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썰전'의 예언 말고, 예측으로 '사이다'가 되어주오!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16.04.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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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JTBC


소위 말하는 A급 톱스타는 없어도 기발한 게임이나 벌칙이 없어도 시청자들을 꽉 잡은 프로그램이 바로 JTBC '썰전'이다. 강용석과 이철희, 두 사람을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라는 구도에서 신랄하게 정치에 대한 '썰'을 푼 것은 당시 센세이션했다.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 들지 않고, 객관적이면서 신랄한 비판을 했던 것은 당시 방송가에선 드문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썰전'은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강용석이 스캔들로 그만뒀을 때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이준석이 채워 안정을 되찾았지만, 그도 잠시.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철희, 이준석 두 사람 모두 하차할 땐 '썰전'의 미래가 심각하게 걱정됐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의 자리를 잘 채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화위복이었다. 전원책과 유시민의 등장으로 오히려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으니 말이다. 전원책의 거친 발언과 유시민의 조근조근한 설명이 균형을 이루고, 때때로 약간의 코믹함까지 더해지며 그 전과는 또 다른 새로움이 생겼다.

'썰전'은 정치인들까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시청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객관적인 분석과 신랄한 비판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치 이야기를 한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그 중간에서 적절함을 유지하며 줄타기해야 하는데, 그 중도를 지킨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 풍자 프로그램이 과거에도 꽤 많이 시도됐지만, 기억에 남지 않고 사장됐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게다다 정치 이야기는 여기저기 눈치 보기 시작하면, 한없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썰전'은 달랐다. 이슈가 되는 정치 상황들을 가감 없이 건드리며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줬다. 때로는 사이다 발언으로 시청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기도 했다. 정치에 다소 무관심한 시청자들에겐 교과서처럼 정치 상황을 꼼꼼하게 짚어주기도 했다. 하고 싶은 말, 할 말을 다 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최근 20대 총선을 앞둔 '썰전'은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재미있었다. 특히, 전원책은 옥새 파동 등을 예측하며, '전스트라다무스'로 떠오르기도 했다. 스스로도 과거 별명이 '전스트라다무스'였다고 말할 정도로 정치인들의 행보 예언이 딱딱 들어맞았다. 하지만 총선 특집으로 인해 목요일 새벽 급박하게 녹화한 것이 지난 14일 방송됐다. 그 동안 전원책과 유시민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를 예상했으나, 개표 결과 더불어 민주당이 제 1당이 되는 대이변을 다뤘다. 김구라는 "저희가 새벽 녹화를 안 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에 전원책은 '전스트라다무스'를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유시민 역시 "앞으로 돗자리 함부로 펴지 않겠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솔직히 놀랍고 재미있었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전스트라다무스'의 반납, 아쉽다. 그러나, 존중한다. 예언과 예측은 다르니까. 예언은 말 그대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촉으로, 감으로, 점쟁이처럼 툭 던지는 것이고, 예측은 진행되고 있는 상황들을 예리하게 읽어내서 유추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날카로운 분석력이 없으면 결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정치적인 지식이 풍부한 유시민, 전원책이 과거의 수많은 정치적인 사건과 권력의 역학관계를 풀어내서 현재 판세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 이것이 바로 ‘썰전’의 묘미 아닌가.

'썰전'은 뉴스를 보기 싫은 사람도,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도 보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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