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팀 퍼스트' 이승엽, 은퇴식마저 걱정하는 '국민타자'

인천국제공항=김동영 기자 / 입력 : 2017.01.3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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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의 '국민타자' 이승엽.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은퇴 투어 감사한데, 걱정입니다. 은퇴식 안 하면 어떨까요?"


삼성 라이온즈의 '국민타자' 이승엽(41)이 전지훈련을 떠나며 남긴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팀에 피해가 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위대한 대타자'지만 팀이 먼저라는 것이 이승엽이었다.

삼성은 30일 1차 전지훈련지인 괌으로 출발했다. 2월 1일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괌에서는 체력 훈련을 실시하며, 2월 12일 오키나와에서 2차 전지훈련을 치른다. 연습경기를 통해 실점 감각을 끌어올린다.

선수단은 해도 뜨기 전인 30일 새벽 6시 인천공항에 집결했다. 이승엽도 마찬가지였다. 일찌감치 도착해 먼저 와 있는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미 2017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상황. 자신의 현역 마지막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있었다.


당연히 이 부분에 관심이 쏠렸다. '마지막인데 느낌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럴듯한 답변이 나올 법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승엽은 "마지막이 아니라 그냥 23번째 스프링캠프다. 평소와 똑같다. 지금은 전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담담했다. 오히려 이승엽은 "정작 나는 별다른 생각이 없고, 전혀 느낌이 없는데, 주변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라며 웃었다. 그냥 늘 가던 캠프에 다시 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이다.

이승엽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대타자'다. 16시즌을 뛰며 통산 1771경기에 나섰고, 타율 0.304, 2024안타 443홈런 1411타점 1290득점에 출루율 0.391, 장타율 0.576, OPS 0.967을 기록중이다.

일단 통산 최다 홈런에서 독보적인 1위다. 여기에 2000안타도 만들어냈고, 통산 최다 타점도 1위다. 최다 득점 1위도 코앞이다(양준혁 1299득점). 심지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8년간 자리를 비우고도 이 정도다. KBO 리그 역대 최고 타자를 꼽을 때 첫손이 유력하다.

이 정도의 타자가 은퇴를 선언했다.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관심도 많이 간다. 그리고 이 정도의 성적과 스타성을 갖춘 선수라면 우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승엽은 그런 것이 없다. 늘 겸손하다. '타의 모범'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태한 수석코치는 "이승엽은 1995년 19살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변함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에서 스스로 한 발 비껴나 있는 모습이다. 반대로 팀에 악영향이 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승엽은 "은퇴투어 이야기가 나왔는데,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 걱정이다. 은퇴식 없이 갔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야구는 단체 종목 아닌가"라고 말했다.

사실 이승엽의 은퇴식이 없을 리는 만무하다고 봐야 한다. 최고 스타의 퇴장이다. 이승엽도 누구보다 화려한 은퇴식을 꿈꿀 법도 하다. 그런데 팀에 해가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는 이승엽이다. '팀 퍼스트'다. 괜히 '국민타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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