 이전과 이후 메이저리그의 도박 관련 징계는 피트 로즈 사례처럼 모두 경기 승부 조작과 관련된 경우 내려졌다. 임창용, 오승환의 선례는 없다.

메이저리그의 명투수, 그렉 매덕스의 경우 선수 시절 겨울 훈련을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하는데 그는 큰 도박을 즐겼다.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가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그도 카지노를 찾아 도박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에 대해 메이저리그나 PGA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처벌을 하지 않는다.

과거 한국프로야구 일부 선수가 정선 카지노를 출입했을 때도 사회적인 비난을 우려해 못 가게 한 것이지 KBO 상벌위에 회부하지는 않았다. 정부에서 합법적으로 허용한 도박장이기 때문이다.

도박에 관한 처벌을 놓고 메이저리그 역사를 훑어보았을 때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1983년 보위 쿤 커미셔너 시절 자격 정지를 당한 미키 맨틀과 윌리 메이스의 사례이다. 이들은 은퇴를 하고 더 이상 야구에 관련하지 않던 시기에 미 뉴저지주 애틀란틱 시티의 카지노에 고용됐다. 하는 일은 카지노 '손님 영접 담당(greeter)'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얻은 유명세를 이용해 사인(autograph signer)을 해주며 손님을 끌어 모았다.

이에 보위 쿤 커미셔너는 '카지노는 야구 영웅과 메이저리그 헌액 선수들이 있어야 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의견으로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이들은 2년 후인 피터 위버로스 커미셔너 시절 사면됐다.

어떻게 보면 메이저리그의 징계를 받을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자격 정지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그만큼 리그를 총괄하고 지켜야 하는 커미셔너로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정직성과 도덕성은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가치였던 것이다. 한국프로야구 구본능 총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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