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예찬

[스크린 뒤에는 뭐가 있을까]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입력 : 2017.11.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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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에 나선 클린트 이스트우드 /AFPBBNews=뉴스1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는 내가 나이 먹어서 저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모델이다. 작년에 수작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Sully)을 연출했고 올해와 내년에 각각 한 편씩을 또 내놓을 거라니 노익장이 따로 없다.

이스트우드는 1960년대 유행했던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의 총잡이로 떴다. 내가어릴 때 ‘서부극’이라는 장르로 통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에 돌아오다'(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가 그 중 단연 압권이다.


1971년에 이스트우드는 '더티 해리'(Dirty Harry)의 해리 캘러한 형사로 변신해서 1980년대 말까지를 풍미한다. 1988년까지 네 편의 시퀄이 제작되었다. 여기서 캘러한의 직설적이고 독특한 캐릭터가 바로 젊은 시절 이스트우드의 이미지가 되었고 이스트우드는 남성성(Masculinity)을 상징하는 지속적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는다.

이스트우드는 1970년대부터 영화감독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물론 감독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한다. 배우 시절, 감독들이 마음에 들 때까지 반복해서 같은 씬을 촬영하는 것을 몹시 싫어했기 때문에 이스트우드 감독은 배우들에게는 대단히 효율적인 촬영으로 유명하다. 대개 한 테이크로 촬영을 끝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르지 않고 편안하게 진행한다고 한다. 그 결과 제작기간이 짧고 제작비 통제에도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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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열린 제20회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the 20th Annual Hollywood Film Awards)에 함께 참석한 '설리'의 톰 행크스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AFPBBNews=뉴스1



톰 행크스는 그래함 노튼 쇼에 출연해서 이스트우드 감독이 배우들을 말처럼 다룬다고 해서 모두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이유는 이렇다. 대개의 감독들은 촬영을 '액션!'이라는 큰 소리로 시작하는데 서부극 '로우하이드'(Rawhide, 1959)를 찍을 때 말들이 그 소리에 놀라 날뛰는 통에 항상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스트우드 감독은 나지막하게 "자, 시작합시다(Alright, go ahead.)" 하면서 촬영을 시작하고 '컷!' 대신 "그 정도면 됐네(That’s enough of that.)"라고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주연을 맡고 진 해크먼, 모건 프리먼이 같이 나온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 1992)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2회 수상에 빛나는 힐러리 스왱크와 함께 찍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 2004)로 두 번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두 영화 다 작품상도 받았는데 이스트우드는 두 영화에서 각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스트우드는 공화당원인데 미국이 해외에서

벌이는 전쟁에는 반대해왔다. 미국이 지나치게 세계경찰을 자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낙태와 동성결혼 같은 몇몇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태도도 보인다. 영화에서는 총기 사용으로 유명해진 이스트우드지만 총기규제에도 찬성한다. 1986년에는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지역의 작은 예술인 도시인 카멜(Carmel-by-the-Sea)의 시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2008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맥케인을 지지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냈다. 롬니를 대통령 후보로 뽑았던 2012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빈 의자를 향해 오바마 대통령이 마치 거기에 앉아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연설을 해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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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영화 '설리' 프리미어에 참석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AFPBBNews=뉴스1


이스트우드는 재즈와 블루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이기도 하다. 자신이 연출한 많은 영화의 음악을 직접 작곡했고 그 중 일부는 골든글로브상 후보에도 올랐다. 버클리(Berklee)음대에서 명예 음악학박사 학위도 받았다. 학위를 받고 "이번 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길 영예 중의 하나"라고 소감을 말한 것을 보니 윤회론자이기도 하다.

내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닮고 싶어 하는 것은 직업적인 성공 때문이라기보다는 절제되고 조용한 언행 때문이다. 특히 노년에 중요한 덕목들이다. 그 스타일이 고스란히 작품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가장 최근작인 '설리'가 좋은 사례다. 너무나 유명한 실화를 가지고 만들었으면서도 빼어난 연출력으로 영화를 지루하지 않고 긴장감까지 느끼게 만들었다. 자신의 성격만큼이나 군더더기가 전혀 없고 관객에게 뭔가를 설득하거나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이스트우드는 이를 '지나친 디테일과 설명으로 관객들의 지성을 모독하지 않는다'는 말로 표현한다.

얼마 전에 작고한 전설적인 코미디언 돈 리클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진정한 젠틀맨'이라고 평했다. 그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만드시기를 기대한다. 그만큼 진정한 젠틀맨의 모범이 완성을 향해 가는 것을 보고 싶고, 이스트우드를 보면서 나도 젠틀맨이 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영화를 바라보다'(문학동네, 2014)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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