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잡는다' 노인을 위한 스릴러는 있다..끝까지 간다

[리뷰] 반드시 잡는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11.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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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동에 70대 노인이 있다. 혼자 산다. 그래도 다 낡아빠진 빌리 주인이다. 밀린 월세 독촉하느라 하루를 보낸다. 열쇠 고치는 게 그나마 일이다. 얼굴만 보면 월세 독촉하는 이 영감을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은 피하기 일쑤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노인들이다. 집에서 홀로 죽고, 다리 밑에 떨어져 죽는다. 죽어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 어쩌면 죽기를 바랐을 노인들이다. 빌라 주인에겐 그저 남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몇 달째 월세 못 냈던 사람이 집에서 목을 맸다.


사람들은 저 늙은이가 월세 독촉해서 자살했다고 한다. 밥집에서도 당신 같은 사람에겐 팔 음식 없다며 쫓아낸다. 젠장. 전날에도 위로 아닌 위로하며 소주까지 나눠 먹었는데 자살이라니. 그런 차에 웬 이상한 사람이 찾아온다. 전직 형사라며 30년 전에도 비슷한 연쇄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떠들어댄다. 힘없는 노인들을 죽여서 연습한 다음, 그 뒤로 젊은 여자들을 납치해서 죽인다나.

헛소리인 줄 알았는데. 205호 처자가 사라졌다. 월세를 제때 못 내서 그렇지 열심히 사는 젊고 예쁜 처자다. 마침내 노인은 어쩐지 이상한 전직 형사와 함께 205호를 찾아 나선다. 노인은 205호를, 전직 형사는 범인을 쫓는다. 이 묘한 콤비가 정말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반드시 잡는다'는 인기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아리동이란 촌동네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쫓는 버디물이다. 통상 범인 쫓는 버디물이라면 열혈인 젊은 형사와 베테랑 형사의 콤비를 그리기 마련이다. '반드시 잡는다'는 다르다. 70대 노인과 50대 중년이 짝을 이룬다. 꼰대와 초꼰대가 짝을 이뤘다. 보기에는 그렇다. 이 다름이 '반드시 잡는다'의 미덕이다. 이 다름이 '반드시 잡는다'의 가치다.


70대와 50대의 짝이니, 대도시도 아니고 한적한 촌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사뭇 구수하게 흘러갈 법도 하다. '반드시 잡는다'도 초반에는 그런 척 한다. 70대를 맡은 백윤식과 50대를 맡은 성동일이, 말의 유희로 잔재미를 챙긴다. 하지만 '반드시 잡는다'는 곧장 스트레이트로 내지른다.

사건의 발생과 추적, 복선, 회한, 해결과 구원까지, 쉴 새 없이 달린다. 김홍선 감독은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기술자들'과 '공모자들' 등 전작에서 익히 봤듯이, 그는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 탓에 허술한 지점이 곳곳에 노출된다. 바꿔 말하면 허술한 지점이 있어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반드시 잡는다'도 마찬가지다.

70대와 50대의 버디물이라면 힘과는 다른 지점이 필요했을 터. 그럼에도 성동일은 17대 1 쯤이야 우습다. 칼침 쯤이야 일도 아니다. 백윤식은 카리스마가 워낙 넘치는 터라, 힘없는 노인으로는 도통 안 보인다. 그럼에도 이 부자연스런 조화를 끝까지 밀어붙이니, 마침내 납득이 된다. 그 탓에 인과를 보여줄 장면들이 사라지긴 했지만, 그 덕에 여느 장르물 못지않게 단숨에 내달린다.

'반드시 잡는다'는 여러 겹의 옷을 입었다. 구더기가 끓는데도 몰랐던 노인의 고독사. 노인 혐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20대의 삶. 그런 삶에 미안한 어른들. 연쇄살인 장르와 복선의 묘미. 과거에 대한 회한과 구원 등등. 김홍선 감독은 이런 여러 겹의 옷을 백윤식과 성동일에 잘 입혔다. 백윤식이 워낙 도드라져서 버디물의 쾌감은 적지만, 카리스마가 끝까지 영화를 붙든다. 부조화스러운데 조화스런 묘미가 주는 재미가 있다.

곳곳에 과유불급은 아쉽다. 장르의 선명성을 위해 클로즈업이 짙은 사체들, 악당의 잔인함을 드러내려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사람의 의미 없는 죽음. 김홍선 감독은 영화 속 사건과 인물의 등퇴장을 명확히 하기 위해 설명 대신 사건으로 덮었다. 끝까지 가는 미덕이지만 끝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것도 끝까지 갔다.

로케이션이 좋다. 아리동이란 실제 존재하지 않는 마을을, 마치 있는 곳처럼 끝까지 찾아낸 사람들의 공이다. 아리동 빌라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낡디낡은 아리동 빌라가 주역이라면, 음산한 적산가옥은 악역이다. 백윤식이 헉헉 되며 올라가는 오르막 계단길은, '반드시 잡는다'를 상징하는 장면이나 다름없다. 범인일지 모를 젊은이를 좇아 하나씩 하나씩 힘겹게 계단을 올라가는 70대 노인. 그 삶의 궤적이기도 하다.

'반드시 잡는다'는 모험이다. 노인이 주인공인 스럴러라는 모험을 과감히 단행했다. 뻔한 가족 드라마나, 휴먼 코미디가 아닌 쓰임새가 사뭇 반갑다.

11월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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