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

스크린 뒤에는 뭐가 있을까(13)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입력 : 2018.01.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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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파치노(왼쪽)와 로버트 드니로 /AFPBBNews=뉴스1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와 알 파치노(Al Pacino)는 전혀 다른 개성의 배우들인데도 뭔가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로빈 윌리암스는 알 파치노의 2007년 AFI 평생공로상 시상식에서 "로버트 드니로를 빨래 건조기에 넣고 돌리면 알 파치노가 나옵니다"라고 좌중을 웃긴 일이 있다.

두 사람은 '대부 2'(The Godfather Part II, 1974)에서 같이 출연해 드니로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알 파치노는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적이 있다. 나중에 드니로는 '성난 황소'(Raging Bull, 1980)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알 파치노는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1992)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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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2'의 로버트 드 니로 / 사진=파라마운트


드니로는 뉴욕의 맨해튼 태생이고 부친이 절반 이탈리아계다. 뉴욕 토박이고 출연한 영화의 절반 이상이 뉴욕을 무대로 한다. 두 살 때 부모가 이혼해서 어머니와 같이 자랐지만 아버지가 이웃에 살아서 같이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한다. 열여섯에 고등학교를 뛰쳐나와 연기를 시작했다.

'대부 2'에서 젊은 비토 코를리오네 역할을 한 드니로는 영어는 몇 마디 하지 않고 시실리 사투리로만 대사를 하는데 외국어 대사만 하고 아카데미상을 받은 첫 배우가 되었다. 이후 드니로는 갱 역할을 많이 하게 된다. '언터처블'(The Untouchables, 1987)에서는 알카포네 역이고 '카지노'(Casino, 1995)에서는 마피아의 비호를 받는 카지노 사장이다. '좋은 친구들'(Goodfellas, 1990)에서도 강도로 나온다. 드니로는 2006년에 이탈리아 시민권을 받았는데 미국의 이탈리아인 단체는 드니로가 범죄자의 역할을 많이 해서 이탈리아 사람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이탈리아 총리에게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갱 역할을 많이 한다고 해서 드니로 자체가 갱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2003년 AFI 평생공로상 시상식에서 첫 연사 빌리 크리스탈은 "우리 모두 이 자리에 단 한 가지 이유로 모였습니다. 겁먹어서. 참석 안하면 무슨 일을 당할까 몰라서"라고 농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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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 니로 /AFPBBNews=뉴스1


드니로는 2015년 뉴욕대 티쉬 예술대학의 졸업식에서 초청연사로 연설을 했다. 그 첫 마디가 "여러분은 해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엿 먹은 겁니다"(You made it — and, you're f—ed.)였다. 메가톤급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연극, 영화계 종사자들을 자조하는 드니로의 이 연설은 그 내용이 매우 좋다. 끝에 드니로는 "여기 제작과 감독 전공 졸업자들께 제 사진과 이력서를 나눠드립니다"하고 마무리 한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드니로는 작년에는 브라운대학 졸업식에서 연설했다. "영화 용어를 빌리자면, 여러분들이 입학했을 때는 우리나라가 희망차고 힘을 불어넣어주는 드라마였는데 졸업하는 지금은 비극적이고 멍청한 코미디입니다"라고 새 정부에 대한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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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파치노 /AFPBBNews=뉴스1


알 파치노도 뉴욕 태생인데 양친 모두 시실리계다. 알 파치노의 부모도 알 파치노가 두 살 때 이혼했다. 어머니가 외조부모한테 데리고 가서 키웠다. 우연찮게 외조부모는 코를리오네라는 이름의 시실리 마을 출신이다. 어린 알파치노는 영화를 보고 나면 주인공 연기를 혼자서 따라하곤 했는데 외로운 아이여서 그랬던 것 같다고 스스로 회고한다. 학교에서 심각하게 불량학생이었던 알 파치노는 열일곱살 때 고등학교와 집을 뛰쳐나와 연기를 시작했는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온갖 허드렛일을 다 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눈에 띈 알 파치노는 '대부'(The Godfather, 1972)에 출연할 기회를 얻게 된다.

당시 잭 니콜슨, 로버트 레드포드, 워렌 비티 같은 쟁쟁한 배우들 대신 무명의 알 파치노가 캐스팅 되자 스튜디오의 중역들이 매우 실망했다고 전해진다. 제작사가 계속 알 파치노를 못마땅해 하자 코폴라 감독은 알 파치노가 레스토랑에서 미리 숨겨둔 권총을 찾아 솔로조와 맥클러스키를 쏘는 장면을 먼저 촬영했다. 아마도 이 장면은 '대부' 중에서도 최고의 명장면일 것이다. 여기서 모두 알 파치노를 인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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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2'의 알 파치노 / 사진=파라마운트


이 영화로 알 파치노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가 된다. 그러나 알 파치노는 남우주연상을 받은 말론 브란도보다 자신이 분량이 더 많았는데도 조연상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데 불만을 표하면서 시상식에 불참했다(브란도도 불참했다. 브란도는 할리우드가 인디언들을 잘 못 대우한다는 이유로 한 인디언 여성편에 편지를 대신 보냈다).

알 파치노의 최고 연기는 뭐니 뭐니 해도 '대부 2'에서 볼 수 있다. 뉴스위크지는 영화사 상 '차가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연기'였다고 알 파치노를 극찬했다.

'대부 2'는 '대부'의 시퀄이자 프리퀄이다. '대부'와 '대부 2'는 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역사상 최고의 영화들로 꼽는다.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 1998)에서도 메그 라이언이 남자 친구에게 "왜 남자들은 뭐든지 다 '대부'에 갖다 대?"라고 하는 대사가 나온다. 시퀄이 작품상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코폴라도 2편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IMDb에서도 각각 랭킹 2위, 3위다. 1위는 '쇼생크 탈출'(1994).

경찰 내부의 비리를 파헤치는 실존인물 경관 이야기 '형사 서피코'(Serpico, 1973)에서도 알 파치노는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선정되었고 첫 골든 글로브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로튼 토마토 신선도가 90%다.

드니로와 알 파치노 두 사람은 명작 '히트'(Heat, 1995)에서 각각 범죄자와 형사로 환상의 듀오를 보여준 적이 있다. 연기도 연기려니와 마지막의 총격전 장면은 누구도 필적하지 못할 명장면이다. 특히 총격전의 사운드가 출중하다. 사운드 스테이지를 쓰지 않고 모두 현장 녹음했다. 범죄영화들 중에서 가장 대사가 깊이 있고 캐릭터들의 성격과 생각이 잘 표현된 영화로 평가받는다. 알파치노와 드니로의 레스토랑 대화 장면은 많은 배우들의 연습 교범이다.

두 사람은 '의로운 살인'(Righteous Kill, 2008)에서도 둘 다 경찰로 나온 적이 있다. '대부 2'에는 같이 출연했으나 스크린에 같이 나온 적은 없다. 두 사람은 스코세이지 감독이 마피아와 노동조합을 다룬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쉬 맨'(The Irishman, 2019)으로 10여 년 만에 세 번째로 같이 한 스크린에 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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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의로운 살인' 프리미어에 함께 한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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