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다저스는 방울뱀의 습격을 피할 수 있을까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10.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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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선수들과 데이브 로버츠 감독. /AFPBBNews=뉴스1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5일 펼쳐진 내셔널리그(NL) 와일드카드 게임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를 11-8로 뿌리치고 NL 디비전시리즈에서 톱시드 다저스와 맞설 상대로 결정됐다. 애리조나로선 2011년 이후 6년 만의 NL 디비전시리즈 진출이다. 올 시즌 104승으로 NL은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오른 다저스지만 첫 관문에서 애리조나를 만나는 것은 전혀 반갑지 않을 것이다. 악몽을 체험할 위험성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다저스는 104승 58패를 기록해 애리조나(93승69패)에 무려 11게임차나 앞서 여유 있게 N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두 팀 간의 시즌 맞대결 결과를 살펴보면 두 팀 사이의 '갑-을' 관계가 뒤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애리조나는 올 시즌 다저스와의 19차례 맞대결에서 11승8패로 우위를 보였다. 특히 8월과 9월에 펼쳐진 마지막 6차례 맞대결에선 다저스를 두 차례에 걸쳐 싹쓸이했다. 다저스가 올 시즌에 기록한 58패 가운데 19%에 해당하는 11패를 애리조나가 안겼다. 올해 다저스를 상대로 단연 가장 강했던 팀이었다.


올 시즌 다저스가 맞대결에서 열세를 보인 팀은 애리조나와 콜로라도, 딱 두 팀 뿐이다. 다저스는 로키스를 상대론 9승10패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와일드카드 게임에서 이들 중 누가 올라왔어도 다저스로선 쉽지 않은 상대였지만 굳이 둘 중 더 힘든 팀을 꼽으라면 애리조나라고 할 수 있다.

다저스는 애리조나를 상대로 올해 19차례 맞대결에서 스코어 합계 71-99로 압도당했다. 적지에서 3승6패를 당했고 홈에서도 5승5패로 반타작에 그쳤다. 다저스타디움과 체이스필드에서 모두 애리조나를 상대로 위닝 기록을 만들지 못했다.

홈에서 5대5 승부였고 원정에선 절대 열세라면 단기전인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선 매 경기마다 심리적인 중압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다저스는 최소한 월드시리즈까지 올라가야 본전을 찾는 입장인 반면 애리조나는 속된 말로 ‘밑져야 본전’인 처지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부담감이 다저스 쪽이 훨씬 크다.


다저스로선 이번 시리즈에서 홈에서 벌어지는 1, 2차전을 모두 이겨야 하는 것이 거의 필수적이다. 클레이튼 커쇼와 리치 힐이 선발로 나서는 1, 2차전을 모두 따내지 못한다면 3, 4차전에서 1승을 건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다저스가 2차전은 물론 커쇼가 나서는 1차전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이번 시리즈에서 다저스의 불펜이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다저스의 불펜은 단연 NL 최고였다. 불펜 평균자책점(3.38)은 물론 피안타율(0.222), 탈삼진(637개)에서도 리그 1위에 올랐다. 불펜이 올린 승수(32승)도 NL 1위였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다저스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전혀 다르다. 다저스 불펜이 올 시즌 애리조나를 상대로는 엄청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저스 불펜투수들의 올해 애리조나 상대 성적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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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불펜 vs 애리조나 타선


도표에서 알 수 있듯 마무리 잰슨 한 명을 제외한 다저스 불펜은 애리조나 타선을 상대로 거의 난타를 당하는 수준의 약세를 보였다. 심지어는 롱릴리프로 불펜에 합류한 선발투수 겐타 마에다 역시 평균자책점 7.36이 말해주듯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애리조나 입장에선 다저스의 선발투수들인 커쇼, 힐, 다르빗슈, 알렉스 우드를 6회 이전에 마운드에서 끌어내릴 수만 있다면 잰슨이 마운드에 올라오기 전에 다저스 불펜을 상대로 어떤 열세도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바로 이 이유이라도 다저스로선 4선발 후보인 우드를 불펜으로 돌리고 류현진을 그를 대신해 4선발로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했던 것이다. 우드는 올 시즌 애리조나를 상대로 4차례 등판(선발 3회)해 3승무패, 평균자책점 2.57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였다. 21이닝동안 16안타와 볼넷 4개만을 내줬고 삼진 23개를 뽑아냈다. 그런 우드가 불펜에 있다면 선발에서 마무리 잰슨까지 가는 여정이 한결 든든해질 것이다.

반면 우드가 4선발로 빠지면 다저스는 선발투수가 물러나는 순간부터 잰슨이 올라오는 시점까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지뢰밭’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자칫 이로 인해 포스트시즌 1라운드부터 잰슨을 8회에 조기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 경우 이번 시리즈는 물론 월드시리즈에 도달하기도 전에 잰슨 역시 진이 빠져 버릴 위험성도 생기게 된다.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다저스 선발투수들이 최소한 7~8회까지 버텨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저스 선발투수들의 올해 애리조나 상대전적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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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선발 vs 애리조나 타선


커쇼는 애리조나를 상대로 명성에 걸맞는 성적을 올리고 있고 우드도 뛰어난 호성적을 보이고 있지만 커쇼를 제외하면 모두가 선발로 평균 5이닝 정도밖에 버티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승부의 강도가 정규시즌보다 몇 배 이상 증폭되는 포스트시즌 경기에선 선발이 5이닝을 버티는 것은 더욱 힘들다. 올해 NL와 AL 와일드카드 게임에 선발로 나선 4명의 에이스급 선발투수들이 모두 초반에 강판된 사실을 감안하면 다저스 역시 커쇼를 제외한 선발투수들이 애리조나 강타선을 7~8회까지 틀어막아주기를 기대하기란 무리다. 심지어는 커쇼도 포스트시즌에는 6회까지 '커쇼처럼' 던지다가 7회 이후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보인 바 있다.

애리조나의 막강 타선을 상대로 5~6회부터 불펜이 가동된다면 잰슨까지 도착하기도 전에 승부가 뒤집혀버릴 확률이 크다. 다저스가 선발투수로서 류현진을 확실하게 신뢰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우드 불펜’ 카드를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스트시즌은 한마디로 예측 불허다. 사실 무려 104승을 올린 팀의 저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저스와 애리조나의 대결은 아무리 뜯어봐도 다저스에 그리 유리한 매치업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번 시리즈의 승패는 결과적으로 다저스 마운드와 애리조나 타선의 대결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하지만 애리조나 타선의 핵인 폴 골드슈미트와 AL에서 합류한 거포 J.D. 마르티네스가 특히 다저스를 상대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다저스에 좋은 조짐이 아니다. MVP 후보 골드슈미트는 올해 다저스를 상대로 홈런 4방을 포함, OPS 0.958을 기록했고 마르티네스는 생애 통산 다저스를 상대한 5경기에서 홈런 5방을 때리는 등 다저스 상대경기에서 장타율 0.824라는 어마무시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더구나 마르티네스는 다저스 에이스 커쇼를 상대로도 8타수 3안타(타율 0.375)에 홈런 1개, 2루타 1개로 장타율 0.875, OPS 1.319라는 엄청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애리조나 시리즈를 앞두고 불안감과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는 다저스 팬들이 많은 것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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