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헤인즈 향한 추일승 감독의 빛났던 뚝심

고양=김지현 기자 / 입력 : 2016.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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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오리온이 14년 만에 챔피언에 등극했다. /사진=KBL 제공





고양 오리온 추일승 감독이 생애 처음으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플레이오프서 오리온을 한 팀으로 만드는데 성공하면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정규시즌서 오리온은 그 어느 팀보다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오리온은 올 시즌 초반 돌풍의 팀이었다. 기존 풍부했던 포워드 라인에 KBL 최장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가 팀에 합류하면서 큰 시너지가 났다. 헤인즈는 영리했다. 슛이 좋은 오리온의 포워드 라인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재치있는 플레이로 자신의 득점을 챙기면서 외곽 슈터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줬다. 그 결과 오리온은 시즌 초반 KBL 역사상 17경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최초로 15승을 거둔 팀이 됐다.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

하지만 오리온에 위기가 찾아왔다. 돌풍의 중심인 애런 헤인즈가 무릎 부상으로 장기간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교체도 고려해야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리온은 헤인즈를 끝까지 품기로 했다. 그러면서 헤인즈에 밀려 출전시간을 제대로 잡지 못한 조 잭슨을 1옵션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그동안 해왔던 농구와는 전혀 다른 농구를 해야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1옵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잭슨이었다. 잭슨은 시즌 초반 한국 농구의 지역수비에 적응하지 못했다. 무리한 공격을 일삼았다. 동료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포인트가드였지만 동료들의 기회보다는 자신의 득점을 우선시 생각했다. 압도적 1위였던 팀 성적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잭슨을 다른 팀들처럼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교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잭슨과 끝까지 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드러냈다.


추일승 감독은 결국 잭슨을 팀에 녹이는데 성공했다. 그때부터 잭슨은 오리온의 돌격대장이 됐다. 빠르게 속공을 전개하면서 오리온에 빠른 농구라는 무기를 장착시켰다. 하지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헤인즈가 복귀하자마자 발목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이에 대해 추일승 감독은 "헤인즈가 두 번째 다쳤을 때는 교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고민이 됐다. 하지만 잭슨이 올라오면서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갈등이 심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추일승 감독은 버텼다. 그리고 헤인즈가 건강을 찾아서 시즌 막판 코트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잭슨과 헤인즈의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잭슨이 1옵션이 된 상황에서 또 다른 1옵션이었던 헤인즈가 함께 뛰면서 공격 밸런스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헤인즈가 복귀했음에도 시즌 초반과 같은 강렬한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추일승 감독은 정규시즌이 끝날 때에는 두 선수의 적절한 활용법을 찾았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서 추일승 감독은 헤인즈와 잭슨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헤인즈와 잭슨이 함께 뛸 때는 잭슨으로 하여금 자신의 득점보다는 동료를 살리는데 집중하도록 했다. 잭슨이 돌발행동 최대한 줄이면서 잭슨의 돌파로 파생되는 찬스를 만드는데 주력했고 헤인즈의 공격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4쿼터 승부처에는 잭슨의 승부욕을 이용했다. 승부처 집중력이 좋은 잭슨은 승부처에서 강했다. 스피드로 경기 막판 체력 소모로 어려움을 겪는 상대팀을 압도하는 공격력을 보였다. 헤인즈와 잭슨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었다.

두 선수를 한 팀으로 묶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위기도 많았다. 교체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은 헤인즈와 잭슨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보였고 헤인즈와 잭슨은 추일승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추일승 감독의 뚝심이 승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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