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전설' 데이빗 오티즈, 그의 '은퇴 선언'이 아쉬운 이유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9.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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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오티즈. /AFPBBNews=뉴스1





먼저 다음 두 선수의 올 시즌 성적(현지 시간 9월 14일 경기까지)을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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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 우열을 쉽게 가리기 힘든 막상막하의 성적이다. 타율과 출루율은 A가 다소 높지만 홈런과 2루타 등 장타에서 B가 상당히 우세를 보이며 장타율과 OPS(출루율+장타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타점에서도 B의 우위가 뚜렷하다, 단지 WAR(Wins Above Replacement)에서만큼은 A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bWAR)나 팬그래프(fWAR) 모두 A의 WAR 수치가 B의 수치보다 두 배가 넘는다.

그렇다면 이들은 누구일까. 선수 A는 올해 아메리칸리그 MVP 수상이 유력한 만 25세의 슈퍼스타이고 선수 B는 올 시즌을 끝으로 20년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감하고 은퇴하는 40세의 백전노장 슈퍼스타다. 이 정도 힌트라면 웬만한 메이저리그 팬은 벌써 이들이 누군지 어느 정도 감을 잡았을 것이다. A는 바로 LA 에인절스의 외야수 마이크 트라웃이고 B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타자 데이빗 오티즈다.


올해로 빅리그 풀타임 5년차를 맞는 트라웃은 올해까지 빅리그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올스타로 뽑혔고 지난 4년간 리그 MVP 투표에서 수상 1회, 2위 3회 등 단 한 번도 2위 밖으로 밀려나 본적이 없는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 중 하나다. 올해도 베이스볼-레퍼런스와 팬그래프 산정 WAR에서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며 AL MVP 레이스에서 선두주자로 올라있어 ‘MVP 순위 톱2’ 행진을 6년째로 이어갈 전망이다.

그런데 두 달 후면 만 41세가 되고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오티즈가 그런 트라웃과 맞먹는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지만 은퇴를 눈앞에 둔 40세 선수가 25세의 팔팔한 리그 MVP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트라웃의 에인절스는 이미 포스트시즌 레이스에서 탈락한지 오래지만 오티즈의 보스턴은 AL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런 보스턴의 중심에 오티즈가 있기에 오티즈도 당연히 MVP 후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 오티즈의 올 시즌 성적을 그의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997년 미네소타 트윈스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오티즈는 보스턴으로 이적한 지난 2003년(만 27세 시즌)부터 2007년(만 31세 시즌)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그 5년 간 그는 매해 AL MVP 투표에서 5위-4위-2위-3위-4위 등 5년 연속 톱5를 지켰다. 하지만 끝내 수상은 못했다. 2005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에 박빙의 차(331-307)로 뒤져 2위를 차지한 것이 MVP에 가장 근접했던 것이었다.

그 커리어 전성기 5년간 오티즈의 평균성적을 올해 성적과 비교해봤다. 다음 도표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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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올 시즌 17경기를 남겨놓은 상태임을 감안하면 올해 성적과 그의 전성기 5년간의 평균성적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오히려 타율과 장타율, OPS는 더 높고 출루율도 거의 똑같다. 실제로 올해 오티즈의 OPS 1.020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2위 트라웃(0.992)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라있다. 더구나 오티즈가 올 시즌 남은 17경기 중 14경기에 더 나온다면 전성기 5년간 평균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서게 된다. 이미 10여년 전에 전성기를 보낸 40세 선수의 시즌 성적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만 40세에 이런 엄청난 은퇴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오티즈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ESPN 칼럼니스트 제이슨 스타크는 “은퇴 시즌에 윌리 메이스는 타율 0.211, 행크 아론은 0.229, 하몬 킬리브루는 0.199를 쳤는데 그것이 정상”이라면서 “그런데 빅 파피(오티스의 애칭)는 만 40세의 나이로 장타율과 OPS, 장타, 2루타에서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단연 역대 최고의 은퇴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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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타석에 서 있는 데이빗 오티즈. /AFPBBNews=뉴스1



사실 오티즈의 경우는 커리어가 하향세를 보이다가 은퇴 시즌인 올해에만 반짝하고 올라간 것이 아니다. 올해까지 최근 4년간 오티즈의 성적을 살펴보면 그가 은퇴를 앞둔 선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4년 간 오티즈는 30-35-37-33개의 홈런과 103-104-108-111개의 타점으로 매년 30홈런-100타점을 넘겼다. 은퇴를 눈앞에 둔 선수가 아니라 한창 절정기를 구가하는 특급스타의 성적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데이빗 오티즈의 풀네임은 ‘데이빗 아메리코 오티스 아리아스’다. 그는 1992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 당시엔 데이빗 아리아스로 불렸는데 시애틀은 1996년 미네소타에서 내야수 데이브 홀린스를 영입하면서 추후 마이너리거 한 명을 보내기로 했고 약 2주 뒤 시애틀이 내준 선수가 바로 싱글A에서 뛰던 데이빗 아리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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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미네소타 시절의 데이빗 오티즈. /AFPBBNews=뉴스1



미네소타 이적 후 라스트네임을 오티즈로 바꾼 그는 이듬해 빅리그에 데뷔했고 이후 2002년까지 미네소타에서 뛰었다. 오티즈는 2002시즌 타율 0.272에 OPS 0.839, 20홈런, 75타점, 52득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도 시즌 종료 후 방출됐으나 몇 주 뒤 보스턴의 새로운 젊은 단장 티오 엡스타인(현 시카고 컵스 사장)이 그를 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데려갔고 그 나머지 스토리는 역사가 됐다.

커리어동안 10차례 올스타, 3차례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른 오티즈는 한 시즌 54홈런(2006년)의 보스턴 최고 기록을 갖고 있고 통산 536홈런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랭킹 17위에 올라있다. 그리고 그는 40세로 선수로서 마침표를 찍는 해에 역사에 남은 최고의 은퇴시즌으로 또 하나의 역사를 쓰고 있다. 만약 그가 이번 가을 자신의 4번째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치켜들고 20년 찬란한 빅리그 커리어를 마무리한다면 역대 최고의 은퇴 시즌을 완성했다는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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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오티즈.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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