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빙속 男女 팀추월 극명 대비..'든든함' vs '어수선'

강릉=김동영 기자 / 입력 : 2018.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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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정재원, 이승훈, 김민석이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오발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가 마무리됐다. 남자팀과 여자팀이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한쪽은 어수선했고, 한쪽은 단단했다. 한쪽은 아쉬웠고, 한쪽은 든든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팀추월 대표팀이 21일 모든 경기를 마쳤다. 결과적으로 여자는 최하위에 그쳤고, 남자는 은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노란의 시작은 여자 팀추월이었다. 준준결승 당시 김보름(25)과 박지우(20)가 마지막 바퀴에서 치고 나갔고, 노선영(29)이 따라가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끼리 큰 격차가 났고, 마지막 선수의 기록으로 집계되는 종목이기에 팀 성적도 엉망이 됐다.

진짜 문제는 경기 후 일어났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인터뷰에 응했고, 열심히 했지만, 뒤에서 따라오지 못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날 노선영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후폭풍이 컸다. 비난 여론이 커졌고, 빙상연맹은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해결된 것은 없었다. 이 자리에 노선영이 나타나지 않았고,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만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백철기 감독은 "작전은 노선영의 제안을 받아 들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노선영은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제안한 적 없다"고 맞섰다. 백철기 감독은 "나만 들은 것이 아니다"라며 다시 반박했다. 진흙탕 싸움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경기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7-8위 결정전인 결승D에서 노선영-김보름-박지우가 그대로 나서기는 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 최하위였다. 준준결승 당시처럼 노선영이 크게 처지는 일은 없었지만, 세 선수 모두 늦게 들어왔다.

레이스가 끝난 후 노선영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김보름과 박지우 역시 인터뷰를 거부하고 라커로 들어갔다. 박지우만 "죄송합니다" 한마디를 했을 뿐이다. 억측만 더 커지는 모양새다. 그렇게 여자 팀추월 경기가 마무리됐다. 상처만 잔뜩 남았고, 해결될 기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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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결승D를 마친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노선영과 김보름. 이들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를 거부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반면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단단했고, 든든했다. '맏형' 이승훈(30)이 확실히 중심을 잡았고, 1500m 동메달리스트 김민석(19)이 뒤를 받쳤다. '막내' 정재원(17)도 씩씩하게 레이스를 펼쳤다.

이미 준준결승에서 전체 1위 기록으로 준결승에 오른 이승훈-김민석-정재원 조는 준결승에서 뉴질랜드와 격돌했다. 7바퀴까지는 뒤졌다. 하지만 마지막 한 바퀴에서 막강한 스퍼트를 펼치며 역전에 성공했다. 결승 진출에 은메달 확보였다.

결승에서는 노르웨이와 붙었다. 레이스 중반까지는 팽팽히 맞섰으나, 갈수록 힘이 빠졌다. 1.21초 차이로 패했다. 그래도 은메달이었다. 2014년 소치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이었다. 충분히 값진 성과였다.

경기 후 이승훈은 "후배들이 준비를 너무 잘해줬다.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우리 경기에 집중하자고 했다. 너무 고맙다. 든든한 레이스를 했다"라고 말했다.

후배들도 화답했다. 김민석은 "합을 잘 맞춰서 이뤄냈다. 승훈이 형이 선배로서 잘 챙겨주신다"고 했다. 정재원도 "승훈이 형이 친동생처럼 잘 챙겨줬다. 친형인 (정)재웅이 형 버금가게 챙겨주신다"라며 웃었다.

형이 끌고, 동생들이 잘 따라갔다. '팀워크'의 정석이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결과도 은메달이었다. 이승훈의 말처럼 든든한 레이스가 펼쳐졌다.

올림픽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선수 개개인이 최상의 상태로 경기에 나서야 하고, 팀으로서의 힘도 강력해야 한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은 더욱 그러했다. 남자 대표팀은 단단했다. 하지만 여자 대표팀은 그러지 못했다. 극명히 대비됐고, 결과 역시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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