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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
SBS 월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조선 초기 치열한 정치판의 모습을 재현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극의 전개가 종반을 향해갈수록 왕권을 강화하려는 이방원(유아인 분)과 재상총재제를 주장하는 정도전(김명민 분)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1일 오후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정도전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독수(바둑에서 자비 없는 치명적인 수)를 두는 이방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명나라가 조선이 보낸 표전문에 트집을 잡아 '책임자 정도전을 압송하라'는 서찰을 보내도록 계략을 짠 것.
이방원은 정도전을 무섭게 몰아세웠다. 곳곳에 정도전을 반대하는 세력을 끌어 들여 정도전을 침몰시키려 했다. 이방원의 심복인 하륜(조희봉 분)은 편전에서 화술을 이용해 정도전을 명나라에 보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장인 민제(조영진 분)도 하륜을 거들었다. 남은(진선규 분)과 세자 이방석의 장인 심효생이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재상총재제를 반대하는 권근도 이방원과 손잡고 정도전을 몰아세웠다. 조말생(최대훈 분)은 성균관 유생들을 동원해 정도전을 명나라로 보내라는 상소를 올렸다. 그럼에도 정도전이 편전에 나타나지 않자 '명에 가지 않으려 버티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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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룡이 나르샤' 방송 화면 |
상황이 난처해진 정도전은 왕인 이성계(천호진 분)에게 명에 가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자신이 신임하는 정도전을 보내지 않겠다는 이성계의 입장은 강경했다. 결국 정도전은 이성계와 사전 논의를 통해 모든 관직에서 물러나는 방법을 택해, 위기를 모면했다.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대군마마(이방원)의 독수에 제가 졌다"며 패배를 인정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저 또한 독수는 두지 않았다"며 반격을 예고했다.
정도전의 반격은 '요동 정벌'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사병 혁파를 하기 위한 '헛패'가 아니었다. 실제 전쟁을 일으켜 요동을 점령하고 사병 혁파까지 완수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었다.
정도전은 개성 만월대에서 은밀히 이성계를 만나 요동 정벌을 주장했다. 명 황제 주원장의 죽음으로 곧 촉발될 내전을 틈타 허술해진 요동을 치자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현재 요동을 지키고 있는 주원장의 넷째 아들 주체(문종원 분)가 왕위를 찬탈하려 수도 금릉(남경)으로 향할 것이 자명해 보였다.
이방원과 비밀 조직 '무명'도 정도전과 같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지만 '요동 정벌'로 벌어질 결과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전쟁으로 인해 군이 단일화되고 사병 혁파가 이뤄지면 자연스레 세자에게 위협이 되는 대군들의 힘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힘을 키우려는 이방원의 입장과도 반하는 것이다.
역사대로라면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제1차 왕자의 난'이 발발하면서 정도전의 야심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왕자들의 힘을 견제하던 정도전의 죽음도 임박했음을 알 수 있다. 과열된 조선 초기 정치판이 피로 물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