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 칼럼] 스포츠를 아는 대통령을 보고싶다

정희윤 SEI연구소 소장 / 입력 : 2017.05.0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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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사진=뉴스1


스포츠를 아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어떤 선거든 선거 때마다 내 표가 갈 방향은 정해져 있다. 후보가 비슷한 스펙일 때 무조건 스포츠를 아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진다. 스포츠를 안다는 말은 할 줄 알거나 스포츠 혹은 체육의 중요성을 안다는 의미이다. 이런 선택을 하게 된 첫째 이유는 스포츠분야에서 일을 하는 내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의 정책이 스포츠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따라 일거리가 많아지거나 줄어드는데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체육을 등한시하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틀림없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망칠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확신 때문이다.


마침 언론에 보도된 OECD국가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PISA 결과를 보고 이 생각은 더 굳어졌다. 수학, 과학 등의 학업성취도는 최상위권이지만 만족도는 최하위라는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사교육이나 지나친 경쟁이 문제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육에서 신체활동을 통한 교육인 체육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어떤 선진국도 학교에서 중시하는 프로그램인데 우리만 축소해온 게 사실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문무를 겸비한 인재를 중시해온 전통이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가 스포츠 혹은 체육을 등한시 할 때 한국의 미래를 망칠 것이라는 내 논리는 ‘놀이’에서 출발한다. 사업을 해본 사람들은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말이 허무맹랑한 속설이 아니라는 걸 안다. 닥친 문제를 교과서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창의적인 해법을 곧잘 찾아내기 때문이다. 또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안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도 있다. 이 둘을 조합하면 일을 잘하려면 어릴 때부터 많이 놀아봐야 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스포츠는 신체활동이 요구되는 잘 다듬어진 재미있는 놀이다. 학생들이 신체활동을 하면서 재미있게 놀게 만드는 교육프로그램이 체육인데 이걸 등한시해 놀 줄 몰라 책에 없는 길은 찾을 줄 모르는 인재만 양산한다면 어떻게 미래가 밝을 수 있겠나? 그리고 승패를 가르는 경쟁이 필수적인 스포츠는 우리에게 단지 재미만 주는 것은 아니다. 운동을 하면서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다 보면 진 사람의 아픈 심정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게 된다. 내가 졌을 때 어떤 심정인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이겼을 때 상대방에게 겸손해져야 된다는 걸 스스로 체득하게 만드는 게 스포츠가 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이런 논리로 이번 선거에서도 누가 스포츠나 체육 친화적인 후보인지 가려내기 위해 다섯 후보의 공약을 살펴봤다. 딱 한 명의 교육정책 공약에만 ‘체육’이 들어가 있었다. 스포츠나 체육이 경제나 국방외교 등에 우선하는 분야는 분명 아니지만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에서 교육비만 다룬 후보들의 안목에 이번에도 실망했다. 짧은 시간에 사소한 분야까지 챙기기 어려웠겠지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우리 교육시스템이 등한시하는 체육을 선진국일수록 중시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또 선진국형으로 통합한 대한체육회 사업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연간 3400만명이 찾는 골프장, 1400만명이 관람하는 프로스포츠는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도 무시할 수 없는 디테일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스포츠를 모르면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고도 하던데 이번에도 나는 스포츠를 아는 한국대통령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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