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릿' 이다윗 "믿어주신 유지태 선배, 감사드린다"(인터뷰)

영화 '스플릿'의 이다윗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1.1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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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다윗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제작 오퍼스픽쳐스)은 도박볼링을 다루는 독특한 스포츠드라마다. 한물간 볼링선수와 생계형 브로커가. 인생 역전을 꿈꾸며 벌이는 마지막 한 판을 시원하게 뽑아낸다. 막장 인생도 믿는 패가 있어야 뭐든 걸 수 있는 법. 그들이 믿는 구석이란 스트라이크를 쏙쏙 뽑아내는 자폐증 볼링천재다. 배우 이다윗(22)가 그 히든카드가 됐다. 제 세상에 빠져 사는 볼링청년 영훈으로 분한 그는 능청스럽고도 사실적인, 과장 없는 연기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2003년 드라마 '야인시대'로 연기를 시작해 올해로 14년째. 이다윗은 '시', '고지전', '명왕성', '최종병기 활', '군도:민란의 시대', '순정' 등 굵직한 작품에 두루 출연하며 앳된 얼굴로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 왔다. 그럼에도 자폐증 능력자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 스스로도 당장 "초원이 다리는 100만불짜리 다리"로 500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가 먼저 떠올랐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는 며칠의 고민 끝에 "어마어마한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저는 아직 어리고 연기를 계속 할 할 것이고, 또 앞으로 이런 고민을 또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때마다 포기하고 도망칠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잘하든 실수를 하든 경험을 쌓아야 할 시기고 얻어갈 게 있겠다 생각하고 받아들었죠. 그래도 너무 어려웠어요. 엄청 징징거렸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감독님이 '우린 초원이랑 정말 다르다고 생각을 해'라면서 '말아톤'을 보지 말라는 거예요. 저는 그 전날도 '말아톤'을 봤는데 말이에요."

초원이를 넘어서는 건 꿈도 꾸지 않았다. 다만 이다윗은 자신만의 새로운 영훈을 만들고자 했다. 이다윗의 답은 처절한 연습, 또 연습이었다. 자폐증이 있는 지적장애인의 표정, 자세를 반복해 연습했다. 경험 많은 정신과 의사를 만나보기도 하고, 밤마다 한강 둔치에 홀로 가서 동작과 표정을 되새겼다. 지나가던 환경미화원이 '길을 잃어버렸냐'고 걱정했을 정도다. 눈을 꿈벅이거나 손을 흔드는 영화 속 영훈이의 버릇은 그렇게 이다윗의 몸에 뱄다. 이다윗은 "그런 버릇이 끝나도고 계속 남아서 드라마 '싸우자 귀신아'에서 고생했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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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다윗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도박판의 한 팀이자 선배 볼러로 활약한 유지태와의 브로맨스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자폐아나 지적장애인이 등장하는 많은 영화들이 그를 주인공으로 삼아 휴머니즘을 강조하곤 하는 것과 달리 '스플릿'에서 이다윗이 연기하는 영훈은 훨씬 장르적인 캐릭터이기도 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캐릭터인데도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좀 더 걱정이 됐어요. 너무 가볍게 보일까봐.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하는 아이가 기능적으로 쓰이거나 희화화될까봐. 장애가 있는 캐릭터이면서도 영화적으로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그냥 제 세상에 사는 아이라면 혼자 하면 되는데 이건 일방적인 소통 속에서 나도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고 흐름을 따라가야 하고 또 나만의 연기 톤을 가지고 가야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어요. 마지막 날까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매 컷이 끝나자마자 감독님에게 달려갔죠. 나중엔 감독님이 딱 보고 손짓을 하시더라고요. 괜찮다고 오지 말라고."

그런 이다윗을 묵묵히 지켜봐 준 유지태의 존재는 더없이 든든했다. 이다윗은 "안 그래도 작은데 선배님이랑 같이 서 있으면 내가 더 땅에 붙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도 "의지할 만한 큰 사람이 곁에 있는 듬직한 느낌이었다. 선배에게 업히는 신이 있는데 그 등이 정~말 넓고 든든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선배님께는 영화 중후반에 더 감사했어요. 초반에 제 스스로도 실수한 것 같고 잘 모르겠고 할 때 뭐라고 한마디 하실 법도 한데 전혀 그런 적이 없으셨어요. '나는 그냥 논외인가' 생각도 했는데, 나중에야 그게 믿음이라는 걸 느꼈어요.선배가 '내가 할수 있다고 믿고 기다려주신 거구나' 하는 걸. 그 마음이 느껴지니까 더 감사하더라고요. 영훈이가 영화에서 톡톡 튀게 보일 수 있는 것도 선배가 든든히 뒷받침해 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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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다윗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영화 속 영훈이는 좋아하는 것들이 분명하다. 밀키스와 짜장면, 그리고 볼링. 이다윗에게 그런 존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이다윗은 "연기와 음악"이라는 답을 내놨다. 연기야 짐작한 바지만 음악은 의외다. 이다윗은 "음악이란 이름 아래 있는 건 다 좋아한다. 만들고 부르고 연주하는 걸 다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마침 이다윗은 이번 '스플릿'의 엔딩송을 직접 부른 터다. 따뜻한 감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노래가 영화의 여운을 더한다.

"만약 연기를 안 하게 되면 음악을 할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록과 힙합을 좋아하는데, 잘 하진 못하지만 가끔은 혼자서도 노래방에 가요. 엔딩 송을 부르게 된 건 감독님이 하도 과하게 칭찬을 하셔서 갑자기 일이 커진 거예요. 직저 부른 노래가 영화에 들어간 건 처음이거든요. 엔딩 크레딧 나오면 아무래도 마음을 놓는데 이번엔 제가 부른 노래가 나오니까 내내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랩도 해보고 싶다는 이다윗. 드라마와 영화. 웹드라마까지를 오가며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다져가고 있는 그는 당분간 계속해 더 많은 것을 쌓아나갈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일단은 도전 도전 그리고 도전"을 외친 그가 다음번엔 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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