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근의 MLB관전평] 류현진, 스스로에 대한 믿음 놓지 말길

이광근 전 kt 2군 감독 / 입력 : 2017.04.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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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전에서 5회 흔들리며 강판된 류현진. /AFPBBNews=뉴스1


14일 새벽 벌어진 LA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의 경기는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을 얼마나 믿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되는 경기였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많다. 다저스에서 류현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신뢰를 갖고 선수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도자가 선수를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밑거름은 바로 신뢰감일 것이다.

이날 경기 류현진의 투구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4⅔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5탈삼진 4실점이란 기록도 보여주고도 있지만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더 던졌어야 했다. 물론 그러려면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야했는데 그렇게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는데 어려움이 느껴졌다. 상대의 타선은 너무 강했고, 류현진 스스로는 자신이 던질 수 있는 모든 구종에 대한 느낌(제구력)이 없어 보였다.


투수가 부담을 덜기위해선 타선이 득점을 내주어야 하는데 다저스의 타선은 상대투수 구위에 눌려 경기를 주도하지 못하고 이끌려 가기만 했다. 대표적으로 4회 무사 1,2루서 5번 반슬라이크가 초구 번트 시도에 실패했다. 번트자세도 좋지 않았음은 물론 초구부터 적극적인 공격이 아쉬운 대목였다. 결국 3구 삼진당하면서 상대 투수의 자신감만 키워주었다. 타선의 이런 소극적 플레이도 부상 이후 오랜만에 등판하는 류현진으로 하여금 압박감을 느끼게 했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는 선수 본인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자신감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과거 경기력이 좋았을 때를 되짚어 보게하면 거의 모두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반대로 경기력이 나빴을 때의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야구 역시 인생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나쁘거나 좋거나 대개 스스로 예상한 것이 현실이 된다. 자신감의 결여는 곧 선수의 슬럼프로 이어진다.

코칭 스태프의 조급한 모습은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칭 스태프의 신뢰감이 곧 선수의 자신감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지난 콜로라도전에서도 77개의 투구로 4⅔이닝을 던졌고 이날 컵스전 역시 77개 투구 4⅔이닝을 던졌다. 두 번 연속 5이닝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교체됐다.


덕아웃의 그런 판단을 류현진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신뢰를 뜻하는 영어 단어 ‘trust’의 어원은 ‘편안함’을 의미하는 독일어의 ‘trost’에서 연유된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를 믿을 때, 혹은 누군가가 믿어줄 때 우리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부디 다음 경기에는 승리 투수의 조건을 갖추고 타선도 살아나 류현진의 첫 승과 함께 자신감을 회복하고 시즌을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맞기 바란다.

사족을 달자면 위대한 선수들이라고 항상 자신감에 꽉 차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과의 차이점 중 하나는 실패나 슬럼프가 왔을 때 대처를 잘 한다는 것이다. 좋은 선수들은 성공의 시기를 극대화하고 슬럼프를 최소화 한다. 위대한 선수들은 ‘실패한 경기는 있을지 몰라도 실패자는 없다’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부디 류현진도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은 절대 나쁜 결과를 낳지 않는다” 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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