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스키스 매니저였던 그, 나이 마흔둘에 아빠가 됐다

'좋게됐다 아내가 임신했다' 남달리 작가 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7.02.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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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됐다 아내가 임신했다' 저자 남달리 /사진=임성균 기자


아내가 말했다.

"그런데 오빠, 아무래도 나 임신한 것 같아."



'아……왠지 좋된 거 같다……."

'좋게 됐다 아내가 임신했다'(오일북스, 남달리 저)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책은 마흔두 살에 아빠가 된 저자의 자전적 육아 에세이다. 늦깎이 아빠가 임신, 출산, 육아를 겪으며 느낀 생각을 솔직하게, 정말 솔직하게 담았다. 시중에 나온 수많은 육아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말 깔깔거리게 재밌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미듣작가'(미입동 듣보잡 작가)로 부르는 작가가 가식 없이(아내 욕도 많다) 술술 읽히게 썼다.

남달리(본명 남택준)작가는 DSP미디어, 예당엔터테인먼트 등에서 매니저로 근무했다. 젝스키스의 전성기를 함께 했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중인 고지용과는 요새도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이다. 화제는 '물론' 육아다.


남달리 작가와 아내 '윤이 엄마'는 사실 임신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남 작가는 7년째 '미듣작가'로 드라마 데뷔를 준비 중이었고, '윤이 엄마' 역시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 단지 '검은콩물을 보리차처럼 마셨고 홍삼진액을 아침마다 먹었다'

남 작가는 "검은콩물도 홍삼진액도 임신 비결은 딱히 아니었던 것 같다"며 "그렇게 먹으며 몸이 건강해지다 보니 매일 저녁 취하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아내는 어느 날 임신을 했고, 작가이자 애주가, 스모커, 골프 마니아였던 남 작가와 워커홀릭이자, 소맥 마니아였던 아내는 그렇게 부모가 됐다.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그렇듯 많은 걸 포기해야 했다.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계속해 준비 중이었는데 아내가 임신을 한 거죠. 책에도 썼듯 아내가 임신 후 예비 아빠로서 많은 걸 포기해야 했어요. 술, 잠, 친구, 골프, 담배...아, 세보니 정말 많네요. 아내가 어느 날 제주도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뱃속의 아이를 위해 공기 좋은 곳에서 있고 싶다고요."

그렇게 부부는 제주로 내려갔고, 정확히 25박 26일간 제주 조천면의 한 농가를 빌려 지냈다. 여행으로 간 제주는 좋았지만, 살러 간 제주는 쉽지 않았다. 쥐가 나왔고, 공기 좋아 보여 매일 가려던 근처 숲은 중국 관광객으로 들끓었다. 남 작가는 그사이 틈을 내 이 책을 짬짬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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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됐다 아내가 임신했다' 저자 남달리 /사진=임성균 기자


"3주 정도 되니까 환상의 섬 제주가 아니라 그냥 집 앞 평범한 풍경이 되더라고요. 아내도 기대했던 것과 다르니까 우울해졌고요. 마지막 3일 특별하게 지내보고 싶다고 해서 특급호텔에서 눈 딱 감고 3일 머물고 바로 서울로 왔죠(웃음)."

그렇게 2015년 9월 1일 두 사람은 부모가 됐다.

"육아는 현실이라는 말, 정말 실감했어요. 어느 날 아내와 그런 얘기를 했어요. 지금 우리 행복한 거 맞냐고? 물론 아이가 태어나니 행복하긴 해요. 제가 술을 줄이고, 친구를 멀리해 욕을 먹고, 담배를 분리수거장에서 피고, 밤마다 깨어나 보채는 아이를 달래느라 잠을 못 자는 것도 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유를 모르겠는 '땡깡'에는 정말 속수무책이에요. 자지러지게 울면, 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확 던져버리고 싶다니까요. 하하하."

남 작가 부부의 아들 윤이는 이제 갓 돌을 지났다. 이제 좀 행복할까. 작가는 '활자의 오해'라는 제목의 글에 이렇게 썼다.

뜸하던 후배가 카톡으로 말했다. 형 보니까 저도 빨리 장가가서 아기 낳고 싶어요.

왜?

후배 네? 형 사진 보니까 좋아 보여서요

뭐가? 정확히 어디가?

후배 ….

그러니까 어느 부분이 좋아 보이냐고?!!

후배 역시 육아는 힘든가 봐요. ㅠㅠ

아는 새X가 그래?!!

시간이 지나도 후배의 답톡이 없었다. 늘 하던 장난처럼 보낸 카톡이지만 후배는 내 활자에서 피로감과 예민함을 느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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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됐다 아내가 임신했다' 저자 남달리 /사진=임성균 기자


"이 책은 눈물과 감동 섞인 문학책은 아니에요. '빡신' 육아를 하며 힘들 게 살고 있는 아빠들의 마음을 솔직히 '까놓고' 전하고 싶었어요. 아빠들은 결코 '슈퍼맨'이 아니란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서툴러서 힘든, 좌절하고 상처받은 초보아빠들이 이 책을 읽고 '그래, 그래' 이러면서 파이팅했으면 해요. 특히 그 '초보아빠'들의 아내분들이 상처받고, 힘든 아빠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마흔 살을 코앞에 둔 미혼의 기자, '좋게됐다'를 정말 재밌게 읽었다. 책을 덮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지 말자. 해도 애 낳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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