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장원준과 환상의 호흡을 선보인 양의지. |
두산 베어스가 연이틀 NC 다이노스를 제압하고 2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그 중심에 니퍼트와 장원준이 있었다. 그리고 더 파고 들어가면 이 남자가 있다. 바로 '안방마님' 양의지(29)다. '판타스틱4'를 리드하는 남자다.
두산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NC와의 경기에서 선발 장원준의 호투와 8회말 집중력을 발휘한 타선의 힘을 더해 5-1로 승리했다.
이로써 두산은 한국시리즈 첫 두 판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29일 1차전에서 팽팽한 승부 끝에 연장 11회말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따냈다. 2차전도 접전이었다. 양보 없는 투수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두산이 웃었다. 타선이 막판 힘을 냈다. 결과는 두산의 2연승이 됐다.
1차전에서 두산은 '니느님' 니퍼트가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5이닝 퍼펙트를 포함해 8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니퍼트의 호투가 없었다면 두산의 승리도 없었다.
2차전에는 장원준이 나섰다. 장원준은 8⅔이닝 10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의 눈부신 피칭을 펼쳤고, 승리투수가 됐다. 물집이 잡히면서 완투승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완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처럼 니퍼트와 장원준이 펼친 폭발적인 호투의 뒤에는 양의지라는 안방마님이 있었다. 니퍼트-장원준과 호흡을 맞추며 이들이 특급 피칭을 펼칠 수 있도록 좋은 리드를 선보였다. 국내 최고의 반열에 오른 포수다운 모습이었다.
우선 1차전이다. 니퍼트는 최고 156km의 강속구를 뿌렸다. 던지는 족족 150km 이상이 찍였을 정도다. 하지만 경기 초반이나, 위기의 순간에서 결정구로 많이 쓰인 것은 오히려 슬라이더-체인지업 쪽이었다. 힘으로 윽박지를 때 지르더라도, 유인할 때는 확실하게 유인한 것이다.
2차전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양의지의 리드에 대해 "나도 1차전에서 니퍼트-양의지가 초반에는 속구로 승부할 줄 알았다. 니퍼트가 스타일이 있다. 양의지도 잘 안다. 둘이 잘 맞춘다. 니퍼트가 고개를 저을 때, 다음 생각하는 공이 어떤 것인지 양의지가 확실히 알고 있다. 호흡이 좋다"라고 평가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니퍼트와 호흡을 맞추며 좋은 모습을 보인 양의지. |
2차전에서도 장원준-양의지 조합은 최상급이었다. 핵심은 '변화'였다. 양의지는 2차전 승리 후 "오늘은 대체적으로 오른손 타자에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왼손 타자에는 체인지업을 많이 썼다. 이것이 통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좌완투수의 경우, 우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좌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를 많이 쓴다. 상대 타자 기준으로 바깥으로 흘러나가는(혹은 떨어지는) 구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장원준-양의지 배터리는 반대로 갔다. 그리고 이것이 통했다.
바뀐 볼배합에 대한 장원준의 반응은 어땠을까? 장원준은 "나같은 경우, 양의지를 믿고 간다. 양의지가 충분히 상대 타자를 분석하고 왔을 것이다. 불안해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배터리의 신뢰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김태형 감독도 양의지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남겼다. 김태형 감독은 2차전 승리 후 "양의지는 10점 만점에 10점이다. 어제 니퍼트와도 그랬고, 오늘 장원준과도 호흡이 정말 좋았다"라고 짚었다.
결국 양의지는 1~2차전을 치르며, 니퍼트-장원준의 공을 전부 받았다. 나아가 니퍼트-장원준이 기록한 16⅔이닝을 넘어 20이닝 동안 홀로 홈플레이트를 지키며 '안방마님'의 위용을 뽐냈다. 그 덕분에 두산도 2승을 챙겼다.
좋은 포수가 되기 위한 최고의 덕목이라면 '투수와의 호흡'이라 할 수 있다. 특정 투수가 전담 포수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간다면, 모든 투수들에게 사랑 받는 포수, 투수들이 믿는 포수가 최고다.
니퍼트와도, 장원준과도 좋은 호흡을 보인 포수가 양의지이며, 앞서 정규시즌에서 보우덴, 유희관 등 다른 투수와도 좋은 호흡을 선보였던 포수가 양의지다. 두산의 2연승에 진짜 공신은 이 남자, 양의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