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선발진 만신창이' LAD, 커쇼 없이도 승승장구하는 이유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8.1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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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선수단. /AFPBBNews=뉴스1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지난 6월 26일 허리 부상을 당했을 때 LA 다저스의 성적은 41승 36패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선두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8경기차로 뒤져 있었다.


나흘 뒤 다저스가 커쇼를 15일짜리 부상자명단(DL)에 올렸을 때 성적은 43승37패. 이후 커쇼는 7월 중순 복귀를 위한 불펜 투구 도중 허리 통증이 재발되며 재활 과정이 '올 스톱' 됐고 결국 60일짜리 장기 DL로 이동했다. 다저스의 플레이오프 희망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커쇼가 DL에 오를 당시 다저스는 커쇼가 등판한 경기에선 14승2패로 승률이 .875에 달했지만 나머지 경기에선 29승35패로 승률이 0.45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커쇼가 마운드에 서는 날은 메이저리그 최강의 팀이었고 그가 안 나오는 날은 최하위권 팀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니 커쇼가 빠진 다저스가 온전히 플레이오프 레이스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었던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커쇼가 한 달 반째 마운드를 비우고 있는 지금 다저스의 성적을 살펴보면 완전히 예상을 벗어난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다저스는 현재 65승52패를 기록하며 선두 샌프란시스코(66승51패)와의 격차를 1경기 차로 좁혔다.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선 2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62승56패)에 3.5경기차로 앞선 1위다.


커쇼가 다친 이후 벌어진 40경기 성적이 24승16패로 승률이 6할에 달한다.(승률 6할은 전 시즌으로 환산하면 97승 페이스다) 아직 낙관할 단계는 아니지만 일단은 무난히 포스트시즌 무대에 진출하는 분위기다. 팀의 주춧돌이자 기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커쇼가 빠졌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

더욱 놀라운 것은 다저스 선발진의 부상 고민이 커쇼 한 명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실 지금 다저스는 DL에 올라있는 선발투수가 로스터에 올라있는 선수보다 많은 어이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16일 현재(한국시간) 다저스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팀 로스터를 살펴보면 선발 투수가 마에다 겐타, 스콧 캐즈미어, 브렛 앤더슨, 로스 스트리플링 등 4명밖에 없다.

이 중 허리 수술을 받고 DL에서 시즌을 시작했다가 15일 시즌 첫 경기이자 복귀전을 치른 좌완 선발 브렛 앤더슨은 1회에 5안타 5실점한 뒤 손목 부상으로 강판당해 다음 선발등판에 나설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지금 다저스에 몸이 성한 선발투수는 3명밖에 없는 셈이다.

반면 DL에는 커쇼와 류현진, 알렉스 우드 등 60일짜리 DL에 올라있는 3명을 포함, 브래든 맥카시와 버드 노리스, 리치 힐 등 6명이 자리 잡고 있고 여기에 매일 지켜봐야 하는 상태인 앤더슨을 더하면 7명이 고장 난 상태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직전 영입했던 노리스와 힐이 DL에 오른 데 이어 지난 주말엔 토미 존 수술에서 돌아왔던 맥카시와 앤더슨이 차례로 탈이 났다. 복귀 후 첫 4번의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이후 다음 4차례 등판에선 한 번도 5회를 마치지 못한 맥카시는 지난 14일 경기에서 아웃카운트 5개를 잡은 뒤 오른쪽 엉덩이 근육 부상을 호소하며 강판됐다.

그렇다면 이처럼 선발진이 만신창이 신세인 다저스가 와일드카드 레이스 선두를 달리며 지구 선두를 위협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과연 그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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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선수들. /AFPBBNews=뉴스1





이에 대해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 팀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의심할 여지없이 8명의 불펜진”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들은 집단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개인적인 성적으로 보면 리그 선두에 올라있는 선수가 없지만 이들은 모두 팀을 위해 무슨 역할이라도 한다는 자세로 똘똘 뭉쳐있고 그들이 이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상승세의 원인을 제시했다.

사실 다저스의 불펜진은 마무리인 켄리 잰슨을 제외하면 스타급 선수가 전무하다. 지난해부터 아롤디스 채프먼, 켄 자일스, 크레이그 킴브럴, 마크 멜란슨, 윌 스미스 등 스타급 불펜요원들이 팀을 옮길 때 다저스의 앤드루 프리드먼은 ‘지갑을 꼭 닫아둔 채’ 마이너리그 트레이드로 4명, 저렴한 FA계약으로 2명을 영입하는 등 가성비 위주로 불펜을 구축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놓은 불펜이 놀랍게도 올해 다저스를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다저스 불펜의 성적을 살펴보면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현재 다저스는 불펜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많은 413이닝을 던지면서도(1위는 418.2이닝인 신시내티 레즈) 평균자책점이 3.14로 2위이며 탈삼진(426개)과 피안타율(0.208), WHIP(1.09)에선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잰슨을 제외하면 모두 무명의 선수들로 짜여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불펜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비싼 팀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다저스의 불펜진이 어쩌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강의 불펜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최근 메이저리그 역사상 7회부터 9회까지 마지막 3이닝동안 피안타율을 조사해 톱5를 집계한 결과를 밝혔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 메이저리그 역대 7~9회 최저 피안타율

1위 2016 다저스 0.197

2위 1968 디트로이트 0.204

3위 2001 시애틀, 2003 다저스 0.205

5위 1967 시카고 W삭스, 1968 볼티모어, 2012 오클랜드 0.206

이쯤 되면 메이저리그 역대급 짠물 불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선발진이 부상으로 지리멸렬한 신세가 되면서 선발투수들의 이닝 수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23위에 불과하고 그만큼 불펜에 하중이 많이 걸려 불펜의 투구이닝 수가 전체 2위까지 치솟은 상태에서 이런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없다.

또 선발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불펜 요원들도 현재 톱 셋업맨 애덤 리베르토어를 포함, 7명이 DL에 올라있는 등 부상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성적을 올리고 있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 등 다저스 수뇌부는 그동안 선수 영입 과정에서 적지 않은 ‘헛스윙’을 하긴 했지만 최소한 불펜에 관한 한은 조용하게, 큰 돈 쓰지 않고 역대급 유닛을 만들어 냈다는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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