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종의 존재감에 위축된 롯데, 1승을 맞바꾼 실수

부산=한동훈 기자 / 입력 : 2018.05.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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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형종 /사진=LG트윈스 제공


LG '4안타' 리드오프 이형종의 존재감이 롯데를 집어삼켰다. 이형종의 날 선 타격감이 롯데를 필요 이상으로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이는 곧 대역전극으로 이어졌다.

이형종은 지난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8 KBO리그 롯데전에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 4타수 4안타 1볼넷 불방망이를 휘둘러 5-3 역전승에 앞장섰다. 롯데는 이형종을 경계하다 경기 자체를 그르쳤다.


먼저 롯데 선발 레일리는 6회까지 2실점으로 순항 중이었다. 6회초 양석환에게 맞은 2점 홈런이 옥에 티였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7회에도 올라와 아웃카운트 2개를 깔끔하게 잡아냈다.

7회 2사까지 레일리의 투구수는 단 91개. 하지만 롯데 벤치가 움직였다. 이날 레일리를 상대로 2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 중인 이형종 타석이었다. 분명히 한계 투구수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이형종을 염두에 둔 교체로 보였다. 옆구리투수 오현택이 올라왔다.

공교롭게도 이 순간부터 흐름은 LG쪽으로 슬슬 넘어갔다. 이형종이 바뀐 투수 오현택을 맞아 또 안타를 친 것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다.


이형종이 출루하자 이번에는 LG 벤치가 움직였다. 정주현 타석에 임훈이 대타로 나왔다.

여기서 롯데가 다시 허둥댔다. 1루 주자 이형종에게 정신이 팔렸다. LG의 다음 타자는 팀 내 타점 1위 채은성이었다. 주자 이형종이 임훈 타석에 움직일 확률은 극히 낮았다. 임훈의 임무 또한 어떻게든 살아서 채은성까지 연결하는 것이었다.

헌데 롯데 배터리는 이형종이 거슬렸다. 임훈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 유리한 볼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활용하지 못했다. 바깥쪽 빠른 공으로 승부했다. 이형종이 뛰는 상황을 염두에 둔 볼 배합이었다. 동시에 2스트라이크에 몰린 임훈에게 이보다 더 좋은 먹잇감은 없었다. 임훈이 가볍게 타격해 좌측에 안타를 만들어냈다. 주자 이형종을 과하게 의식해 타자 임훈과의 승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이다.

LG가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흘러왔다. 롯데는 오현택을 소득 없이 소진하고 7회에 진명호를 쓰게 됐다. 진명호가 7회부터 등판한 탓에 마무리 손승락은 8회부터 몸을 풀었다. 여차하면 8회 2사에라도 손승락이 올라갈 상황에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7회부터 한 박자 씩 빠르게 올라오게 된 롯데 불펜은 마지막 순간에 무너졌다. 이형종을 의식해 선발투수를 빨리 바꿨고, 주자 이형종을 견제하려다 진명호까지 더 이른 타이밍에 등판했다. 마무리 손승락은 9회 이형종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91개만 던졌던 레일리가 7회까지 책임졌다면 어땠을까? 이형종을 내보냈더라도 LG는 대타 임훈 카드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레일리의 조기 교체를 단지 결과론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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