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전혜진이 만든 살아있는 '불한당' 천팀장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5.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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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전혜진 스틸


"애들아, 안녕~!"

'불한당'에서 전혜진이 손을 들고 있는 조폭들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하는 말입니다. 경쾌합니다. 전혜진은 '불한당'에서 천인숙 경찰팀장으로 출연했습니다. 영화에선 천 팀장으로 불리죠.


'불한당'은 교도소에 잠입한 형사가 그곳에서 만난 마약조직 2인자 눈에 들어 출소한 뒤 마약조직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설경구가 마약조직 2인자 한재호 역으로, 임시완이 언더커버 형사 조현수 역을 맡았습니다. 전혜진은 임시완을 교도소에 잠입시켜 설경구와 만나게 하는 인물입니다. '신세계'에서 최민식이 맡은 역할입니다. 최민식에서 알 수 있듯, 통상 이런 장르물에서 중년 남성이 맡는 배역입니다.

변성현 감독은 딱히 젠더 차이를 주기 위해 천 팀장을 여성으로 바꾼 건 아니랍니다. 그 역할에 맡는 캐릭터라 천 팀장 역할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신세계'를 의식해 천 팀장 역할을 줄일까도 생각했답니다. 워낙 '신세계' 최민식 그늘이 깊었으니깐요.

하지만 전혜진이 천 팀장을 맡으면서 캐릭터가 살아났다고 하더군요. 흔히 좋은 캐릭터가 만들어지면, 가만히 둬도 이야기가 굴러간다고들 하죠. 그만큼 살아있는 캐릭터의 힘은 중요합니다. 전혜진은 이 캐릭터를 살아있게 만들었습니다.


"애들아, 안녕" 장면은 전혜진의 애드리브랍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전혜진 뒤로 그야말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수많은 경찰이 대기하는 가운데 마약소굴로 쳐들어가는 장면이죠. 촬영 당시 전혜진은 너무 신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애들아, 안녕"이라며 하이파이브를 했답니다. 변성현 감독은 그 장면이 너무 좋아서 영화에 썼다고 하구요. 정작 전혜진은 촬영이 끝난 뒤 자기가 너무 신이 나서 오버를 한 것 같다며 편집해달라고 요청했답니다.

사실 전혜진은 '불한당' 촬영 내내 캐릭터 설정에 애를 먹었답니다. 변성현 감독은 처음 전혜진에게 '부당거래' 황정민 같은 모습을 요구했답니다. 그렇지만 첫 촬영 이후 영화 캐릭터와 안 맞는 걸 깨닫고 차갑고 건조하게 해달라고 다시 요청했구요. 그 탓에 전혜진은 계속 날카롭게 연기를 해야 할지, 때로는 뜨겁게 해야 할지 난감했답니다. "언제는 날카롭다며"가 입버릇이었다고 하구요.

해당 장면도 그래서 편집해달라고 했던 것이구요. 변 감독은 영화 전체를 붙이면 캐릭터가 입체적일 것이라며 설득을 했답니다. 그 결과 전혜진이 그린 천 팀장은 여느 언더커버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로 완성이 됐습니다. 물론 그래서 천 팀장 마지막은 아쉽기도 하죠.

전혜진은 '불한당'에서 설경구와 임시완, 두 주역에 못지않은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전혜진은 연극배우로 출발했지만 이선균과 결혼하면서 배우로서는 많은 활동을 못했습니다. 육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용기가 적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랬던 전혜진이지만 이제 더 크고 넓은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영화에서 더 크게 쓰일 전혜진의 다음을 기다려 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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