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죽을 때까지 안 변할 거예요"(인터뷰)

영화 '군함도'의 소지섭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7.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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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의 소지섭 / 사진제공=피프티원케이


소지섭(40)과 '군함도'(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 어쩌면 시작부터 정해져 있었던 거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가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군함도라 불리던 일본 하시마섬의 지하탄광에서 강제징용에 시달리던 조선인들의 탈출을 그린 대작. 그는 어쩌다보니 군함도에 오게된 많은 조선사람 중 한 명이자 경성 최고 주먹 최칠성 역을 맡았다. 전사도 없이 불쑥 등장해 마구 시선을 빼앗는 그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군함도' 출연을 결정했다. 신중하고 진중한 그의 스타일은 아니다.

"류승완 감독님이 이전에도 몇 번 제안을 주셨어요. 그런데 다른 작품을 찍고 있거나 당시 감정상 하기가 싫어서 거절했어요. 이번에 거절하면 다시는 안 주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읽기 전에 하겠다고 하고 읽었다. 걱정이 되더라고요.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인가. 칠성이란 사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는 "저도 사실 몰랐다"며 군함도의 아픈 역사에 대해서 이번 작품을 통해서야 처음 알게 됐다며 부담감을 털어놨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군함도가 이슈가 되며 압박감도 더 커졌다. 소지섭은 "'군함도' 세 글자가 주는 무게감이 모든 스태프와 배우를 힘들게 했던 게 맞다"면서 "빨리 떨쳐버리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에 집중하자고 이야기하고 생각하면서 편해졌다"고 했다.

일본에 많은 팬들이 있는 한류스타로서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더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는 게 소지섭의 설명. 그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이제까지 해왔던 것을 못하게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건 상업영화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촬영하길 바란다' '우리도 보고 싶다'는 일본 팬들의 응원 또한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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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의 소지섭 / 사진제공=피프티원케이



우람하고 과묵한 행동파지만 무심한 척 상대를 배려하기도 하는 로맨티스트 최칠성은 한 눈에도 소지섭과 어울리는 캐릭터. '군함도'의 다른 캐릭터 누구도 욕심나지 않는다는 소지섭 또한 "딱 보고 칠성이가 내 역할이구나. 누가 봐도 그랬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연기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한 이유가,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소지섭의 이미지가 조금 필요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연기 패턴은 그 동안과 조금 달라요. 안에 뭔가 꽉 차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동안은 얼음같이 차갑게, 감정을 누르고 연기해 왔다면 칠성이는 완전히 달라요. 보시는 분이 많이 차이를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많이 다르게 연기했거든요. 안에 있는 걸 다 뱉은 느낌이에요."

경성 최고 주먹이라는 최칠성은 한 마디 설명으로도 '장군의 아들' 김두한 같은 전형적 인물이 떠오르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류승완 감독이 참고할 자료를 많이 보내줬지만 흉내내거나 비슷하게 할까봐 훑어만 봤단다. 소지섭이 의식했던 건 김두한이 아니라 악단장 강옥 역으로 함께 한 황정민이었다. 소지섭은 "황정민 선배님이 '신세계'에서 최고의 건달을 보여주시지 않았나. 그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며 "하지만 선배님은 한두 마디만 하실 뿐 가르치거나 그런 게 전혀 없으셨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식 남자 속옷인 훈도시 하나만을 두른 채 벌이는 맨몸 액션은 또한 눈길을 끄는 부분. 보는 것만으로도 그 고된 현장이 느껴지는 액션 대부분을 별다른 대역 없이 소화해 냈지만 소지섭은 "그래도 나오는 사람이 많아서 혼자 고생한 것보다는 덜 힘들었다"고 했다. 사실 혹여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 할까, 그가 웬만해선 힘들다 아프다는 소리를 절대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는 건 소지섭과 함께했던 사람들이라면 다들 아는 이야기다. 그는 이번 액션의 포인트로 '에너지'를 꼽았다.

"감독님이 원한 건 펀치를 한 번만 때리더라도 굉장히 강렬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예전엔 짜여진 액션을 많이 했다면 이번엔 보기에도 에너지가 넘치잖아요. 파워풀하고. 훈도시는, 모든 사람들-입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다 민망하기는 했어요.(웃음) 그런데 하루도 아니고 몇 시간 뒤면 다 편해졌어요. 만약을 대비해 안에 발레하는 분들이 입는 작은 속옷을 입긴 했어요. 물론 편하진 않죠. 저는 먼저 촬영을 했는데 나중에 (송)중기가 와서는 혼자 민망해 하는 거예요. 조금 있으니까 중기도 편안해졌죠.(웃음)"

영화 내내 등장하는 그의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사실 강제 징용 노동자를 표현하기 위해 오히려 평소보다 근육의 크기를 줄인 것이다. 수영선수 출신인 소지섭은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기도 하지만, 근육이 충분하지 않으면 관절에 통증을 느껴 평소에도 꾸준히 운동을 해 왔다고. 하지만 선명도 높은 근육질보다는 슬림한 몸매가 필요해 신경을 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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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의 소지섭 / 사진제공=피프티원케이


비주얼만큼, 아니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위안부로 고초를 겪다 군함도까지 오게 된 조선 여인 말년과의 러브라인이다.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아담한 체구의 이정현과 우람한 소지섭의 케미스트리가 예상 이상으로 애틋하다. 비극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로맨스가 혹여 영화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도 했던 부분이다. 소지섭은 "그걸 좋게 봐 주실 줄은 몰랐다. 멜로가 영화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 정도가 제일 적당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정현씨가 키가 작아도 아우라가 있어요. 제가 알기로 1995년 데뷔니 저보다 선배고요. 포스나 아우라에 키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촬영에 들어가면 눈빛부터 완전히 변하거든요…. 저는 칠성이가 말년을 여자로 사랑하는 느낌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나와 비슷한 사람, 그렇게 접근했어요. 그러다 보니 통하는 게 있었던 거고요. 러브라인이라 생각하지 않고, 이성적인 감정보다는 연민인 것 같아요."

배우 아닌 인간 소지섭의 러브라인은? '군함도'에서 함께 한 후배 송중기가 송혜교와 세기의 결혼까지 발표한 상태지만 그는 "결혼 생각이 당분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소지섭은 "얼마 전까지는 생각이 많았는데 그것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사람을 못 만나는 것 같아서"라며 "연애를 먼저 하자 생각한다. 막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마흔이 넘어가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아요."

올해로 만 나이 마흔. 데뷔 20년을 넘긴 소지섭은 흘러가는 시간, 먹어가는 나이에 대해 초연했다. 도리어 흐뭇해 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연기는 아직까지 즐겨가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지만, 조금씩 스스로 즐거운 일을 찾아가고 있단다.

"저는 나이먹는 게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젊어지면 뭐해요. 그렇게 힘든 것 또 살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바뀌거나 새로운 걸 찾는 것도 아닐 텐데. 자연스럽게 나이 먹는 게 좋아요. 오히려 기대가 돼요. 어떻게 내가 나이먹어 갈지. 저는 똑같아요. 나이가 변하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지 안에 있는 알맹이는 안 변했다고 생각해요. 죽을 때까지 안 변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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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의 소지섭 / 사진제공=피프티원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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