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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윤여정 선배처럼 오~래 연기하고 싶어요"(직격인터뷰②)

[2016 결산 릴레이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2.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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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인터뷰①에서 계속>

-그렇게 해온 연기생활이 올해로 16년 째다. 거의 반 평생을 연기하고 있는 셈이다.


▶반평생이라 하니 느낌이, 어휴.(웃음) 더 무겁게 다가온다. 특히 올해가 셌다. 내가 배우로서 연기력이든 책임감이든 뭔가를 증명해내야만 했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닥쳤다고 할까. 매 작품마다 더 나아지고 싶고 변화하면서 소통하고 싶어 고민하는데, 해온 게 많아질수록 고민도 더 깊어지고 커지는 것 같다. 이미 멜로를 했고, 로코를 했고, 여기서 더 더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보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것도 같고.(웃음) 젖 먹던 힘까지 짜낸 느낌도 든다. 그나마 업그레이드 되는 방법이 있다면 그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노력하고 고민하는 것 밖에 없다.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는 작업이라는 생각이다.

-뜻깊은 한 해를 보내며 주목받은 만큼 다음 행보에 더 많은 고민이 생길 것 같다.

▶무섭기도 하다. 또 작품을 결정하고 촬영을 하고 잠을 못 자고 개봉을 하고 가슴을 졸이고 하는 게 반복되지 않나. 연기하는 동안이 나만의 싸움이라면 개봉하는 시기엔 모든 것이 쏟아져 들어 온다. 연기하는 고통스러운 순간이 더 좋다 싶을 정도다. 하지만 너무 스트레스 받는 게 좋지는 않을 것 같다. 무섭고 두렵지만 더 내려놔야겠다 하고 있다.


박해일 오빠도 그러더라. '넌 다음은 뭘 해야 되냐.' 하지만 저는 되려 가벼운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앞으로 3년만 연기를 할 거면 '더 쥐어짜서 더 대단한 걸 할테야' 하고 불태우겠지만 저는 연기를 오~래 하고싶다. 여성영화인상에서 만난 윤여정 선배님이 참 부러웠다. 그렇게 편안하고 멋져 보일 수가 없다. 그것 또한 많은 세월 많은 일들이 겹겹이 쌓였기에 가능한 모습일 거다.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 마구 쏟아 붓고 목숨을 걸어선 그렇게 못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마음을 비워내고 내려놓고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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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말이 나왔는데, 올해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수상했다. 여배우의 활약에 목마른 충무로에서 더욱 주목받으면서 여배우로서의 정체성, 책임감도 새롭게 느꼈을 법하다.

▶내가 크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활자화되면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처음엔 크게 연연하지 않았는데 제 영화가 여성영화, 여름대작 중 유일한 여성 주인공 영화로 카테고리가 만들어지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걸 더 실감하게 되더라.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 하는구나' 하는 사명감도 생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꾸준히 활동하며 꾸준히 작품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을 것 같다. 제가 큰 역할도, 작은 역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여성이 보이는 작품을 하게 되지 않겠나.

-올 한해 가장 기뻤던 순간을 꼽는다면.

▶제가 리뷰를 잘 안 본다. 그런데 '덕혜옹주'는 열심히 찾아봤다. 관객들이 느꼈던 감동을 고스란히 제가 느꼈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계속 울고 계신 어르신이 계셔서 극장을 치우지 못하고 있더라는 글을 보고 가슴이 벅찼다. 연기로 사랑받는 게 개인적인 행복이지만 그것으로 영화를 본 분들과 소통하는 순간을 맞는 더 큰 희열이 있더라. 난 그런 이야기들이 굉장히 상투적이라 생각했다. 작품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조차 나와의 싸움이라 생각한 적이 분명히 있다. 이번에 영화로 모르는 타인과 소통하면서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공감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아 너무 행복했어요' 라고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없는 벅찬 기분이었다.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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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내년 계획은 따로 있나.

▶'비밀은 없다'와 '덕혜옹주'가 그냥 2016년의 나였다. 1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갔나 서글플 뿐이고(웃음) 순간순간 행복하게 살아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올해는 작품 계획이 없으니 목표도 계획도 아직 안 세웠다. 에너지를 소진한 것 같아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다음 작품도 열심히 할 거다. 내 마음이 공감되는 작품을 할 것 같다.

-신년이 다가온다. 새해 메시지를 부탁한다.

▶잘 정리가 될까 모르겠다. 요즘이 참 어수선하다. 미래가 불확실하니 더 불안하기도 하다. 참 진지해지는 이야기지만, '이게 말이 돼' 하는 것들은 존재했지만 그저 우리가 몰랐을 뿐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들, 짐작은 했지만 음지에 있었던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나오는데 어쩌면 우리가 감수해야 할, 사회가 더 투명해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저도 직업이 좀 다를 뿐이지 같은 TV를 보고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산다. 행복을 찾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세상이 삭막하고 불안하지만, 기본을 잃지 않았으면, 소신과 꿈을 간직했으면, 따뜻하고 희망적인 생각들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아, 내년엔 다 잘 됐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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