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실종' 롯데, 세밀함 없이는 반등도 어렵다

부산=국재환 기자 / 입력 : 2016.06.0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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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풀리지가 않는다. 치고 올라갈 타이밍이 보이는 듯해도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시즌 중반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이야기다.


이번 주 시작만 하더라도 롯데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롯데는 지난달 31일 kt wiz와의 홈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조쉬 린드블럼을 내세워 승리를 거둔데 이어, 1일 kt전에서는 브룩스 레일리를 투입해 연이틀 승리를 맛봤다. 앞서 지난 주말 대전에서 열린 최하위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에서 싹쓸이 패배를 당한 뒤 2연승을 거둔 만큼 분위기가 되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기세를 더 이상 이어가지 못했다. 롯데는 2일 kt전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승부 끝에 1-2로 졌다.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박세웅은 8이닝 1실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호투를 선보였으나, 타선은 찬스 때마다 번번이 작전과 주루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며 승리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시작부터 꼬였다. 이날 롯데는 1회말 선두타자 손아섭의 볼넷과 2루 도루, 그리고 상대 포수의 실책을 묶어 무사 3루라는 절호의 선취점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김문호가 3루수 땅볼을 때리는데 그쳤고, 여기서 3루 주자 손아섭은 허무하게 아웃됐다. 이어 1루를 밟은 김문호는 2루 도루를 실패하다 아웃됐고, 김상호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볼넷으로 출루하며 주자가 연달아 아웃된 뒤 타자가 출루하는 다소 기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결국 롯데는 여기서 선취점을 뽑아내지 못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롯데는 2회말 1사 2루 기회를 허무하게 날린 뒤 3회초에는 정훈의 실책을 빌미로 선취점을 내어줬다. 이어 3회말 맞이한 1사 1루 기회에서는 김문호가 병살타로 물러나는 등 누상의 주자를 좀처럼 진루시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4회말 공격에서 한 점을 뽑고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세우긴 했지만, 경기 후반까지도 롯데는 좀처럼 추가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1-1로 맞선 9회말에는 결정적 찬스가 마련됐다. 선두타자 강민호가 2루타를 때려내며 무사 2루의 끝내기 기회를 제공한 것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끝까지 집중력이 결여된 모습을 보인 끝에 이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렸고, 끝내 10회초 1점을 허용한 끝에 헛심만 쓴 채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좋지 않은 흐름은 3일 NC와의 홈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역시 롯데는 선발투수 박진형의 눈부신 호투 속에 중반까지 0-0의 팽팽한 승부를 펼쳐나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문제는 타선의 작전 수행 능력 부족과 주루 미스였다.

롯데는 이날 경기 3회말 선두타자 황재균의 볼넷으로 선취점 득점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후속타자 정훈의 희생번트는 NC 포수 김태군 앞에 떨어졌고, 김태군은 이 타구를 잡아 바로 2루에 뿌려 병살타로 만들어냈다. 1사 2루의 득점권 찬스를 만드는 듯 했지만 세밀하지 못했던 번트로 인해 상황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아쉬웠던 장면은 6회에 또 한 차례 연출됐다. 박진형이 노히트노런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롯데는 선두타자 정훈의 2루타를 앞세워 무사 2루라는 천금 같은 선취점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후속타자 이여상이 어정쩡하게 희생번트를 감행하다 실패했고, 정훈은 김태군의 2루 송구에 이은 협살에 걸려 3루가 아닌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겨야했다. 더더욱 롯데 팬들의 속을 태웠던 것은 이여상이 아웃된 뒤 손아섭이 우전 안타를 때렸다는 점이었다. 결과론적으로 희생번트만 제대로 댔더라면 손아섭의 안타는 적시타가 됐을 것이었고, 롯데로서는 보다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찬스에서 세밀하지 못한 모습을 나타낸 롯데는 잘 던지던 박진형이 7회초 박석민에게 선제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리드를 내줘야했다. 비록 7회말 공격에서 3점을 뽑고 경기를 뒤집긴 했지만, 앞서 점수를 내지 못했던 여파는 컸고 8회초 NC에게 3점을 내어준 끝에 3-5 재역전패를 당해야만 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롯데는 공수 양면에서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이며 5할 승률을 잘 유지해나갔다. 그러나 5월 중순이 지나면서 작전수행 측면에서 조금씩 세밀함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좀처럼 5할 승률을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금 더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승부처에서 연이어 집중력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며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는 롯데에게 해당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보다 높은 세밀함과 정교함이다. 디테일을 살리지 못한다면 반등이란 단어는 롯데와는 거리가 먼 단어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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