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 칼럼] 감독의 안목과 선수의 운(運)

정희윤 SEI연구소 소장 / 입력 : 2017.05.0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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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사브르의 김정환. /사진=뉴스1


눈 인가 운 인가?

이전 팀에서는 기도 못 펴던 선수가 트레이드 되자마자 난데 없이 주전자리를 꿰차 펄펄 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보낸 팀 코치나 감독은 팬들로부터 안목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김현수의 팬에게 볼티모어 감독은 공공의 적이다. 한국최고의 타자를 감독기분에 따라 넣었다 뺐다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그라운드 밖에서 보는 팬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코치나 감독이 선수를 잘못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코치나 감독이 갖추어야 할 첫째 자질이 선수 보는 안목이다. 선수의 잠재력을 볼 줄 모르면 아예 코치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프로리그에서는 이 팀에서 별볼일 없던 선수가 저 팀에 가서는 맹활약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소속팀의 뛰어난 주전에 가려서 출장기회가 없었던 선수가 다른 팀에서 자리를 꿰찰 때 주로 일어나지만 감독의 기호가 좌우하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3명이 출전하는 펜싱 단체전에 “네 번째 선수는 누굴 뽑을 거냐?”는 질문을 2명의 펜싱지도자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네 번째 선수는 만일에 대비하는 후보선수를 의미하는데 각각 “영리한 선수”와 “기질 있는 선수”를 꼽았다.

앞은 프랑스의 디종에서 펜싱클럽을 30여년간 운영하는 노(老) 펜싱 코치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고, 뒤는 리오 올림픽을 앞둔 한국 대표팀 감독이 했던 답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감독이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이 선수선발이다. 3명의 주전이 뛰는 펜싱경기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준비하는 1명의 후보선수는 경우에 따라 팀에서 매우 중요한 선수다. 사실 선수선발에는 감독의 종목에 대한 철학이 작용한다. 감독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면 공격형 선수가 기용되고 수비를 중시하면 그 반대다.


그런 선수를 선택하는 이유를 프랑스 코치는 “영리한 선수는 배운 기술 이상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곧잘 한다. 네 번째 선수가 출전한다면 어려운 경기가 될게 분명하고 어려운 경기에서는 임기응변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유형의 선수를 선택한다”고 했다. 펜싱 선수 층이 두꺼워 기술, 체력에서 큰 차이가 없는 프랑스에서 일리 있는 선택이라고 느꼈다. 한국 감독은 ”체력이나 기술에서 앞선 유럽선수를 상대할 때는 기세로 대결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몰아 붙일 선수라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이 선택 또한 승부에서 기세가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일리가 있었다.

감독이 선수의 기(氣)를 높이 사느냐, 지(智)를 선호하느냐에 따라 선택되는 선수가 달라지는 셈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코치나 감독은 결코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다. 성적이 나빠지면 자기 목이 가장 먼저 잘리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선수 감별하는 눈이 필수적이고 단련이 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기호는 어쩔 수 없다. 이 감독의 눈밖에 난 선수가 저 감독의 눈에 들 수도 있다. 트레이드로 다른 팀에 가서 펄펄 나는 선수는 감독 운이 좋은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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