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중계' 앵무새 리포터 유감

[기자수첩]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6.09.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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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17일 방송된 KBS 2TV '연예가중계' 젝스키스 인터뷰 부분


"리포터도 담당자가 쓴 대본을 그대로 읽은 것입니다."

KBS 2TV '연예가중계'는 지난 1984년 첫 방송, 올해로 33년째 방송 중인 국내 대표 연예정보프로그램이다. 이런 '연예가중계'가 지난 17일 방송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날 젝스키스의 콘서트 소식을 전하며 리포터가 고인이 된 이재진의 부친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언급한 것. 단순 언급이었다면 실수로 치부할 수 있었겠지만 해당 리포터의 멘트는 무례에 가까웠다.

상황은 이랬다. 이날 리포터 김승혜는 "팬들에게 가장 무관심한 멤버가 누구냐"고 질문했고, 멤버들이 꼽은 은지원은 "저는 무뚝뚝한 것일 뿐"이라며 "팬들을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는다"며 이재진을 지목했다. 이에 이재진은 "해체 이후 혼자 사는데 팬들이 어디 사는지 아니까, 제가 나가지 못해서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죄송했다. 아직까지도 저는 집이 공개 안됐으면 좋겠다. 오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여기까지였다면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김승혜의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김승혜는 "아버님이 형사 출신이래요. 다 잡아갑니다"라고 '밝고 통통 튀게' 멘트를 했다.


이재진의 부친은 지난 2006년 사망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실수이자 무례다. 당장 시청자 항의가 빗발쳤다. 묵묵부답이던 제작진은 다음날인 18일에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다. 그런데, 그 사과가 국내 대표 연예정보프로그램 답지 않다.

제작진은 "어제 9월 17일 (토) '연예가중계'(1639회) 방송에서 젝스키스의 인터뷰 중 리포터가 고인이 되신 이재진 님의 아버님과 관련, 상황에 맞지 않은 내레이션이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는 온전히 제작진의 잘못으로, 내레이션 대본을 쓴 담당자가 이재진 님의 가족사에 대해 착오가 있었던 상태에서 생방송 준비를 서두르다보니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리포터도 담당자가 쓴 대본을 그대로 읽은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고인이 되신 이재진 님의 아버님을 희화화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없었으며, 담당자의 부주의로 벌어진 실수로 많은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린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며 "많은 젝스키스 팬 여러분들이 기대하셨을 인터뷰에 성의를 다하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으신 이재진 님과 가족분들, 젝스키스 멤버들 그리고 많은 팬 여러분들과 시청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말씀 드립니다"고 전했다.

'생방송 준비에 서두르다 보니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젝스키스의 콘서트는 지난 11일이었고, 방송은 17일이었다.

더욱 문제는 '리포터도 담당자가 쓴 대본을 그대로 읽었다'는 부분이다. 이는 리포터가 인터뷰 대상자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인터뷰에 임한다는 것이고, 생방송에서도 대본만 읽는 데 그친다는 얘기다. 프로 의식의 부재이자 스스로 '앵무새' 리포터를 운영한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연예가중계'는 김생민, 김태진 등 유명 리포터들이 오랜 기간 출연 중이다. 스타와의 심화 인터뷰인 '게릴라 데이트' 코너를 이끄는 이들에게선 적어도 '앵무새' 같은 느낌은 없다. 33년 장수 연예정보프로그램이 뭐가 그리 급할까. 30년 넘게 쌓은 시청자 신뢰도 작은 실수에서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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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연예국장 문완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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