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마르티네스./AFPBBNews=뉴스1 |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라이벌 대결이 더욱 볼 만 해 졌다. 레드삭스는 20일(한국시간) FA 최대어 중의 하나인 외야수 J D 마르티네스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계약 조건은 5년 1억1천만 달러. 마르티네스는 첫 2년 동안 5천만 달러를 받고 난 후 또는 첫 3년 동안 7천200만 달러를 받고 난 후 옵트 아웃을 통해 FA가 될 수 있다.
지난 해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왕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트레이드를 통해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애런 저지와 양키스에서 팀 메이트를 이뤄 위기감이 감돌았던 레드삭스로서는 마르티네스의 영입으로 한 숨을 돌리게 됐다. 지난 시즌 레드삭스는 168개의 홈런을 치는데 그쳐 아메리칸리그 최하위이자 전체 27위에 머물렀기 때문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애리조나 디백스에서 총 45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린 마르티네스의 가세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스포츠 최대 라이벌 관계를 이루고 있는 두 팀은 1901년 4월26일 역사적인 첫 대결을 펼친 이후 지금까지 2천212번 맞서 양키스가 1194승 14무 1004패로 앞서 있다.
초창기에는 레드삭스가 1903년 사상 첫 월드시리즈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1918년까지 5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양키스에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두 팀의 운명은 1919년부터 정반대 방향으로 갈리기 시작했다. 당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레드삭스의 해리 프레이지 구단주가 12만5천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베이브 루스를 양키스로 넘긴 것이다. 루스뿐만 아니라 프레이지 구단주는 자금 마련을 위해 많은 선수들을 양키스로 트레이드시켰다. 양키스가 뉴욕 자이언츠를 꺾고 첫 우승을 차지한 1923년 시즌 24명의 로스터 중 레드삭스 출신은 11명이나 될 정도였다.
흔히 말하는 ‘밤비노의 저주’는 무려 86년이나 이어졌다. 이 기간 레드삭스는 4차례 월드시리즈에 진출(1946년, 1967년, 1975년, 1986년)했지만 거짓말처럼 4번 모두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패배를 당했다. 반면 루스 이적 후 레드삭스가 단 한 차례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사이 양키스는 2000년까지 74년 동안 무려 26번이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라 대조를 보였다.
특히 레드삭스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 것은 1978년 시즌이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한 때 14경기 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지만 맹반격에 나선 양키스와 동률로 정규시즌을 마친 후 단판 승부에서 5-4로 무릎을 꿇어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두 팀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첫 대결을 펼친 것은 1999년이다. 이 때도 양키스는 페드로 마르티네스, 노마 가르시아파라 등이 이끌던 레드삭스를 4승1패로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2003년에도 두 팀은 월드시리즈 진출을 놓고 혈투를 벌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또 다시 양키스에게 미소를 지었다. 7차전 연장 11회말 애런 분이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터뜨려 레드삭스 팬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지긋지긋하게 이어져 온 ‘밤비노의 저주’가 깨진 2004년 아메리칸리그 결승에서 다시 만난 두 팀의 대결은 역사에 남을 명 시리즈였다. 3차전까지 양키스가 승리했지만 레드삭스가 4차전부터 7차전까지 모두 이기는 ‘리버스 스윕’을 달성한 것이다. 지금까지도 미국 4대 메이저 스포츠에서 3연패를 당한 후 4연승으로 시리즈를 뒤집은 팀은 2004년 레드삭스가 유일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4경기만에 제압하고 1918년 이후 처음이자 통산 6번째 우승에 입맞춤한 레드삭스는 2007년과 2013년에도 정상에 올랐다. 반면 양키스는 2009년에 팀 통산 2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시즌에는 레드삭스가 94승69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9번째로 차지했지만 디비전 시리즈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1승3패로 무릎을 꿇었다. 2경기 차로 레드삭스에게 밀린 양키스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미네소타 트윈스를 8-4로 제압한 후 디비전 시리즈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3승2패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러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애스트로스에게 3승4패로 물러나 41번째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2018년 시즌 레드삭스와 양키스는 나란히 신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두 팀 모두 신임 감독이 동시에 사령탑을 맡게 된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양키스는 2008년부터 9년 동안 팀을 이끌던 조 지라디 감독 대신 ESPN에서 해설자로 활약하던 애런 분을 팀의 35대 감독으로 임명했다. 레드삭스는 존 패럴 감독과 결별하고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알렉스 코라를 47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2018년판 레드삭스와 양키스의 라이벌 대결에서 최후의 승자는 어느 팀일까. 이제 시즌 개막까지는 37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