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루키투수로만 4연승.. 다저스의 미러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9.0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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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선수단. /AFPBBNews=뉴스1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메이저리그의 최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포함, 사실상 선발투수진 전체가 부상자명단(DL)에 둥지를 틀다시피 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LA 다저스는 ‘가을야구’를 향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산하 마이너 팀들에서 선발투수를 ‘빌려 와’ 경기에 내보내고 있는 처지지만 신기하게도 팀은 계속 이기고 있다.


다저스는 현재 5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특히 놀라운 것은 마지막 4게임의 승리투수가 모두 선발로 나섰던 루키들(호세 데 레온, 마에다 겐타, 로스 스트리플링, 브락 스튜어트)이었다는 사실이다. 일라이어스 스포츠뷰로에 따르면 다저스 역사에서 루키투수들이 4연승을 거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메이저리그 전체로는 2012년 9월2~12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이후 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다저스는 마지막 11경기 가운데 9경기에서 루키가 선발로 등판했다.

약 두 달 전 커쇼가 허리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하게 됐을 때 다저스의 희망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론 상황이 오히려 좋아졌다. 커쇼가 DL에 오른 이후 성적이 37승24패로 승률 6할을 넘는다. 현재 79승60패인 다저스는 시즌 92승 페이스를 보이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2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74승65패)에 5경기 차로 앞서가고 있다. 정규시즌 23경기를 남긴 현재 다저스의 지구 우승 가능성은 90%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연 다저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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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의 루키선발투수 마에다 겐타./AFPBBNews=뉴스1



8일(한국시간) 벌어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를 살펴보자. 이날 다저스의 선발투수로 나선 선수는 루키인 스튜어트였다. 원래 내야수였다가 투수로 포지션을 옮긴 스튜어트는 올해 다저스 싱글A팀인 랜초 쿠카몽가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다저스 마이너리그 유망주 랭킹 톱30에도 올라있지 않았던 철저한 무명의 선수였다.

그런데 그는 싱글A와 더블A, 트리플A를 마치 삼단뛰기 하듯 거쳐 지난 6월29일 메이저리그에 부름을 받았고 한 경기를 던진 뒤 곧바로 마이너로 돌아갔다가 지난달 다시 불려온 뒤 메이저와 마이너를 출퇴근하듯 오르락내리락하며 3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8일엔 열흘 만에 다시 빅리그에 불려와 5이닝동안 애리조나 타선을 산발 5안타 1점으로 틀어막고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승을 따냈다. 그는 마지막 3번의 빅리그 등판(선발 2회)에서 13이닝동안 9안타로 2점만을 내줘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해였다면 ‘신데렐라 탄생’이라고 큰 화제와 주목의 대상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다저스에는 마이너에서 갑자기 불려와 잘 던지고 승리를 따낸 선수들이 벌써 여러 명이어서 스튜어트의 급상승도 그렇게까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기 후 그는 메이저리그 첫 승 기념 게임볼조차 바로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보다 사흘전 샌디에고 파드레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또 다른 루키 호세 데 레온은 6이닝동안 볼넷 없이 삼진을 9개를 쓸어 담는 역투로 메이저리그 첫 승을 따냈으나 그런 인상적인 투구에도 불구, 그의 다음 등판이 언제가 될 지는 현재 아무도 모르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올해 지금까지 선발로 등판했고 앞으로도 선발 등판이 가능한 선수가 무려 11명이나 되기에 도대체 누가 언제 다시 선발로 나설지는 감독인 데이브 로버츠도 잘 모르는 상태다.

정말 올해 다저스는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거의 본 적이 없는 이상한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다저스 구원투수들은 지금까지 496이닝을 던져 메이저리그 전체 이닝 순위 1위에 올라있다. 구원투수들의 투구이닝이 많다는 것은 곧 선발진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신시내티, 애틀랜타, 미네소타등 소속 지구 꼴찌팀들이 이 부문 상위권을 다 점령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유독 지구 선두팀인 다저스가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는 것이다.

다저스는 올해 이미 내셔널리그의 DL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선 선수만도 무려 54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팀은 계속 잘 굴러가고 있다. 지난 오프시즌 엄청난 투자와 함께 짝수해 우승행진을 믿고 기세등등하던 샌프란시스코가 역사적인 추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부상으로 만신창이가 된 다저스의 뜻밖의 순항은 경이로울 정도다. 단지 선발투수들만이 아니라 앤드루 톨스와 롭 세게딘 등 백업 야수들과 구원투수 그랜트 데이턴 등 다른 포지션에서도 루키들도 계속 인상적인 플레이로 팀의 상승세에 기여하고 있다.

다저스의 올해 이런 특이한 상승세는 지난 2014년 다저스의 경기담당 사장으로 취임한 앤드루 프리드먼과 파한 자이디 단장의 ‘머니볼’식 운영시스템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기에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소수의 핵심선수들을 다수의 롤 플레이어들로 둘러싸는 방식으로 팀을 구축하는 소위 ‘머니볼’을 오클랜드나 탬파베이처럼 재정적으로 취약한 팀이 아닌 다저스에서 활용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올해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진군을 보면 프리드먼과 자이디의 어프로치가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마이너에 수없이 쌓아놓은 유망주들은 스타선수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비상상황에서 끊임없는 재충전이 가능한 화수분 역할을 하며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진군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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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28, LA 다저스). /AFPBBNews=뉴스1


다저스는 10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3연전 시리즈를 시작으로 뉴욕과 애리조나를 도는 10게임 원정여행에 나선다. 그리고 10일 첫 경기엔 오랜만에 루키가 아닌 베테랑 투수가 선발로 나선다. 그의 이름은 바로 ‘커쇼’. 지난 6월26일 이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르는 커쇼가 복귀전에서 그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손가락 물집 부상에서 회복된 이후 두 경기에서 12이닝 6안타 무실점의 눈부신 피칭을 보이고 있는 리치 힐과 함께 선발진의 축인 원투펀치를 형성한다면 지금의 다저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자타공인의 최강팀 시카고 컵스도 긴장시킬 다크호스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다저스는 지난달 말 컵스와의 3게임 시리즈에서 루키들인 훌리오 유리아스와 스튜어트의 역투에 힘입어 시리즈를 2승1패로 따냈고 1차전에서 컵스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막판 홈런포가 아니었다면 싹쓸이도 가능했었다. 지금의 다저스는 누가 나가도, 누구를 상대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천한, 위험한 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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