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코리 시거, "NL 신인왕만?..MVP도 노린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8.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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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 시거(22, LA 다저스).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의 루키 유격수 코리 시거(22)는 올 시즌 개막전 거의 대부분 전문가들이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 1순위로 꼽았던 선수다. 마이너리그 시절 유망주 랭킹 1위에 올랐고 지난해 말 시즌 막판에 메이저리그로 올라온 후 약 한 달간 빅리그에서 타율 0.337을 때렸던 그를 빼놓곤 신인왕 레이스 토론을 시작할 수도 없었다.

사실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풀 시즌을 출발도 하기 전부터 그처럼 엄청난 기대를 받았기에 그가 느꼈을 심적 부담감이나 중압감도 상당했을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과거 큰 기대를 받으며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시작한 최고 유망주들 가운데 기량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채 스러진 케이스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생각해보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지닌 유망주라도 엄청난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시거는 올 시즌이 막판으로 접어든 현재 자신에 대한 큰 기대에 대한 부담과 중압감으로 흔들리기는커녕 오히려 그 높은 기대치를 상회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19일 현재 시거는 타율 슬래시라인 0.309/0.362/0.530으로 OPS 0.892와 21홈런, 56타점, 77득점으로 WAR 4.5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달엔 NL 올스타로도 뽑혔다. NL 신인왕 레이스에선 알레디미스 디아스(세인트루이스)와 스티븐 매츠(뉴욕 메츠), 트레버 스토리(콜로라도) 등 만만치 않은 후보들이 있음에도 불구, 부동의 선두주자로 수상을 사실상 예약했다.

신인왕 레이스만이 아니다. 시거는 본격적으로 MVP 레이스에서도 당당한 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지난 주 MLB닷컴에 이어 이번 주 ESPN이 잇달아 시거의 NL MVP 후보설을 제기하면서 다른 언론들도 속속 그 뒤를 따르는 모습이다.

현재 시거의 WAR(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4.5는 시카고 컵스의 ‘다이내믹 듀오’ 크리스 브라이언트(5.5)와 앤서니 리조(4.6)에 이어 NL 3위다. 팬그라프 WAR에서는 5.9로 브라이언트와 함께 NL 공동 1위다. NL MVP 레이스에서 현재 선두주자로 꼽히는 브라이언트의 올 시즌 성적(0.289/0.386/0.544, OPS 0.956, 30홈런, 78타점, 96득점)과 비교하면 시거가 아직까지는 다소 열세인 것이 분명하지만 뒤집어말하면 이 수치가 그가 NL MVP 후보로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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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시거의 성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의 파워다. 시거는 아직 시즌이 한 달 반 정도 남아있는 시점에 이미 21홈런을 기록, 지난 2014년 싱글A와 더블A에서 합작했던 자신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20개)을 넘어섰다. 그가 마이크 피아자가 보유하고 있는 다저스의 루키 홈런기록(35개)에 접근하긴 힘들겠지만 25~30개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홈런 수는 늘어났지만 시거는 전형적인 슬러거는 아니다. 왼손타자로 욕심없이 부드럽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스윙을 구사하는 그의 타구방향을 보면 42%가 라이트 쪽으로 가 끌어당기는 타구가 가장 많긴 했으나 센터 쪽으로도 37%, 레프트 쪽으로 21%의 타구를 보내며 균형 잡힌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좌투수 상대로도 타율 0.259에 5홈런, 17타점으로 우투수 상대 성적(타율 0.326, 16홈런, 39타점)에는 못 미치지만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시거의 MVP 후보에 더 힘을 보태주는 것은 그의 디펜스이다. 키가 6피트4인치(193cm)에 달해 유격수로선 보기 드물게 장신인 시거는 마이너시절부터 스피드와 민첩함에서 정상급 유격수는 못되며 장기적으론 3루수가 더 맞는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올해 그의 수비력을 측정한 지표들을 보면 오히려 그가 리그 정상급 유격수임을 말해주고 있다.

시거의 팬그라프 UZR(Ultimate Zone Rating)은 11.6으로 NL 전체에서 4위, 유격수 가운데는 브랜든 크로포드(샌프란시스코, 16.8)에 이어 2위다. 물론 세이버 매트릭스 지표만으로 그를 최고의 수비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유격수로서 시거가 최소한 그동안 평가받아온 것에 비하면 훨씬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시거의 활약상이 빛나는 것은 소속팀 다저스가 가장 그를 필요로 할 때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저스는 지금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비롯, 류현진, 브랜던 맥카시, 알렉스 우드, 버드 노리스, 리치 힐 등 선발투수들이 모두 부상자명단에 올라있는 와중에도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와 치열한 지구 우승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시거는 커쇼가 DL에 오른 이후 타율 0.311과 OPS 0.900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상승세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NL MVP 레이스는 커쇼가 부상으로 빠져나간 이후 독보적인 선수가 없는 상황이다. 브라이언트가 선두주자로 나서기 했으나 팀 동료인 리조와 대니얼 머피(워싱턴 내셔널스), 놀란 아레나도(콜로라도)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고 보긴 어렵다. 만약 시거가 남은 기간 동안 상승세를 이어가며 다저스를 NL 서부지구 우승으로 견인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특히 브라이언트와 리조가 서로 상대방의 표를 잠식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시거에게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레이스가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루키가 신인왕을 넘어 MVP 후보로 거론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에 리그 신인왕과 MVP를 휩쓴 선수는 프레드 린(1975 보스턴 레드삭스)와 스즈키 이치로(2001 시애틀 매리너스) 등 아메리칸리그에서 단 두 명이 있었을 뿐이고 NL에선 단 한 명도 없었다. 과연 시거가 NL 최초이자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단 3번째로 역사적인 ‘신인왕-MVP’ 2관왕에 도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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