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전 감독 '스포츠영웅' 헌액 "가장 자랑스러운 상"

올림픽파크텔=김동영 기자 / 입력 : 2017.11.2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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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에 헌액된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한국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차범근(64)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헌액됐다.


대한체육회는 29일 오후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2017년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을 개최, 그간 축구 발전에 지대한 공적을 남긴 차범근 전 감독을 대한체육회 사이버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영웅선정위원회는 지난 10월 11일 제2차 회의를 열고 독일축구리그인 '분데스리가의 레전드'로 불리는 등 축구를 통해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차범근 전 감독을 2017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날 헌액식에서 차범근 전 감독은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고 참석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며 "나는 작년에 '스포츠영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작년에 관심이 있어서 많은 이들에게 투표를 하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차범근 전 감독은 "작년에는 김연아가 받았고 내가 투표를 해도 김연아를 찍었을 것 같다"며 "그래도 박찬호 박세리 같은 쟁쟁한 후배들 틈에서 관심을 받는 것이 즐거웠고 한편으로는 아무래도 절대강자 김연아가 수상을 하면 내년에는 나이 순으로 내게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봤다"라고 더하며 또 한 번 유쾌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수상에 대해서는 "올해 수상자가 됐다는 메일을 받았고 축구계 사정이 편치 않았기에 즐거운 일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며 "스포츠영웅으로 꼽아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나이 순으로 차례가 왔다고 할지라도 나는 즐겁고 자랑스러우며 20세기 아시아 최고 선수로 선정했을 때보다 더 깊은 의미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차범근 전 감독은 "이 상을 내 인생에서 18살 때 받았던 신인상과 함께 가장 자랑스러운 상으로 기억하고 싶다"며 "차범근의 축구인생에 디딤돌과 마침돌이 된 상으로 생각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만 18살에 국가대표가 됐고, 지금 예순을 많이 넘긴 나이가 됐다"며 "라디오로 축구 중계를 듣다가 마루에 하나 있던 흑백TV 앞에 앉아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축구를 봤고, 컬러TV를 거쳐 핸드폰으로 전세계 축구를 다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차범 근 전 감독은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는데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데 아직까지 나를 기억하고 사랑을 아끼지 않으신,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흑백TV 세대 팬들께 따뜻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차두리 아빠라고 말하는 사람 빼고, 나를 차범근으로 기억하는 사람들 말"라고 말하며 현장을 재차 폭소케 했다.

한국 축구에 대한 걱정도 드러냈다. 차범근 전 감독은 "내일(30일)은 FIFA 회장 초청으로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월드컵 조 추첨에 가야하는데 긴장되고 떨린다"며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하고도 칭찬받지 못하는 우리 후배들에 이 자리를 빌려 격려를 하고 싶고 팬들도 한국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라고 말했다.

차범근 전 감독은 "나이가 들다 보니 거의 후배이고 제자며 자식들 같다"며 "선수들은 물론이고 일선 지도자들, 행정가들, 기자들까지 모두 꿈을 가지고 자기 일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축구는 이들의 꿈과 열정을 먹고 건강하게 발전하는데 지금 이들은 그리 신명나게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더러는 풀죽어 있고, 더러는 좌절하고 있는데 축구인으로 모든 것은 누리고 이 자리까지 온 나로서는 미안하고 걱정된다"라고 더했다.

더불어 "대한체육회로부터 스포츠영웅이라는 큰 상을 내게 주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이 상은 나에게 책임을 묻는 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정신이 번쩍 났다"며 "지금 축구협회는 변화하고자 애쓰고 있는데 팬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내가 보는 눈으로는 새로운 시작을 하고자 많이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당부의 말도 남겼다. 차범근 전 감독은 "서로 부딪히고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를 수 있는데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여러 사회 현상을 보면서 '역지사지'라는 말이 나를 크게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상대 입장을 내 입장으로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모든 일을 바꾸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식구라는 따뜻한 마음으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한다면 서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차범근 전 감독은 "나는 축구를 평생 사명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주인공 역할만 하면서 살아왔다"며 "(아내가) 내 대신 많은 화살을 맞아왔는데 오늘은 내 아내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 앞으로 이런 길을 가는데 운전대를 잘 잡아달라고 하고 싶다"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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