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가는 韓감독 3인..'칸을 으스스하게 해주마'③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5.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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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박찬욱 감독, 나홍진 감독, 연상호 감독 / 사진=스타뉴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개막하는 제69회 칸국제영화제는 한국 감독들의 당당한 입성으로 더 시선이 쏠린다. 한국영화로는 4년 만에 '아가씨'를 경쟁부문에 입성시킨 박찬욱 감독, 3번째 영화로 3번째 칸에 가는 '곡성'의 나홍진 감독, 애니메이션이 아닌 첫 실사영화 '부산행'을 내놓은 연상호 감독 등이 그 주인공. 이들 '칸의 남자'들이 저마다 개성이 오롯이 담긴 신작을 선보였지만 세 작품이 모두 약속이나 한듯 각기 음습한 기운을 내뿜는 것은 묘한 공통점이다. 칸영화제 또한 그 오묘하고도 불안한 매력에 빠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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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가씨'의 하정우, 김태리, 김민희, 조진웅 / 사진='아가씨' 스틸



'깐느박'이란 애칭이 아깝지 않은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로 경쟁부문에만 3번 진출했다. 2004년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는 등 수상 전적도 화려하다. 경쟁부문 초청 감독이 유난히 쟁쟁한 올해지만, 7년 만에 박찬욱 감독을 초대한 칸영화제가 왠지 빈손으로 그를 돌려보내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그의 신작 '아가씨'는 영국 작가 새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삼은 작품.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아가씨, 그 재산을 노리는 백작, 백작과 거래를 한 하녀, 아가씨의 후견인 등을 둘러싼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를 두고 "아기자기"한 데다 "해피엔딩"이며 "내 영화 중 가장 대사가 많다"고 설명했지만, 예고편부터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 음습한 분위기가 진동한다.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아가씨'는 오는 13일 칸에서 월드프리미어를 갖고 베일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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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곡성' 스틸컷



나홍진 감독은 공인된 '칸의 총아'다. 2008년 데뷔작 '추격자'가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데 이어 2번째 영화 '황해'로 2011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터. 발표 이틀 전 편집본이 프랑스에 도착한 '곡성'이 우디 앨런, 스티븐 스필버그 등의 신작과 나란히 비경쟁부문에 올랐다는 것만 봐도 그에 대한 칸의 애정을 짐작할 수 있다.

11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먼저 베일을 벗은 '곡성'은 스릴러와 오컬트, 호러가 혼재된 독특한 장르물이다. 외지인이 들어온 뒤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딸바보 경찰이 점차 광기에 휩싸여가는 과정을 156분의 러닝타임에 담았다.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로운 이야기인 데다 전작에 비해 폭력의 강도는 줄어들었지만 영화를 감싼 불길한 기운은 가히 최고 수준. 폭력의 끝장을 선보였던 나홍진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이 뜻한 바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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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산행'


2013년 감독주간에 초청된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먼저 칸에 발을 디뎠던 연상호 감독은 3년 만에 실사영화를 들고 칸을 찾는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부산행'이다. 칸의 장학생 연상호 감독이 위풍당당하게 뤼미에르의 레드카펫에 입성하게 된 셈이다.

'부산행'은 연상호 감독이 앞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서울역'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했다. '전대미문의 재난'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좀비다. 기괴하게 비틀린 좀비와 끔찍한 비명이 절로 연상되지만 첫 공개는 오는 13일 칸 공식상영을 통해서다. 좀비물 '부산행'을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그것도 13일의 금요일 밤에 배치한 건 칸영화제의 위트이자 연상호 감독에 대한 애정 표현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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