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발표 D-day' 신태용 감독, 덥수룩한 수염에 담긴 '고뇌'

평창(강원)=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8.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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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신태용 감독의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깨끗하게 양복 입고 나갈 텐데 뭐~"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신태용 감독은 피곤한 듯 연거푸 눈을 껌벅였다.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달린 신태용 감독이었다.

발표의 날이 다가왔다. 신태용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은 14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8/31 홈)-우즈베키스탄(9/6 원정)전에 나설 A대표팀 명단을 발표한다.

명단 발표를 하루 앞둔 13일. 신 감독이 강원도 평창에 나타났다. K리그 클래식 강원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곧 발표를 할 신 감독이었다. 사실 이미 그의 머릿속엔 대부분의 선수 선발 작업이 마무리 돼 있을 터. 그렇지만 신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K리그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직접 봤다.

그 이유는 1%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신 감독은 "마지막까지 단 1%라도 놓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다른 코칭스태프들도 다른 K리그 경기장에 가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과 전화 통화를 수시로 하면서 소통했다. 기성용에 대해 묻자 "통화를 다 했다.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도 직접 건너가 중국파들을 점검했다. 또 거의 K리그 현장은 빠지지 않고 찾으며 선수들을 직접 눈으로 살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 듯, 어느덧 그의 턱과 코 밑에는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신 감독은 "이제 14일이면 대표팀 명단 발표다. 발표 당일에 면도를 하려고 한다"며 "오늘 면도를 하면 면도날이 아까워서"라고 위트 있게 한 마디를 붙인다. 그는 "어제도 면도를 안했는데 뭐, 이제 14일 깨끗하게 해서 양복 입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의 표정과 말투 속에 어떤 홀가분한 마음이 다소간 느껴졌다. 대표팀 선수들을 선발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정신을 쏟았는지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난 7월 4일, 그가 공식적으로 국가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다. 그리고 한 달하고도 열흘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신 감독은 그동안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보낸 시간들.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신 감독은 "아무래도 대표팀 감독이 된 이후 밖에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를 못한다. 그게 제일 좀…"이라며 말을 줄인다.

"아무래도 주위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신다. 과거에는 우리끼리 편하게 소주도 한 잔 기울이고 할 텐데, 이제 그걸 못한다"고 특유의 말투로 거침없이 표현하는 신 감독. 그는 "대표팀 감독이라 괜히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아무 것도 안 했는데 괜히 말이 나온다"며 복잡한 표정도 지어 보였다.

14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해야 하기에 말을 아낀 신 감독이었다. 끝으로 그는 호쾌하게 취재진을 보면서 "내일 다 (발표 현장에) 안 오실 건가? 안 오면 여기서 다 이야기를 해주겠다. 왠지 내일 다 발표 현장에 앉아 있을 것 같은데"라며 웃었다.

대표팀 선장이 되면서 운명을 함께할 선원들을 찾기 위해 '열일'한 신태용 감독. 혼신의 힘을 다한 그의 눈에 들어왔을 '태극전사 26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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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K리그 클래식 제주-강원전을 관전 중인 신태용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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