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잔혹사'부터 '아가씨'까지..칸 한국영화 도전사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6.04.14 19:03 / 조회 : 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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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가씨' 스틸


'아가씨'가 4년 만에 한국영화 칸 경쟁부문 입성을 이뤄냈다. 한국영화와 칸영화제의 33년 인연은 계속된다.


칸 국제영화제 사무국은 1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부문 진출작을 공개했다.

올해 한국영화는 장편경쟁, 주목할 만한 시선, 특별상영, 비경쟁부문 등 칸국제영화제 주요부문에 진출작을 내며 주목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장편 경쟁부문,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비경쟁 부문,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각각 초청됐다. 세 감독 모두 이미 전작으로 칸과 인연을 맺은 '칸의 남자'들이다.

한국영화와 칸국제영화제의 첫 인연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두용 감독의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는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하며 칸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89년에는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1996년 양윤호 감독의 '유리'가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

1997년에는 전수일 감독의 '내 안에 우는 바람'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1998년에는 홍상수 감독이 '강원도의 힘'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특별언급상을 받았다. 같은 해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은 감독주간에서 상영됐다. 또한 1999년 송일곤 감독의 '소풍'은 단편경쟁부문에 초청,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한국 영화 첫 칸 장편 경쟁 부문 진출은 2000년이 돼서야 이뤄졌다. 바로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그 주인공. 이외에도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이 주목할 만한 시선,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은 감독주간, 정지우 감독의 '해피 엔드'는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총 4편의 한국영화가 칸으로 향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이후 2001년 신동일 감독의 '신성가족'(단편 경쟁부문)과 김영남 감독의 '나는 날아가고...너는 마술에 걸려 있으니까'(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의 진출을 거쳐 2002년에는 한국 영화가 처음으로 장편 경쟁 부문에서 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임권택 감독은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2년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와 박성진 감독의 '허니문', 강병화 감독의 '초겨울 점심', 박진오 감독의 '리퀘스트' 등이 나란히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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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 사진=스타뉴스


한국영화의 칸과의 인연은 2004년 그 정점을 찍는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2004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분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일약 세계적인 감독으로 부상한다. 또한 홍상수 감독은 같은 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세 번째 칸 입성에 성공하며 '칸의 남자'임을 입증하고 김의석 감독의 '청풍명월'(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김윤성 감독의 '웃음을 참으면서'(감독주간 부문), 서해영 감독의 '날개'(시네파운데이션 부문) 등도 칸과 인연을 맺었다.

2005년에는 무려 8편의 작품이 칸의 부름을 받았다. 경쟁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 주목할 만한 시선에 김기덕 감독의 '활',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와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이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도 비경쟁부문으로 상영됐고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 손가락'이 칸 클래식에, 장률 감독의 '망종'이 비평가주간에서 상영됐다. 이중 '주먹이 운다'가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망종'이 프랑스독립영화백급협회상을 수상했다.

2007년은 한국 영화가 사상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배우로 수상하는 영광을 안은 해다. 이 때는 김기덕 감독의 '숨과'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나란히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밀양'의 주연을 맡은 전도연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칸의 여인'으로 우뚝 섰다. 이외에도 칸클래식 부문에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이,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홍성훈 감독의 '만남'이 초청됐다.

이후에도 한국 영화는 꾸준히 칸의 문을 두드렸다. 2008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비경쟁부문에서 상영된 것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이 '도쿄!'로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됐다. 2009년에는 '늑대소년'을 연출했던 조성희 감독이 만든 '남매의 집'과 임경동 감독의 '경적'이 나란히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연산군'이 칸 클래식 부문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먼지아이'가 감독주간, '6시간'이 비평가주간, '허수아비들의 땅'이 프랑스독립영화배급협회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홍상수 감독은 '하하하'로 2010년 또 한 번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해 대상을 수상했고, 이창동 감독의 '시'는 경쟁부문 각본상을 받았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경쟁부문에 초청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김기덕 감독은 2011년 '아리랑'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았고, '황해' '북촌방향'이 같은 부문에 초청됐다.

2012년에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가 경쟁부문에 초청됐지만 아쉽게 수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2013년 이후 3년 간 경쟁 부문에 작품을 내놓지 못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2013년에는 단편 경쟁부문에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Safe)'가,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김수진 감독의 '선(The Line)'이 칸 초청 소식을 전했다. 2014년에는 정주리 감독 '도희야'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창 감독의 '표적'이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가 감독 주간 부문에, 권현주 감독의 '숨'이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여기에 전도연이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2015년에도 홍원찬 감독의 '오피스'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오승욱 감독의 '무뢰한'과 신수원 감독의 '마돈나'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제 69회 영화제에서 '아가씨'가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아쉬움을 덜어냈다. 나란히 진출한 한국 영화들이 올해 영화제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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