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근의 MLB관전평] 류현진, 흔들린 밸런스와 배터리 호흡

이광근 전 kt 2군 감독 / 입력 : 2017.05.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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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AFPBBNews=뉴스1


12일 콜로라도전에서 류현진은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한 경기 개인 최다실점(10), 최다 사사구(7)에 메이저리그 데뷔 첫 보크까지.

이날 류현진의 몰락을 얘기하면서 포수얘기를 안짚고 넘어가긴 힘들다. 포수는 흔히 그라운드의 어머니로 비유된다. 다독이고 북돋우며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특히 투수가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투수의 각 구질에 대한 커맨드(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능력)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투수의 메이크업(표정) 등 심리상태까지를 파악해야 한다. 투수에게 안정을 주는 침착한 플레이는 물론이다. 그러나 오늘 LA 다져스의 오스틴 반스 포수는 그러지 못했다. 타자 친화적인 쿠어스 필드에서 낮은 공보다는 높은 공을 자꾸 유도하는 투수 리드도 그랬지만 특히 2회 번트수비 모습이 많이 아쉬웠다.


이날 2회 콜로라도 선두타자 라이언 해니건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후 투수 제프 호프먼이 타석에서 희생번트를 댔을 때 이 공을 잡은 반스가 2루 욕심을 냈다. 반스의 송구가 짧게 이루어지면서 타자와 주자가 모두 살았다. 2루 송구가 실패한데는 초보 포수의 성급함이 주효했다. 기본적인 스탭을 밟은 후 송구가 이루어졌어야 했는데 마음이 급하다보니 그 과정이 생략됐고 짧은 송구라는 최악의 결과를 야기했다. 1사 1루여야 될 상황을 무사1,2루로 만든 셈이다.

현장에서 이러한 경기를 수 없이 많이 보았다. 1점을 안 주려는 성급한 마음과 욕심이 수비 실책을 불러일으키며 대량 실점으로 연결되는 상황들은 흔하다. 이날 2회 말 상황도 여유 있게 2루 송구 또는 1루에 송구하여 아웃카운트를 잡았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생각한다. 경기 후반에 들어가서는 1점을 아끼는데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초반에는 점수를 내주어야 할 상황이면 1점을 주고 간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더욱이 류현진이 원래 1회 난조를 겪고 이겨낸후 안정을 찾아가는 투구패턴을 보여왔던 점을 감안하면 2회의 이 상황은 투수의 멘탈을 크게 흔들어놓는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이후 1번 타자인 블랙먼은 삼진, 2번 타자인 르메이휴는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이 됐다. 반스가 번트수비에 성공하여 무사 1,2루가 아닌 1사 1루 상황였다면 이 르메이휴로 이닝은 끝났겠고 이전 경기처럼 류현진은 안정을 찾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류현진의 투구에도 확실히 문제는 있었다. 시즌 첫승을 따낸 지난 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2루 슬라이딩 과정에서 왼쪽 엉덩이 타박상을 입어 10일의 회복 기간을 가졌지만 류현진의 축발이 되는 왼쪽 다리 부상은 전체적인 투구 밸런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탓인지 제구와 구속이 의도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느낌을 받았고 변화구, 특히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적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딜리버리(투구과정)를 다시 한번 체크해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투수의 딜리버리는 1. 스탠스 2. 회전 3. 밸런스 4. 스트라이드 5. 착지 6. 마무리의 여섯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더 효율적이고 더 좋은 커맨드를 갖게 하고 더 좋은 공을 던지게 하는 요소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으로선 오늘 경기 대량 실점으로 상실감이 클 수 있겠으나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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