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 울버린 그리고 휴 잭맨과 작별하는 더없는 마무리①

[★리포트][리뷰]'로건'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2.24 09:21 / 조회 :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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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 포스터


과연 울버린의 마지막 다웠다. 영화 '로건'(Logan, 감독 제임스 맨골드)은 알려진 대로 휴 잭맨이 연기하는 마지막 울버린 이야기다. 히어로의 세계에서도 세대교체는 필연이다. 화려했던 슈퍼히어로의 뒤안길을 따라가는 '로건'은 'X맨' 시리즈로, 단독 시리즈로 17년간 사랑받은 울버린에 대한 더없는 예우다. 갈퀴 달린 돌연변이가 아닌 인간 로건을 연민하고 또한 그리워하게 하는.

때는 2029년, 더이상 돌연변이가 태어나지 않는 시대. 더이상 '울버린'이라 불리지 않는 로건(휴 잭맨)은 멕시코 국경 근처 폐공장에서 '프로페서X' 찰스 자비에(패트릭 스튜어트)를 돌보며 지낸다. 한때 가장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였던 찰스는 퇴행성 질환으로 정신마저 오락가락하는 상태. 알코올에 절어 리무진 기사로 근근이 살아가는 로건 또한 이전과 다르다. 자가치유 능력은 사라져가고 얼굴과 몸엔 세월의 흔적과 전투의 상흔이 가득하다.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던 그는 뜻하지 않게 정체불명의 집단에게 쫓기는 소녀 로라(다프네 킨)를 만난다. 소녀는 멸종한 줄 알았던 어린 돌연변이다. 로라를 버려두려던 로건은 찰스의 고집에 못 이겨 졸지에 자식 노릇에 아버지 노릇까지 떠안는다. 세 사람은 함께 차에 올라 길을 떠나지만 위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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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건' 스틸컷


제목인 '로건'은 '엑스맨' 시리즈 간판 캐릭터 울버린의 본명이다. 슈트 입은 볼연변이 히어로 울버린 대신 인간 로건을 앞세운 제목이 영화의 갈 길을 대변한다. 무적의 불사조 슈퍼히어로가 아닌 상처입고 지친 인간이 중심에 섰다. 그는 여전히 초인적 힘의 소유자지만, 안무같은 동작으로 능력치를 시전하는 대신 있는 힘을 다 쥐어짜 힘겹게 싸운다. 울버린은 텔레파시나 염력, 레이저나 냉기가 아니라 손등에서 튀어나온 클로(claw)를 휘둘러 싸운다. '로건'은 이런 그가 고고한 초능력자가 아니라 처절한 아웃복서였단 걸 새삼 실감하게 한다. 선혈이 튀고 목이 잘려나가는 격투는 어떤 슈퍼히어로물보다 사실적이성인용임을 감안하더라도 세다. 그러나 액션의 쾌감이 아닌 황폐하고 처연한 정서가 전반을 지배한다. 깊이 패인 로건의 주름만큼 깊은 고통과 피로가 내내 함께한다.

수위 높은 청불 액션 히어로는 낯설지 않다. 2015년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가 600만이 훌쩍 넘는 관객을 모았고, 지난 해엔 마블 '데드풀'이 300만 명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킹스맨'이나 '데드풀'의 위트나 장난기, 스타일리시한 분위기는 '로건'의 몫이 아니다. 기존의 'X맨' 시리즈나 마블 히어로물보다는 DC의 '다크나이트', 그리고 그보다는 클래식 웨스턴 무비나 누아르에 더욱 가깝다. 청바지 청재킷으로 카우보이 패션을 완성한 '로건'은 흙먼지 날리는 사막을 달리는 것으로 모자랐는지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서부극 '셰인'(1953)의 장면과 대사를 직접 빌려오기까지 하며 자신이 누구의 후손인가를 확실히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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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건' 스틸컷


왜색마저 별 인상을 못 남겼던 '더 울버린'을 연출했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속죄라도 하는지 완전히 다른 색채로 '울버린' 로건의 마지막을 완성했다. 마블 히어로물의 유쾌한 전개에 익숙한 관객, '엑스맨' 시리즈의 스펙터클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로건'의 잔혹한 액션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허나 얼굴을 바꿔가며 거듭되는 마블 히어로물의 만화적 전개에 슬슬 넌더리가 나던 시점에 찾아온 늙고 지친 울버린의 고별사는 시각적 충격에 더해 뜻밖에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그는 어떤 영화에서보다 영웅답다.

슈퍼히어로물의 관습을 거부한 슈퍼히어로물이 가능했던 건 무엇보다 휴 잭맨의 울버린/로건이 그만큼 탄탄했기 때문이다. 로건-찰스 단 두 캐릭터의 노쇠함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도입부터 이전 시리즈와 전혀 안 맞는 설정을 납득시킨다. 코믹스로 이미 완성됐으며, 한 배우가 17년간 9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더 풍성해진 캐릭터의 힘이다. 날 것 같은 액션과 더불어 짙은 감정선까지 그려낸 휴 잭맨은 단연 '로건'의 일등공신이다. '로건' 역시 이번 작품을 끝으로 울버린과 작별하는 그에게 깍듯한 예우를 갖춘다.

중반부가 훌쩍 넘어가도록 대사 한 줄 제대로 없는 11살짜리 신예 다프네 킨은 스크린을 뚫을 듯 쏘아보는 눈빛만으로도 맹수 새끼의 기운을 마구 뿜어댄다. 일방적인 보호-피보호 관계는 아니지만, 로건과 로라는 레옹과 마틸다, '아저씨' 원빈과 김새론을 잇는 아저씨와 소녀로 당분간 기억될 것 같다. 소문만 무성하던 쿠키영상은 없다.

오는 2월 28일 전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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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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