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대역전승을 이끈 박상오. /사진=KBL 제공 |
부산 KT 소닉붐이 서울 SK 나이츠에 대역전승을 거두며 5연패에서 탈출했다. 30점 가까이 뒤졌지만, 이를 극복하고 연장에서 승리를 따냈다. 드라마를 썼다. 그리고 박상오(35, 196cm)가 이를 이끌었다.
KT는 1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정규시즌 SK와의 첫 번째 맞대결에서 연장 접전 끝에 92-90의 역전승을 따냈다.
이날 전까지 KT는 5연패에 빠져 있었다. 시즌 성적도 1승 7패로 최하위다. 이런 상황에서 SK를 만났다. 꼭 1승이 필요한 상황에서 '통신 라이벌' SK를 만난 것이다.
경기는 쉽지 않았다. 전반은 크게 뒤졌다. 하지만 3쿼터부터 추격에 나섰고, 4쿼터에서 동점에 성공했다. 이어 연장에서 끝내 뒤집기에 성공하며 웃었다. 천금같은 1승을 따냈다.
이날 박상오는 26점 7리바운드를 올리며 팀을 이끌었다. 4쿼터에서만 12점을 퍼부었고, 연장에서도 5점을 더했다. 결승골은 허버트 힐(32, 203cm)이 주인공이었지만, 진짜 주역은 박상오였다.
경기 후 박상오는 "인터뷰실에 혼자 들어온 적이 없는데 어색하다"며 "진짜 오늘 어렵게 이겼다"라고 웃었다.
경기 소감에 대해서는 "우리도 1라운드에서 동부나 전자랜드전에서 15점씩 이기다가 역전패를 당한 적이 많았다. 요즘은 20점 뒤져도, 4쿼터 10점 안으로만 따라가면 승산 있다고 생각했다. 전반 후 감독님이 10점 안으로만 쫓아가자고 했고, 찬스 나면 과감하게 던지라고 했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던질 수 있었다. 1쿼터 때 교체되서 들어가니까 나를 버리더라. 딱 알았다"라고 설명했다.
2쿼터 마지막 버저비터 3점슛에 대해서는 "감으로 쏜 것이 아니다. 그게 감이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정말 운이다. 그거 들어가서 라커룸에서 선수들 사기가 좀 올라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장전에서 터진 3점슛과 마지막 블록슛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짜릿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마지막 블록슛이다. (김)선형이가 스텝을 밟으면 무조건 올라간다. 예상했다. 거기서 패스가 나갔다면 역적이 됐겠지만, 올라올 것이라 생각했다. 잘 맞아떨어졌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는 말에는 "(조)성민이가 우스개소리로, '제발 더블팀 좀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하더라. 어제 힐이 왔는데,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어제 비록 졌고, 팀이 현재 하위권이지만, 정통 빅맨이 왔으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다니엘스랑 여름에 굉장히 좋았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리도 마음고생이 굉장히 심했다"라고 말했다.
체력에 대해서는 "우리한테 지금 힘든 것은 중요하지 않다. 1승이 중요하다. 투혼을 발휘했다. 나도 한국 나이로 36세다. 힘들다. 감독님이 김현민을 쓰고, 나에게 식스맨으로 뛰어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언제든 상관없다고 했다. (김)현민이는 기세를 타면 계속 간다. 감독님이 신경을 써주신다. 그래도 솔직히 힘들다. 지니까 더 힘들더라"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상오는 "사실 우리 선수들이 공중에서 몸 부딪히며 세리모니 하는 애들이 아니다.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들이다. 그런데 오늘 세리모니를 하더라. 오늘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나"라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