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무명배우 넘어, 정통멜로를 꿈꾸는 이 시대의 배우(인터뷰)

영화 '럭키' 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6.10.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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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해진/사진제공=쇼박스


영화배우 유해진(46)이 코미디 영화로 돌아왔다. 지난해 개봉한 '그 놈이다' 이후 1년 만이다. 유해진은 개봉이 맞물려 작품이 우르르 나오기도 하고, 또 띄엄띄엄 나오기도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유해진은 영화 '럭키'(감독 이계벽) 다음 날인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인터뷰를 가졌다. '럭키'는 카리스마 킬러가 목욕탕 키 때문에 무명배우로 운명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 영화로 일본 영화 '키 오브 라이프'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럭키'에서 유해진은 킬러 형욱 역할을 맡아 바뀐 인생을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코미디 영화이지만 마냥 빵 터지는 개그가 아닌 소소한 웃음과, 생각할 거리를 준다. 원톱 영화로 돌아온 참바다 유해진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유해진은 우연하게도 '럭키'라고 쓰여진 모자를 쓰고 나왔다. 그는 영화를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가지고 있던 모자인데, 우연히 발견해서 쓰고 왔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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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해진/사진제공=쇼박스



유해진은 '럭키'에서 킬러이지만 기억상실에 걸려 무명배우의 삶을 살아간다. 진지한 킬러의 느낌은 그대로지만 자신이 무명배우라고 믿고 진지하게 연기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자신이 84년생이라고 믿고 당당히 서른 두살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웃음을 유발한다.

"제가 84년생이라는게 왜 웃긴지 모르겠어요"라고 너스레를 떤 유해진은 영화 속에서 무명 배우 역할을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사실 영화 속 무명배우 재성이는 제가 직접 몸으로 경험했던 일이에요. 저와 되게 비슷하더라고요. 그때는 볼펜 끼고 발음 연습하고 공원가서 뛰고 그랬죠. 제가 아현동 굴레방다리 옥탑방에 얹혀 산 적이 있거든요. 영화에 나오는 재성의 집이랑 굉장히 비슷해요. 그러다 보니까 촬영하면서 옛날 생각도 많이 나더라고요."

1997년 영화 '블랙잭'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영화배우의 삶을 살게 된 유해진. 지금은 그의 얼굴을 몰라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랑받고 있는 그이지만, 유해진에게도 가슴 뜨거웠던 무명 시절이 있었다. 월세를 내고 살던 집 주인이 자신이 누군지 모르다가,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서야 알아봤던 일화를 이야기 하며 과거를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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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해진/사진제공=쇼박스


"계속 친구 집에 얹혀살다가 처음으로 독립한게 아마 15년 전 쯤일거에요. 배우 생활 초반이었는데 당시 주인 할아버지가 저를 몰랐어요. 출근하는 것 같지는 않고 가끔씩 새벽에 들어오는데 월세는 꼬박 꼬박 내니 '뭐하는 놈인고' 하셨을 거에요. 그때 명절쯤에 제가 출연한 '무사'가 개봉했거든요. 그 때 주인집 따님이 할아버지를 모시고 극장에 갔다왔나봐요. 그 이후 집주인이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하하. 그런 경험들이 무명 배우 재성을 표현하는데 팁이 됐던 것 같아요."

유해진은 '럭키'에서 본인이 평생 해보지 못했던 꿈(?)을 이뤘다. 바로 조윤희, 전혜빈 두 명의 여배우와 키스 한 것이다. 그는 제작보고회 때 감사하고 또 죄송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해진은 극중 키스신 뿐 아니라 조윤희와 멜로 연기를 펼치며 눈길을 끈다. 내친김에 정통멜로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물었다.

"제가 최근에 신용카드와 함께 광고를 찍으며 멜로를 했어요. 카드랑도 찍어봤으니 뭐든 다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사실 멜로 연기는 조금 부담이 되긴 해요. 저는 멜로를 많이 해보지 않았으니 걱정이 되죠. 솔직히 좀 어색하게 표현될까봐 그런게 고민이에요. 극이 잘 흘러가면 어색하지 않을텐데 잘못 쫓아오면 어색하거든요. 하지만 저한테 맞는 멜로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단지 멜로라는 장르를 떠나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한테 오글거리는 것은 들어오지 않겠지만 맞는 상황이고 어색하지 않다면 할 생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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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해진/사진제공=쇼박스


유해진의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tvN '삼시 세끼'의 아재개그나 푸근한 웃음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유해진은 '삼시 세끼'에서 보여줬던 것과는 다른 매력과 영화의 맥락에서 오는 잔잔한 웃음을 전한다.

"아마 '럭키'에서 아재개그를 남발했으면 아마 못 볼걸요? 사실은 저도 작품에서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아요. 쉬운 말장난은 하고 싶지 않고 상황이 주는 코미디를 좋아해요. '삼시세끼'를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편해서였던 것 같아요. 저는 '삼시세끼'가 예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느 정도 재미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오늘 예능 찍으러 간다는 생각은 안해요. '삼시 세끼'에서 탁구 치는 것 보셨는지 모르지만 사실 그냥 친 거거든요. 하다 보니까 재밌고 그래서 계속 쳤어요. 재밌어서 하는 거지 이것을 미리 계획해서 했으면 더워서 안했을 거예요. 함께 하는 편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아요. 가끔씩은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약간 잊을 때가 있어요. 물론 100% 완전히 잊지는 못하지만요. 하하."

작은 단역과 조연으로 시작해 이제 당당히 주인공 자리를 꿰찬 유해진. 후배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이끌어 가며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물었다.

"영화 흥행에 대한 부담은 있어요. 제가 조연을 하든 주연을 하든, 어떤 작품을 하든지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작품만 좋다고 되는게 아니잖아요. 영화 한 편에는 많은 분들이 딸려 있어요. 스태프 투자자 등의 수고를 관객수가 조금은 채워준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보람을 느끼는 정도만 좀 됐으면 좋겠다는 부담이 있죠. 손익 분기점만 넘으면 좋겠어요. 관객이 얼마가 들었으면 좋겠느냐고 묻는데, 손해 안보고 웃을 정도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최고의 연기와, 또 겸손한 태도로 사랑받고 있는 유해진. 그에게 배우로서의 철칙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유해진이라는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일 때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어디 가서 '배우 유해진입니다' 하고 인사했을 때 사람들이 '쟤 아직도 배우라고 하고 다니네" 그렇게만 안되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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