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PO행 막차?.. '짝수해 SF매직'은 진행중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10.0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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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에이스 메디슨 범가너. /AFPBBNews=뉴스1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시즌 마지막날까지 이어진 피말리는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살아남아 PO행 막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와 함께 지난 2010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2012, 2014년까지 3회 연속 짝수해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짝수해 매직’을 4회째로 이어갈 희망을 살려냈다.

유독 포스트시즌에 맺힌 한이 많은 구단들이 대거 집결한 이번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짝수해=우승’이라는 마법으로 무장한데다 ‘매디슨 범가너’라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포스트시즌 에이스와 ‘브루스 보치’라는 최고의 포스트시즌 사령탑을 보유한 샌프란시스코는 다른 경쟁 팀들에게 대단히 껄끄럽고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올해 내셔널리그의 3개 디비전 우승팀(시카고 컵스, 워싱턴 내셔널스, LA 다저스)들은 최근 월드시리즈 경험에서 지난 6년간 3번이나 정상에 오른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명함조차 내밀 수 없다.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이 1908년으로 무려 108년전이고 마지막 진출도 1945년으로 71년전인 컵스는 말할 것도 없지만 무려 18번이나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역사를 자랑하는 다저스도 마지막 월드시리즈 경험은 기억도 까마득한 1988년이다. 워싱턴은 이 팀의 전신인 몬트리올 엑스포스를 합쳐 48년 역사동안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적이 없는 구단이다.

포스트시즌에서 경험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경험으로 인해 이 무대에서 이기는 법을 알고그렇기에 이번에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닌 팀이다. 더구나 NBA나 NFL 등 다른 메이저 스포츠와 비교할 때 메이저리그는 포스트시즌에 이변이 나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 객관적 전력이 아무리 앞서도 단기시리즈에선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야구다. 그렇기에 샌프란시스코같은 팀이 보유한 경험의 힘은 정규시즌보다는 포스트시즌에 더욱 위력을 발휘해 나타나는 무서운 저력이다.

더구나 올해 샌프란시스코는 막차로 PO 티켓을 따냈다고 하지만 플레이오프 컷오프선 언저리를 맴돌다 간신히 PO에 나선 보통의 ‘막차’ 팀들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이번 시즌 전반기를 마쳤을때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당당히 승률 1위 팀이었다. 다음 도표를 보자.


2016 메이저리그 전반기 및 최종 순위 비교

(순위는 승률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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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내 화제거리는 최강팀 컵스의 독주였지만 실제로 시즌 전반기를 마쳤을때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는 컵스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였다. 비록 후반기 들어 불가사이할만큼 ‘날개없는’ 추락을 이어가 한때 ‘짝수해=우승’ 매직 공식의 유효기간이 끝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지만 결국은 살아남았다. 후반기 부진의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시즌 절반 이상의 긴 기간동안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달린 것만으로도 올해 샌프란시스코 구단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위의 도표를 살펴보면 샌프란시스코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경우 전반기를 마쳤을 때 순서와 최종순위 순서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결과적으로 전반기 승률 순위 상위 10개팀 가운데 10위 휴스턴을 제외한 전원이 고스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전반기 톱10 밖에 있다가 유일하게 포스트시즌 무대에 진출한 뉴욕 메츠도 휴스턴에 반 경기차 11위였기에 사실상 추월이라고 하기도 뭐하다. 결국 올라올 만한 팀들이 올라왔다는 이야기다. 그 와중에서 전반기 최고의 팀이었다가 10위까지 곤두박질한 샌프란시스코는 결과적으론 턱걸이로 간신히 포스트시즌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만약 전반기 때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가장 겁나는 팀이 아닐 수 없다. 비록 후반기에 엄청난 부진을 보이긴 했지만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의 연장이 아니라 전혀 다른 승부의 세계가 펼쳐지는 정글이기 때문에 후반기에 부진했다는 이유만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우승후보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엄청난 실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샌프란시스코는 와일드카드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가는 길도 이미 한 번 가본적이 있는 팀이다. 2년전 와일드카드 2위로 포스트시즌에 나선 샌프란시스코는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에서 범가너가 삼진 10개를 잡으며 완봉승을 거둔 데 힘입어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적지에서 제압한 것을 시작으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거침없이 내달렸다. 당시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범가너는 1차전 선발승, 5차전 완봉승에 이어 7차전에서 5회에 구원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던지는 경이적인 ‘슈퍼맨급’ 퍼포먼스로 자신의 3번째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런 샌프란시스코지만 후반기에 보인 부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바로 그 첫 관문이 5일 뉴욕 시티필드에서 단판승부로 펼쳐지는 메츠와의 NL 와일드카드 경기다. 단판승부라는 점에서 한 번 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관문에서 샌프란시스코는 메츠의 슈퍼 영건인 ‘토르’ 노아 신더가드(14승9패, 평균자책점 2.60)와 만나야 한다. 시속 100마일의 강속구를 뿌리는 신더가드와 적지에서 벼랑 끝 승부를 치르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즐거운 경험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메츠는 이번 포스트시즌 진출팀 가운데 샌프란시스코보다 최근에 월드시리즈에 나간 경험이 있는 유일한 팀이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마운드에는 다름 아닌 ‘매드 범’ 범가너(15승9패, 2.74)가 버티고 있다. 보치 감독은 지난 주말 다저스와 운명의 3연전을 앞두고 범가너를 최종전에 대비해 아껴두지 않고 현지시간으로 금요일 밤에 벌어진 1차전에 투입하면서 그가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도록 선발 로테이션을 미리 조정해놨다. 이로 인해 범가너는 평소처럼 4일을 쉬고 이날 메츠를 상대로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이번 경기가 적지에서 벌어지는 원정경기라는 사실은 범가너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긴커녕 즐거움과 기대의 대상이다. 범가너는 생애 통산 7차례 원정 플레이오프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그의 성적은 7전 전승, 평균자책점 0.60이다. 눈부시다못해 기가 막힐 정도다. 가히 천하무적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포스트시즌 원정경기서 25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들 가운데 단연 평균자책점 1위다. 2위 밥 깁슨(0.97), 3위 마리아노 리베라(1.02), 4위 샌디 쿠팩스(1.04) 등 전설 그 자체인 선수들도 범가너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 한다.

범가너와 샌프란시스코의 전설이 2010, 2012, 2014년에 이어 2016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인지 흥분되지 않을 수 없다. 그 출발점이 바로 6일 벌어지는 ‘매드 범’과 ‘토르’의 슈퍼 매치업이다. 특히 컵스 팬이라면 이 경기에서 메츠를 필사적으로 응원해야 할 것이다. 범가너와 제이콥 데그롬, 스티븐 매츠, 맷 하비, 잭 윌러 등이 모두 시즌 아웃상태로 신더가드 외에는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한 명도 없는 메츠가 올라온다면 만세를 불러도 되지만 만약 범가너와 자니 쿠에토, 제프 사마지아 등이 버티고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올라온다면 108년째 이어지고 있는 징크스를 상대로 정말 겁나는 싸움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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