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동자 가라사대, 비트박스로 세상을 놀라게 할지니(인터뷰)

비트박스 그룹 '비트파이터' 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6.05.09 07:00
  • 글자크기조절
image
비트파이터 쿠키, 붐박스, 정종철, 신조, 투악스, 라티노(왼쪽부터) /사진=임성균 기자


2015년 12월 24일. 성탄 예배를 보고 있던 신조(25, 본명 박준현)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정종철이었다. "여보세요?", "밖으로 나와!".

이날 정종철은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돌며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고 있던 '친구들'을 불러모았다. 신조처럼 예배를 보다 끌려온 이도 있었고, 집에서 게임을 하다 전화 한 통에 소집된 이도 있었다. 정종철은 그때를 생각하며 "뭔가 미친 듯 끌어 오르는 게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날 비트박스 그룹 비트파이터(Beat Fighter)가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딱 5일 후 비트파이터의 이름을 내건 음원이 세상에 나왔다. '일사천리' 이 네 마디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image
정종철 /사진=임성균 기자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였어요. 운전을 하고 가다 갑자기 이 친구들을 불러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운전대를 돌려 친구들 하나, 하나를 찾아 나섰죠. 그리고 한 데 모은 다음에 딱 얘기했어요. 음원을 낸다, 시간은 없다. 빨리하자. 끝이 었어요."


이쯤에서 비트파이터 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붐박스(27, 본명 고영빈)는 멤버 중 덩치가 가장 크다. '파워풀'이 붐박스의 장점이다. 붐박스는 "난 비트박서 중 당연 톱 클래스"라고 자신했다. 일렉 비트박스가 그의 무기다.

투악스(22, 본명 윤원기)는 이 그룹의 막내다. 몸무게가 52킬로그램 밖에 안된다. 그런데도 에너지는 대단하다. "팀원끼리 대결해서 붐박스를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친구'의 장점은 동물 소리 흉내다. 정종철과 제일 닮았다.

라티노(28, 본명 최영렬)는 비트파이터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요한 역할"이라며 웃었다. 빠른 비트박스가 장기다. '라티노'란 이름은 '중2병'에 걸렸을 때 프로레슬링을 보다 챙긴 이름이다.

쿠키(27, 본명 안국기)는 밴드 사운드박스에서 드러머를 맡고 있다. 비트파이터에서는 '스크래치' 담당이다. 정종철은 "우리나라에서 스크래치를 가장 잘하는 친구"라며 "밴드 생활을 하다 보니 음악적인 부분이 강하다"고 했다.

image
비트파이터 붐박스 /사진=임성균 기자


앞서 언급했던 신조는 아이돌 멤버처럼 생겼다. 비트파이터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넉 다운'이라는 아티스트 레이블을 이끌면서 '월말 신조'라는 음원을 매달 내고 있다. 그는 "비트파이터에서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리고, 비트파이터의 제작자. 정종철은 잘 알려진 대로 '개그맨'이다. '개그콘서트'를 통해 '옥동자' 캐릭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 비트파이터를 제작하며 수많은 시행착오, 거기에 더해 만만치 않은 자본 투자를 하고 있다. 왜 비트파이터일까.

"비트파이터가 비트박스를 잘하는 개인들의 집합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 제 야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아요. 음악의 한 장르로서 비트박스를 자리매김하게 하고 싶습니다."

정종철이 '친구들'이라고 부르는 비트파이터 멤버들은 어릴 적 '옥동자' 정종철의 비트박스를 들으며 자랐다. '옥동자'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을 때 비트파이터 멤버들은 모두 초등학생이었다. 정종철은 "그런 친구들이 이제 저와 음악을 논하고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며 웃었다.

image
비트파이터 신조 /사진=임성균 기자


"크게 봐서 대중문화에서 이제 나올 건 다 나왔다고 봐요. 대중은 새로운 걸 원하죠. 그게 문화로 더 커져야 하고요. 비트박스는 그런 대중들의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을 채워줄 수 있다고 봅니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매력적인 게 비트박스거든요. 중요한 게 또 있어요. 대부분은 비트박스를 잘 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맛'을 아는 분들을 드뭅니다. 이건 또 하나의 새로운 음악이에요. 보란 듯이 공연을 하고, 보란 듯이 감동을 드릴 겁니다."(정종철)

정종철은 개그맨 활동으로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비트파이터를 준비하면서 그 돈을 엄청나게 까먹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게 왜 새로운 장르이자 문화인지 아세요? 개그는 대본이 있고, 음악은 악보가 있습니다. 그런데 비트파이터는 악보가 없어요."(정종철)

비트파이터가 최근 내 놓았던 '필 잇'(Feel It)은 악보가 없다. 붐박스는 "감으로 했다"고 했다. 그 '감'이란 게 상상 이상이다.

image
비트파이터 쿠키 /사진=임성균 기자


라티노는 "앨범 녹음 당일 날 (정)종철이 형이 우리를 불렀다. 밥이나 먹자고 해서 갔는데 갔더니 녹음한다고 했다. 그렇게 '필 잇'이 만들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종철이 형은 우리의 기둥이에요. 저희랑 10살 이상 차이가 나요. 형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죠. 그런데 우리를 찾아다니고, 우리를 키워주겠대요. 감사는 하는데 형의 바람을 저희가 채워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웃음)."(붐박스)

image
비트파이터 투악스 /사진=임성균 기자


정종철은 왜 비트박스, 그리고 비트파이터에 목을 매고 있을까.

"전 아직도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엔터테인먼트는 음악, 연기, 개그...딱 파트가 정해져 있는데 저희는 딱 비트박스를 하는 사람들이에요. 비트박스란 게 가만히 보면 이게 음악이거든요. 비트박스와 보컬, 비트박스와 댄스 등 모든 것과 콜라보가 가능해요. 이게 하나로 뭉치면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어요. 이게 저 옥동자가 만들고 싶은 비전이자 꿈이에요. 이 친구들을 계속 세뇌 시키고 있어요. 우리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만약 이게 진심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순간 비트박스, 그리고 비트파이터는 무서운 영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봐요."

image
비트파이터 라티노 /사진=임성균 기자


image
비트파이터 /사진=임성균 기자


비트파이터는 오는 6월 10일 홍대에서 공연을 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그랬듯 정종철은 여전히 비트파이터 멤버들에게 어떤 공연을 어떻게 할지 얘기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멤버들이 많이 궁금해해요. 그런데 절대 얘기 안 해줄 거예요. 멤버들이 놀라면 보시는 관객들도 놀라게 됩니다. 솔직히 저 자신도 뭘 할지 모를 수도 있어요. 하나 확실한 건 우리는 대중을, 음악을, 그리고 세상을 놀라게 할 겁니다. 비트박스로요."
기자 프로필
문완식 | munwansik@mt.co.kr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연예국장 문완식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