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에드만' 비호감 부녀가 사랑스러워지는 마법

[리뷰]'토니 에드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3.11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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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니 에드만' 스틸컷


'토니 에드만'. 지난 칸 국제영화제에서 뜨거운 찬사를 받았으며,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의 유력 후보였던 독일 미렌 아데 감독의 영화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가족극이다. 퍽 난감하며 몹시 사랑스럽다.

장난기 많은 아버지 빈프리트(페테르 시모니슈에크)는 늙은 개를 키우며 독일 변두리 도시에 홀로 산다. 바쁜 커리어우먼인 딸 이네스(산드라 휠러)는 고향을 떠나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일한다. 키우던 개가 죽은 뒤 빈프리트는 "시간 나면 오시라"는 딸의 말을 떠올리곤 무작정 부쿠레슈티에 간다.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정신없이 지내던 이네스는 회사까지 찾아온 아버지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이네스의 일정에 치여 끌려다니기만 한 빈프리트는 빈프리트 대로 '네가 사람이냐' 싶다.


버티지 못한 빈프리트는 결국 짐을 싸고, 이네스는 떠나는 아버지의 뒷모습에 왈칵 눈물을 쏟는다. 이대로 안녕일 줄 알았더니, 빈프리트는 가발에 의치를 끼고 홀연히 재등장한다. 심지어 '나는 토니 에드만'이라며 이네스에게 악수를 청한다. 이네스는 기가 막히지만 물러서지 않는다. 그리고 이네스와 '토니 에드만'씨의 또 다른 동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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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니 에드만' 스틸컷


안 터지는 유머를 꿋꿋이 구사하는 촌스런 독일 아재와 웃는 법을 잊었나 싶은 밥맛없는 워커홀릭은 호감보단 비호감을 부르는 주인공이다. 억지로 엮인 둘은 애틋한 마음에도 격하게 충돌한다. 음악을 가르치는 낭만파와 사람 자르는 일을 대행하는 컨설턴트, "인생을 즐기고 있느냐"고 묻는 사람과 "행복이란 거창한 말"이라는 사람은 서로 다른 세계를 사는 법이다.


하지만 '토니 에드만'은 누가 맞고 뭐가 틀렸는지 손쉽게 정해 화해시키는 뻔한 가족극이 아니다. 독일 미렌 아데 감독은 지겹도록 다뤄진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절묘한 드라마와 코미디로 풀었다. 담백하지만 결코 건전하지 않으며, 난감한데 애잔하고, 먼저 웃는 법 없이 웃긴다. 162분이란 러닝타임은 버겁지만, 뭐하나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다. 그러다보면 웬수같던 부녀가 공명하는 마법같은 순간을 만날 수 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두 배우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지만, '아빠 때문에 내가 미쳐' 표정을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이네스 역 산드라 휠러가 특히 인상적이다. '토니 에드만'으로 확인하는 독일식 개그는 '바람이 가장 귀엽게 부는 곳은, 분당' 식의 한국 아재 개그와는 차원이 다르니 감안하시길.

청소년관람불가. 3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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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니 에드만'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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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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